[추억일기] 뒤돌아본 지나온 길

[추억여행] 두 번째 833포병대대 방문 부대개방행사 참가, 부대방문.. 그리운 전우, 젊은 날의 추억을 더듬다 (2018.05.11)

푸레택 2019. 3. 21. 22:05

△ 카페지기님, 병기과 박수천 전우, 신현탁 군수과장님, 김영택(나)

■ 833포병대대 부대개방행사 참가 후기

- 뒤늦게 적어보는 참가 후기

오늘은 3월 21일 춘분이다. 해마다 이 날은 내게는 뜻 깊은 날이다. 40년 전 833포병대대를 떠나와 전역한 날이기 때문이다. 작년 2018년 5월 11일(금)에 부대개방행사로 833포병대대를 방문하였다. 파편이 되어 떠오르는 그날의 조각난 기억을 몇 글자 적어본다. 

그 힘들고 서럽던 세월도 흘러가서 오지 않을 것만 같던 그 전역의 날이 밝았다. 대대장님께 전역 신고를 하고 내무반으로 내려와서 전우들과 함께 사진을 찍었다. 막상 부대를 떠나오려니 함께 고생했던 전우들, 정들었던 전우들이 눈에 어른거려 부대를 떠나오는 나의 발걸음이 마냥 즐겁지만은 않았다. 매일 아침 점호를 끝내고 구보를 나갔던 부대 정문 앞길을 나서며 이젠 다시 못올 길이기에 몇 번이고 뒤를 돌아보았다.

자대배치를 받던 날, 춘천 소양강선착장에서 군용선 배을 타고 양구선착장에서 내렸었다. 인제 가면 언제 오나 원통해서 못 가겠네. 그래도 양구보다는 나으리 자대배치 받을 때 흔히 하는 말.  그 양구에서 세 번의 겨울을 보내고 이제 다시 춘천 소양강선착장으로 가는 배를 타기 위해 양구선착장으로 간다. 집으로 가는 배는 군용선이 아니고 민간인 배다.

그 길에서 우리 전역 동기들 측지과 김○태 병장과 오○봉 병장과 함께 불렀던 노래가 지금도 귓가를 맴돈다. 그 길을 걸어가면서 우리 전역 동기 세 명은 《삼팔선의 봄》, 《전선야곡》, 《처녀 뱃사공》을 목놓아 불렀다. 김 병장은 말했다. 우리 이 순간을 영원히 잊지 말자고. 그렇게 다짐했던 김 병장을 전역 후 한 번도 만나지 못했다. 그도 여전히 그 순간을 잊지않고 있을까? 앞만 보고 달려온 40년 세월. 그 얼굴들이 그립다.


2018년 부대방문은 2017년 첫 부대방문에 이어 두번 째 방문이다. 이번 부대방문엔 군복무할 때 직속 상관으로 모셨던 군수과 군수과장님도 함께 동행하셨다. 전역할 때 군대 모범생이 사회 모범생이다라며 덕담을 해 주셨던 과장님. 이제 40년 세월이 덧없이 흘러 과장님은 칠순을 넘어섰고 우리도 이순(耳順)을 훌쩍 넘겼다.

이제 스무살 남짓 나의 청춘이 서려있는 곳을 향한다. 병기과 박수천 전우가 먼길 운전을 맡아주었다. 잠실을 출발하여 춘천을 거쳐 두 시간도 채 되지 않아 양구읍에 도착했다. 양구읍에서 순두부찌개로 점심을 했다. 요즈음은 춘천에서 양구로 넘어가는 배후령터널이 뚫려 교통이 엄청 좋아졌다. 40년 전은 어떠했던가. 서울 마장동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춘천 가는 버스를 타고 그곳에서 소양강 선착장으로 가서 소양강 뱃길로 가거나 구불구불 꼬부라지고 험한 구절양장과 같은 소양강 꼬부랑 산길(옛길)을 따라 양구로 갔었다. 하루 온종일이 걸렸다.

강원도 양구군은 대한민국에서 1월 평균 기온이 가장 낮은 지역이라고 한다. 한겨울 영하 20도, 체감온도 영하 30도라고 했었다.
눈은 또 얼마나 쏟아졌던가. 제설작업하느라 하루가 다 지나가기도 했었다. 그 춥고 시린 양구군 동면, 내 젊음의 시절 세 번의 겨울을 보낸 곳, 원당리(후곡리) 대암산 기슭, 그곳에 위치한 833포병대대를 찾아 40년 전 젊은 날의 추억을 더듬고 왔다. 작년에 이어 두번 째 부대 방문이었다.

본부포대 내무반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부대 정문 쪽에 있던 수송부가 이곳에 들어섰다. 내무반 옆 군수과 창고도 사라졌다. 인사·군수·통신과 사무실 건물도 자취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사무실이 있었던 자리는 큰 길이 되어 휑하다. 그곳에 멈춰 서서 잠시 옛 추억 속으로 빠져든다. 대대장실과 작전과 FDC를 올라가던 길은 잡초만 무성한 채 40년 전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다. 매일 하루 세 번씩 드나들었던 본부포대 사병식당도 잡초만 무성한 채 흔적만 남아있다. 그곳이 본부포대 식당이 있던 자리임을 그 누가 알기나 할까? 식당 앞 시냇물만은 여전히 졸졸 흘러가고 있다. 창고로 쓰인다는 PX 건물은 켜켜이 쌓인 세월의 흔적 뒷모습만을 보여준다.

