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일기] 뒤돌아본 지나온 길

[추억여행] 젊은 날의 추억을 찾아서, 40년 만에 다시 찾은 양구 원당리 833 포병대대 (2017.05.12)

푸레택 2017. 6. 10. 22:00

■ 젊은 젊은 날의 추억을 찾아서

전역 40년 만에 다시 찾은 833 포병대대의 추억여행 (2017.05.12)

△ 833포병대대 조형물 앞에서 옛 추억을 그리다 (2017.05.12)
△ 부대 정문 근처 조형물 앞에서 옛 추억의 조각을 줍다 (2021.05.12)

◆ 설레는 마음, 가슴에 간직하고...

833포병대대~! 스무 살 젊음을 두고 온 , 말만 들어도 아련한 그리움이 밀려오고 가슴이 뛰는 곳. 오늘은 그 시절 전우와 함께 아름답고 서러운 젊은 날의 추억이 서려있는 그곳을 찾아 추억 여행을 떠납니다.

△ 사무실 앞 꽃밭에서(1976)

홀연히 부대를 떠나온 지 어느 덧 40, 전역 후 몇 년간은 그리운 전우들 소식도 듣고 때론 만나서 군대시절 추억을 이야기하곤 했는데, 서로 바쁘고 고달픈 삶 속에 연락이 두절되었고 소식이 끊긴 채 무심한 세월만 덧없이 흘러갔습니다. 생사고락을 함께 했던 고마운 전우들이 그립고 보고 싶어, 앞만 보고 가던 길 잠시 멈추고 뒤를 돌아보니 벌써 이순(耳順)의 나이. 그제서야 무심했던 나 자신을 원망도 하고 후회도 했었지요 

△ 경계 태세 보초를 서며(1978)

833포병 전우회 카페에서 부대 창설 기념 가족 및 전역자 초청 부대개방 행사를 한다는 안내 공지를 받고 참가 신청을 한 후 오늘 설레는 마음으로 추억 여행을 떠납니다. 마석역까지 차를 몰고 온 병기과 박 전우를 만나 경춘 고속도로를 따라 양구로 향합니다. 춘천에 도착하여 소양강 댐을 바라보니 벌써 군대 시절 아련한 추억이 하나둘 떠오릅니다.

△ 사무실 앞에서 박수천 일병과 함께 (1977)

 

안동 36사단에서 6주간 전반기 훈련, 부산 병기학교에서 6주간 탄약관리 후반기 교육 후 자대 배치를 받아 부대를 찾아 갈 때 군용선을 타고 갔던 소양강 뱃길. 30개월 군대 생활을 무사히 마치고 부대를 떠나 양구 선착장에 가는 길, 전역동기들과 함께 삼팔선의 봄, 「처녀 뱃사공」, 「전선야곡눈물로 부르며 우리 이 순간을 영원히 기억하자“”고 다짐했던 그 날의 추억이 어제인 듯 떠오릅니다.

 

춘천을 지나 양구로 들어서니 헌병들도 보이고, 광치고개, 신남, 21사단... 낯익은 안내 표지판도 보입니다. 먼저 833포병 챠리 3포대가 위치했던 후곡리 약수터를 찾아 추억을 되새겨봅니다. 탄산수 같은 후곡 약수를 한잔 마시고 동면 원당리로 들어서니 군대 시절 추억들이 새록새록 피어납니다.

* 챠리 부대 있던 후곡리, 후곡약수터에서 약수 한 잔...

◆ 상전벽해(桑田碧海)

원당리에서 부대로 들어가는 길, 그 옛날 군대 시절 아침마다 군가를 부르며 구보를 나갔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위병소에서 간단한 검문을 마치고 부대로 들어서니 정말 감회가 새롭습니다. 부대 지형은 옛 모습 그대로인데 옛 건물들은 사라져 보이지 않고, 연병장 앞쪽에 새로운 현대식 건물 생활관이 우뚝 서 있습니다. 상전벽해(桑田碧海), 격세지감(隔世之感)이란 말은 이럴 때 쓰는 말이겠지요?