아, 그래도 산천(山川)은 여전히 옛 모습 그대로
우리를 반겨준다. 부대가 없어지거나 멀리 이전해 가지 않고 오늘도 이 자리에 그대로 남아있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젊은 날의 추억을 회상하고 그 조각들을 주울 공간이 그대로 남아있음은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우리의 대장 옛 군수과장님께서 그때 사무실이 안 보이네. 어디쯤에 있었나, BOQ와 테니스장은 어디쯤 있었던가 하며 대화를 나누니 40년 전 군수과 서무계로 근무하던 그때 그 추억들이 어제 일인들
되살아난다. 이곳저곳 부대를 둘러보고 K9 자주포 포사격 시범훈련을 지켜 보고 부대를 떠나왔다.

돌아오는 길, 챠리포대가 있었던 후곡리, 후곡약수터에서 약수 한 잔에 옛 그리움을 달래본다. 문득 40년 전 전역 전날 밤의 기억이 되살아난다. 부대 후문을 빠져나와 후곡리 가는 길엔 주막집이 한채 있었다. 전역하던 전날 밤, 취사반 강○수 상병과 이○우 상병의 손에 이끌리어 그 주막집으로 향했다. 등잔불 희미한 그 주막짐에서 막걸리 한 잔에 석별의 정을 나누었다.

평소 술을 마시지 않는 나는 후임들의 마음 씀씀이에 보답하여 말없이 한 잔의 술을 마셨다. 나누고 싶은 말은 많았는데 왠지 내 머리 속에서만 맴돌 뿐 말이 되어 나오지 않았다. 그렇게 진한 전우애를 나누었던 전우들도 이제는 소식 한 장 전할 길이 없다. 젊은 날 군대 시절에 맺은 인연은 한갓 헛된 꿈이런가.


옛 모습 사라진 원당리도, 챠리포대가 있었던 흔적만 남은 후곡리도 이제 다시 멀어져간다. 언제 또다시 내 젊음이 묻혀있는 이곳을 다시 찾을 수 있을까? 눈에 어른거리는 젊은 시절 전우들 모습을 그곳에 남겨두고 어느 날 꿈인 듯 생시인 듯 만날 날을 그리며 발걸음을 돌렸다.

이번 부대 방문에는 군 복무 시절 우리 군수과의 대장이셨던 신현탁 군수과장님도 함께 동행하셔서 더욱 감회가 새로웠다.
박남종 선임하사님은 갑작스런 일로 아쉽게도 동해하지 못하셨다. 오월의 신록이 마음을 설레게 하는 계절이 오면, 옛 추억을 찾아 떠나는 이 길에 더 많은 그 시절 전우들이 함께 동행하기를 소망해 본다. 이번 방문에는 군수과장님과 박 전우, 카페지기님이 함께 했다.

세월은 흘러가고 추억만 남아있다. 추억을 찾아 떠나는 길은 바로 나를 찾아 떠나는 길이다. 싫든 좋든 젊은 시절의 내가 있었기에 오늘의 내가 있는 것이다. 지우고 싶은 기억, 잊어버리고 싶은 기억들도 있지만 따뜻한 전우들과의 아름다웠던 추억들은 영원히 내 가슴 속에 남아 오늘을 살아가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서울과 양구 먼길 오가는 길 안전 운전해 주신 병기과 박수천 전우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 2018년 5월 11일 2차 방문

△ 2017년 5월 12일 1차 방문

△ 1975년 9월 12일 입대, 안동 36사단 신병교육대 전반기 훈련, 부산 육군병기학교 탄약관리병 후반기 교육, 12월 5일 833포병대대 자대배치, 본부포대 군수과 서무계로 근무, 1978년 3월 21일 833포병대대 전역


/ 2019.03.21 글=김영택


(작년 2018년 5월 11일 2차 방문 후 바로 포스팅하지 못 하고 일년 늦게 글을 씁니다)

△ 군수과장님과 박 전우
△ 군수과장님
△ 나, 군수과장님, 박 전우
△ 카페지기님, 병기과 박 전우, 군수과장님 그리고 나
△ 지금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옛 군수과 행정실 앞에서 (군수과장님과 함께)
△ 내가 소중하듯 너 또한 소중하다 그러나 나라는 더욱 소중하다.. 부대 입구 조형물 앞에서
△ 아침 점호를 마치고 구보를 나갔던 길.. 지금은 포장도로에 소나무 심어진 멋진 길로 탈바꿈
△ 후곡리 약수터
△ 후곡약수터에서, 병기과 박수천 전우
△ 후곡리 약수터 앞에서 감회에 젖어 (나)
△ 후곡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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