40년 전 추억 속 옛 모습을 그리며 이곳 저곳 둘러봅니다. 군대 생활의 애환과 사연이 숱하게 어려 있는, 추억의 페치카가 자리 잡은 돌담 건물의 내무반은 어디로 갔을까, 우리 군수과의 일종•공병이사종 창고 건물은 또 어디로 갔을까, 두리번거려 봅니다.

* 본부포대 내무반에서 포대장님과 함께(1978)

 

낮에는 전화통에 매달려 대암산, 통신보안 4번 병장 김○○입니다수없이 외치고 기안문을 작성하고, 취침 점호 후엔 다시 올라와 차트를 작성하느라 밤을 지새우곤 했던 군수과 사무실도 이젠 자취도 없이 사라져 큰 도로가 되었고, 매일 짬밥을 먹던 취사장은 허물어져 잡초만 무성한 채 그 흔적만 남아있습니다. 취사장 옆 콸콸콸 흘러가던 개울물은 가뭄 때문인지 졸졸졸 목마른 시냇물이 되어 흘러갑니다. 함박눈 내려쌓인 혹한의 계절, 겨울이 오면 두껍게 언 얼음을 깨고 얼음장 밑으로 흐르는 개울물에 짬밥 먹은 식기를 닦았었는데...

* 취사장 앞에서 : 앞줄 김창근, 김영택(나), 강재수

◆ 내무반과 사무실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가을이면 그리움 가득 안고 피어나던 코스모스 만발하던 꽃밭도, FDC 올라가던 언덕 옆길에 까만 오디 열매 가득 매달던 산뽕나무도, 벼가 누렇게 익어가던 민간인이 경작하던 부대 내 논도 다 사라지고... 창고로 쓰고 있는 옛 PX 건물만이 옛 모습 그대로 유적처럼 남아 덧없이 흘러간 세월의 흔적을 보여줍니다. 허전한 마음을 달래며 사방을 둘러보니 BOQ와 테니스장도 커다란 식당으로 탈바꿈하여 옛 기억 속 모습만을 떠올려봅니다. 졸병 시절, 일과 후면 BOQ로 올라가서 과장님 침구를 정리하곤 했었는데... 

 

내 놀던 옛 동산에 오늘 와 다시 서니 산천의구란 말 옛 시인의 허사로고 예 섰던 그 큰 소나무 버혀지고 없구려. 옛 동산에 올라

 

* 졸병 시절 김영택(나), 정상배 병장, 김대규 하사님

* 사무실 앞 꽃밭에서(1976)

* 사무실 앞에서, 이등병 시절(1976) 저 멀리 보이는 내무반 그리고 군수과 창고

 

◆ 격세지감(隔世之感)

그 옛날 내무반은 연병장 쪽으로 자리를 옮겨 멋진 현대식 건물 생활관으로 바뀌어 있었으며, 화장실이며 세면실, 세탁실, 의무실, PC방 등을 갖추어 마치 기숙사 학교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작은 방에서 몇 명씩 침대 생활을 하는 병사들에게 내가 복무하던 40년 전 그 시절에는 80여 명이 한 내무반 침상에서 낡은 모포를 덮고 잠을 자고, 세수는 개울물에서 대충하고, 목욕은 부대 옆 계곡에서 했다고 말해주면 그대로 믿어줄지... 박 전우가 부대 내 논이 있던 곳을 가리키며 말합니다. "저 쪽은 재래식 화장실이 있었던 곳인데..." 재래식 화장실과 논이 있던 자리는 아름다운 정원으로 탈바꿈해 있었습니다.

* 군수과 후배들과 함께 위문품을 나누어 먹던 1977년 크리스마스

김용원, 박춘구, 안하영, 김영택(나), 남상소

 

내가 근무했던 그 옛날의 사무실은 아니지만 그래도 한번 들여다보고 싶은 마음에 현대식으로 바뀐 군수과 행정실 문을 조심스레 살그머니 열어봅니다. 40년 전 군수과에서 서무계로 근무한 전역자라고 말씀드리니 군수보급관님이 반갑게 맞아줍니다. 계원 책상마다 컴퓨터가 한 대씩 놓여있습니다. 까마득한 그 옛날 그 시절엔 밤을 지새우며 일일이 손으로 문서를 기안하고 차트를 작성했었는데...  

* 군수과 사무실에서(1976)

* 군수과 사무실에서 서무계 김영택(나), 일종계 김한수, 박남종 선임하사님, 공병계 정상배 상병

 

그 옛날 저 높은 곳에 위치하여 멀게만 느껴지던 대대장실도 행정실 옆에 위치하고, 가던 발걸음 멈추고 부동 자세로 '당백' 구호를 소리 높여 외치며 경례를 올리고 감히 어떤 말씀도 직접 드릴 수 없었던 그 옛날의 대대장님은 이제는 따뜻한 부모님의 모습으로, 친근한 교장 선생님의 모습으로 병사들 곁에 다가오는 듯합니다.

* 군수과 사무실 앞에서(1977) 대학교 후배 작은 거인 측지반 김준, 군수과 김영택(나), 병기과 송성한  

 

산뜻한 군복을 입고 활기차게 오가는 후임 병사들을 보니 문득 그 옛날 졸병 시절이 떠오릅니다. 땟국물에 절은 후줄근한 군복을 입고 연병장에서 쇠비름 잡초를 뽑고, 챠리 부대 가는 길, 산 언덕에서 싸리나무를 꺾어 와 빗자루를 만들고, 무릎까지 함박눈이 쌓인 겨울이면 제설 작업하느라 식사도 거르고, 때론 아무 이유도 모른 채 정강이를 군홧발에 채이기도 하고 구타를 당하기도 하고, 심한 인격적 모욕에 서러움의 눈물을 삼키기도 했던 그 옛날 졸병 시절... 

* 넉가래로 눈을 치우며(1976) 

* 눈 쌓인 어느 해 겨울(1976)

 

* 본부포대 행정 사무실 앞에서(1977) 함박눈 내린 겨울날 제설 작업을 하다가 한 컷.

◆ 대한민국 파이팅~!

 

살아있는 전설 주임원사님의 안내로 이곳 저곳 부대 시설과 현황을 둘러봅니다. 포에 대한 재원도 설명 듣고, 포에 탑승하는 체험도 해보고, 전시된 군수물자와 장비, 비상식량도 살펴봅니다. 격세지감(隔世之感)... 정말 그 옛날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수한 시설과 장비에 마음이 든든해집니다 반합을 보니 일요일이면 점심으로 지급받은 라면을 끓여 먹던 추억이 떠오릅니다. 오늘 점심은 군대리아(햄버거 및 샐러드). 취사병의 노고를 줄여주기 위해 간단한 점심을 준비했다는 말을 들으니 병사들을 사랑하시는 대대장님의 세심한 배려가 감동으로 다가옵니다. 

* 김한수 상병, 정상배 병장, 김영택 일병, 김대규 하사, 이성교 하사 

졸병 시절 동계 훈련에 참가하여 파로호에서 군수과 고참들과 함께


자상하신 대대장님의 배려로 멋진 1호차를 타고 화포운영 시범장으로 올라갑니다. 포대 병사들의 시범을 지켜본 후 부모님들과 장병들 모두 함께 단체 기념사진을 찍습니다. 대대장님이 멋진 구호를 외치면 모두 따라서 외칩니다. 대한민국 파이팅~! 사병식당에서 행운권 추첨을 하며 잠시 즐거움을 나누고 웃음꽃을 피웁니다. '대대장님과의 간담회'에서 대대장님이 정말 가슴에 와 닫는 말씀을 하십니다. 병사들을 사랑하시는 마음에 감사와 존경심이 우러납니다.  

* 파로호에 훈련 중 한 컷(1976)

 

저 멀리 대암산이 보입니다. 군대 시절 산중턱까지 올라가서 교육 훈련을 받았던 기억이 새록새록 납니다. 15년 전 쯤, 서울중등생물교사회 양구생태탐사에 참가하여  대암산 용늪을 오르며 3년간 이곳에서 군대 생활을 하면서 한 번도 올라가보지 못한 용늪을 오른다며 감격해 했던 기억도 떠올립니다.

 

* 대암산에 눈이 내리던 날

취사반 박존희, 김양태, 이건우, 강재수

 

그리움만 가슴에 가득 안고...

 

이제 잠시 머문 부대를 떠나갑니다. 40년 전, 30개월 군대 생활을 마치고 아직 대암산에 잔설이 남아있던 3월 어느 날, 홀연히 부대를 떠나오던 그 날이 엊그제 일인 듯 생생히 떠오릅니다. 전역 전날 부대 후문을 빠져나가 무수막 주막집 호롱불 아래에서 막걸리 한 잔으로 석별의 정을 나누었던 취사반 강 상병(강재수)과 이 상병(이건우)은 지금 어느 하늘 아래 어디서 무엇을 하며 살아가고 있느뇨? 다운 청춘을 함께 했던 그 스무 살 남짓 청년들, 혈기방장 젊음을 함께 했던 본부포대 전우들, 그립고 보고 싶은 전우들은 다 어디서 무엇을 하며 살아가느뇨?

* 전역하는 날, 군수과 식구들과 함께  남상소, 선임하사님, 이성교 하사님, 김영택(나), 김용철 군수과장님, 최동호 인사과장님(전 본부포대장) 박춘구, 김용원, 원종찬(군수과 서무계 후임) 

 

* 인사과 박영근, 측지과 오기봉, 본부 박영균, 군수과 김영택(나), 측지과 김양태, 병기과 송성한 * 대암산에 잔설이 남아있던 3월 어느 날, 그토록 고대하고 마냥 즐거울 것만 같던 전역을 하던 그날... 그런데 그날은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고  말없이 부대를 떠나오는데 왠지모를 눈물만이 앞을 가렸다. (1978.3.21) 

 

사라진 옛 추억의 조각들을 찾아 헤매다 그리움만 가득 안고 돌아옵니다. 부대 정문을 나서기 전 내가 소중하듯 너 또한 소중하다. 그러나 나라는 더욱 더 소중하다글귀가 아로새겨진 833포병대대의 트레이드마크인 조형물 앞에서 마지막 추억의 사진을 남깁니다. 내가 근무했던 4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키며 우리들 전역자를 반겨주는 유일한 친구. 그 옆에 자리 잡은 전설 속 8인치 곡사포또 하나의 새로운 부대 상징물이 되어 몇 십 년 후에도, 몇 백 년 후에도 그리움을 안고 찾아오는 전역자들을 반갑게 맞아주겠지요?

* 부대개방행사에 참가하여... (2017. 5.12)

* 40년전에도 그 모습 그대로... 군수과 이성교 하사(1977년)

* 대대장님이 주신 선물, 곰취 한 박스 대대장님, 감사합니다~!

 

◆ 부대를 뒤로 하고...

 

위병소를 지나 부대를 빠져 나와 집으로 향하는 길, 동면 원당리 마을 지날 때 박 전우가 하는 말에 또 다시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여기 이 집이 병기과 김영환 선임하사님 집이었어요. 박남종 군수과 선임하사님 집은 저 안쪽으로 들어가면 있었지요. 여전히 옛 모습 그대로 남아있는 집, 수소문해 만나 뵙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지만 살아계시지 않을 것만 같은... 무심한 세월이 너무 많이 흘러가버린 듯합니다.

 

두 분과의 추억이 불현 듯 떠오릅니다. 힘들고 서글펐던 졸병 시절, 누구보다 우리들을 인간적으로 대해주셨던 박남종 군수과 선임하사님, 전역 후 꼭 한번 만나 뵙고 싶었는데... 두 손 꼭 잡고 고마움 표현하고 싶었는데... 세월은 사람을 기다리지 않는가 봅니다.

 

* 追錄 : 2017년 가을, 기적처럼 박남종 선임하사님을 재회하였다. 실로 40년 만이었다.

 

* 최규익 선임 전역하는 날에.. 군수과 남상소, 신현탁 과장님, 최규익 병장, 박남종 선임하사님, 김영택(나), 김대규 하사님 

 

어디선가 노랫소리가 들려오는 듯합니다. 저녁 식사 후 내무반 침상에 모여 노래자랑을 할 때 누군가 구슬프게 불렀던 노래, 제대복을 입고 양구 선착장 가는 길에 전역 동기들이 함께 불렀던 노래...

 

삼팔선의 봄

 

눈 녹은 산골짝에 꽃은 피누나.

철조망은 녹슬고 총칼은 빛나

세월을 한탄하랴, 삼팔선의 봄...’

 

전선야곡

 

가랑잎이 휘날리는 전선의 달밤

소리 없이 내리는 이슬도 차가운데,

단잠을 못 이루고 돌아눕는 귓가에...

어머님의 목소리, 그 목소리 그리워...’

 

◆ 또 하나의 추억을 쌓고 발걸음을 돌리며...

 

우리 전역자들을 따뜻하게 맞이해 주신, 부대 역사관을 만드시고 큰 비전을 제시하시는 참군인 이준왕 대대장께 존경심을 느낍니다. 또한 이곳 저곳 부대 시설과 현황을 안내해 주신 살아있는 전설 주임원사님께도 마음깊이 감사를 드리며 또 하나의 추억을 쌓고 발걸음을 돌립니다.

먼 훗날 우리 손주가 군대를 간다면 멋진 포병의 자부심(Pride of Artillery)을 간직한 833포병대대에 보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40년 전 30개월 청춘의 추억이 서려있는 부대를 뒤로 하고 쉬움의 발걸음을 돌립니다. 추억 속 전우들 모습 아른거리고 그 목소리 들리는 듯한데...

 

 [후기] 833포병대대전우회

 

카페지기 대암산호랭이님을 만나 반가웠고, 먼길 차 운전하고 추억 여행에 동행한 박수천 전우에게도 고마움을 표합니다. 833포병 부대 장병들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며 내년을 기약해 봅니다~! 나의 젊음을 두고 온 곳, 찬란한 슬픔과 서러운 추억이 서려 있는 곳, 그 남은 흔적과 조각을 찾으며 꿈을 꾸듯 40년 전 공간을 헤매다 돌아온 하루였습니다.

 

* 833포병대대 본부포대 군수과 서무계 전역자 김영택 씀 (2017.5.12)

 

 

 

* 833포병대대 포대별 군사 퀴즈대회 참가(1976)

김대규 하사님과 한 조를 이루어 우승~!!!

 

* 833포병대대 최초(?) 전역 기념패 

 

 

[추록] 40년 전 모셨던 군수과장님 소식을 듣고

   

833포병대대 부대 문을 하고 온 날, 우연히 인터넷에서 어느 신문에 실린 '한 장의 사진'을 보았다.  깜짝 놀랐다. 40년 전 모셨던 군수과장님이 신문에 응모한 사진이었다. 우리 군수과 식구들이 과 사무실에서 정답게(?) 회식하는 사진이었다.

 

과장님께 전화를 드렸다"과장님, 저는 40년 전 833포병대대 군수과 서무계로 근무한 김영택입니다. 그 때 저희들 기억나십니까?"

"반갑네, 기억나다 뿐이야,"

군대 시절, 과장님은 사무실에 전화를 하시면 늘 첫마디는 "낸데 말이야..."였다. 그 특유의 경상도 억양의 말씀이 조금도 변하지 않으셨다.

"그 때 과원들 정말 다시 한 번 보고 싶네." 라는 말씀과 함께

"내년에는 우리 함께 부대를 꼭 한 번 방문하자!" 하시는 말씀에 가슴이 찡해 온다.

 

일흔이 넘으신 연세에 40년 전 젊은 시절 장교로 근무하셨던 부대를 다시 찾으시면 또 얼마나 감개무량해 하실지 벌써부터 내 마음도 뛴다.

 

다시금 되돌아보는 군대 시절, 그 힘들고 고달픈 나날에도 함께 그 고통을 나눌 수 있었던 전우들이 있었기에 나는 진정 행복했노라. 그 힘들고 서러운 날들 마치고 그곳을 떠날 때 진심으로 이별을 아쉬워하며 석별의 정 나누어준 전우들이 있었기에 나의 젊음을 바친 군 생활은 결코 헛되지 않았으리.

 

'언젠가는 동고동락했던 그립고 보고 싶은, 소식 없는 전우들의 얼굴을 한 번쯤은 볼 수 있겠지' 하고 부질없는 소망을 빌어본다. 때론 고달팠고 서러웠고 때론 전우들과 진한 눈물도 흘렸지만 군대 생활 3, 이제는 모든 것이 추억이 되었고 모든 것이 그립고 또 그리울 뿐...

 

아아! 세월은 흘러 흘러 전역한 지도 어느 덧 39, 오늘도 나는 청춘의 봄을 되돌아본다. 봄날은 간다. 봄날은 간다. 세월은 그렇게 그렇게 흘러만 간다. 흘러만 간다.

 

* 군수과장님이 어느 신문 '한장의 사진'에 투고하신 사진, <제목> 부대원들과 함께

△ 전역 두 달 후 보내주신 신현탁 군수과장님 편지

 

 

 

 

 

* 병기과에서 근무한 '박수천' 전우 제공 사진

 

* 의무대에서 근무한 '임종빈' 전우 제공 사진

 

◆ 833포병대대 포대 군수과 1978년 3월 23일 전역자 김영택 추억록

*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는 한 끝에 부처

* 형제와도 같이 친하게 지낸 강재수 후배가 써 준 전역 축하글. 서울공고 광산과(65회) 동창들을 통해 그토록 찾아보았으나 바람 결에도 소식 들려오지 않는 보고싶은 전우, 독산동 사나이 강재수

* 브라보포대 일종계로 기억되는 오선경 일병이 써 준 전역 축하 글

* 외무고시 합격하고 군에 입대한 고려대 출신의 학구파, 원종찬 군수과 서무계 직속 후임이 쓴 전역 축하글. 원종찬 전우는 후에 멕시코 대사와 콜롬비아 대사를 역임했다.

* 군수과 이사종계 김용원 일병이 쓴 전역 축하 글

* 허규 통신과 서무계가 써 준 전역 축하 글

* 대학교 후배 측지반 작은 거인, 김준 병장이 써 준 전역 축하 글

* 지금은 광주에서 목회 활동하는 정태진 본부포대 후배가 써 준 전역 축하 글

* 한국외대 영문과 출신, 송성한 병기과 서무계가 써 준 전역 축하 글

 

* 대학교 후배 서울대 미학과 출신, 김영석 작전과 서무계가 써 준 전역 축하 글

 

* MBC 웃으면 복이 와요, 코미디 작가 중앙대 연극영화과 출신 재화 암호병이 써 준 전역 축하 글

* 한국석유공사에 근무하다가 퇴직한 박수천 병기과 병기계가 써 준 전역 축하 글

* 같은 사무실 군수과 옆 병기과 서무계 이원경 전우가 써 준 전역 축하 글

* 에필로그... written by Song Seong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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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일기] 대암산 생태 탐방로와 양구 833포병대대의 추억, 대암산 용늪에 올라 금강초롱을 보다

대암산 생태 탐방로와 833포병대대의 추억 우연히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양구군에서 제작한 '대암산 생태 탐방로'가 눈에 띄였습니다. 문득 10여 년 전 여름 방학 때 3박 4일 양구 생태 탐사에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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