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산책] 소설 명시 수필 시조 동화 2094

[칼럼] '봄은 왔는데… ' 김규철 서원대 교수 (2022.03.11)

[칼럼] 봄은 왔는데… / 김규철 서원대 교수 나는 코로나19에 취약한 기저질환자다. 뉴스를 보면, 60대가 되면 특별한 병이 없어도 기저질환자가 되는데 나는 당뇨병 25년차에 60대이니 꼼짝없다. 불안하기 짝이 없다. 조심한다. 가능하면 방콕이고, 마트도 잘 안 간다. 사회적 거리 두기는 이미 일상이 되었다. 그나마 청계천변을 산책하는 것이 낙인데 이제는 그것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차제에 지난 10여 년 동안의 충격적인 경험을 되돌아보았다. 한 십년쯤 전, 개인적으로 꽤 큰 충격을 받았던 장면이 있었다. 병원에서의 일이다. 그곳에서 ‘아버님’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다.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땐 나하고 상관없는 말인 줄 알았다. 나는 간호원이 누군가에게 ‘아버님’이라고 불렀지만 아무도 대꾸하지 않..

[사색의향기] '금강송을 생각하다' 백승훈 시인 (2022.03.10)

[사색의향기] 금강송을 생각하다 (g-enews.com) [사색의향기] 금강송을 생각하다 코로나 대확산으로 세상이 한껏 어수선한데, 경북 울진에선 대형 산불까지 발생하여 수십 년 가꿔온 숲을 한순간에 잿더미로 만들고 있다. 급기야는 소광리의 금강송 군락지까지 위협하고 있다 news.g-enews.com [사색의향기] 금강송을 생각하다 / 백승훈 사색의향기 문학기행 회장(시인) 코로나 대확산으로 세상이 한껏 어수선한데, 경북 울진에선 대형 산불까지 발생하여 수십 년 가꿔온 숲을 한순간에 잿더미로 만들고 있다. 급기야는 소광리의 금강송 군락지까지 위협하고 있다니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없다. 울진군 금강송면 소광리는 국내 소나무 가운데서도 재질이 특히 뛰어나 최고로 치는 금강송 군락지다. 2247ha의 면적에 ..

[명시감상] '눈물보다 아름다운 것', '아름다운 눈으로' 남낙현 (2022.03.08)

■ 눈물보다 아름다운 것 / 남낙현 (시인) 나는 눈물이 없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 눈물이 없는 사람은 가슴이 없다 바닥까지 추락해본 사람은 눈물을 사랑한다 바닥엔 가시가 깔려 있어도 양탄자가 깔려 있는 방처럼 아늑할 때가 있다 이제는 더는 내려갈 수 없는 나락에 떨어지면 차라리 다시 일어서서 오를 수가 있어 좋다 실패한 사랑 때문에 실패한 사업 때문에 실패한 시험 때문에 인생의 밑바닥에 내려 갔다고 주저 앉지 말아라 희망조차 보이지 않는다고 실망 하지 마라 무슨 일이든 맨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하면 되는 것이다 사람은 흘린 눈물 만클 인생의 깊이를 안다 눈물보다 아름다운 것은 용기와 희망이다 ■ 아름다운 눈으로​ 비가 내리는 날은 비가 와서 좋고 눈이 내리는 날은 눈이 와서 좋고 햇볕이 쨍쨍 내리쬐..

[명시감상] '다들 그렇게 살아가고 있어' 이외수 (2022.03.08)

■ 다들 그렇게 살아가고 있어 / 이외수 울지 말게 다들 그렇게 살아가고 있어 날마다 어둠 아래 누워 뒤척이다 아침이 오면, 개똥같은 희망 하나 가슴에 품고 다시 문을 나서지 바람이 차다고 고단한 잠에서 아직 깨어나지 않았다고 집으로 되돌아오는 사람이 있을까 산다는 건 만만치 않은 거라네 아차 하는 사이에 몸도 마음도 망가지기 십상이지 화투판 끗발처럼 어쩌다 좋은 날도 있긴 하겠지만 그거야 그때 뿐이지 어느 날 큰 비가 올지 그비에 뭐가 무너지고 뭐가 떠내려갈지 누가 알겠나 그래도 세상은 꿈꾸는 이들의 것이지 개똥같은 희망이라도 하나 품고 사는 건 행복한 거야 아무 것도 기다리지 않고 사는 삶은 얼마나 불쌍한가 자, 한잔 들게나 되는 게 없다고 이놈의 세상 되는 게 하나도 없다고 술에 코 박고 우는 친구..

[詩로 읽는 세상이야기] 지조(志操) - 황명걸 (2022.03.07)

e대한경제 (dnews.co.kr) [詩로 읽는 세상이야기] 지조(志操) - 황명걸 www.dnews.co.kr 지조라는 말, 꽤 오랜만에 들어본다. 요즘 시대에도 지조라는 말이 통용되고 있는가. 사전을 찾아본다. ‘곧은 뜻과 절조’라고 나온다. 요즘 시대에 지조를 이야기 한다는 것은 없는 말 찾는 것처럼 어렵다. 시절이 그렇게 흘러 변한 것이다. 그래도 지조라는 말이 살아있을 때는 지조가 남아 있었던 것이다. 이제는 굳이 지조라는 말을 사용하거나 찾을 필요가 없다. 쉽게 변하고 퇴색되고 작은 이권 따라 흔들리는 일들이 일상 같은 시대에 지조는 사전에나 남아있는 장식적인 낱말이 되었다. 반대로 그만큼 귀한 말로 남게 되었다. 지조를 목숨처럼 생각하며 살아가던 시대가 있었다. 여기서 ‘목숨처럼’이라는 말을..

[詩로 읽는 세상이야기] 사람 - 김준태 (2022.03.07)

e대한경제 (dnews.co.kr) [詩로 읽는 세상이야기] 사람 - 김준태 www.dnews.co.kr 백어가 아버지 공자에게 묻는다. 왜 시를 써야 하느냐고. 그때 공자 왈, 시를 쓰지 않으면 벽을 마주보고 있는 것과 같다고 대답한다. 벽은 집의 둘레나 방을 든든하게 둘러 울타리 역할도 하지만 공자가 말하는 벽은 앞을 가로막는 답답한 존재이다. 시를 쓰지 않으면 벽창호라는 말이다. 그런데 시를 쓰지 않고 사는 일이 더 재미있고 신나고 시원하며 부담도 없다. 시 쓰라고 하면 그 자체가 스트레스가 되어 오히려 벽을 마주하고 있는 것 같이 답답할 수 있다. 그 답답한 벽을 허물어버리고 자기 생각과 느낌을 술술 풀어내어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킬 수 있는 시가 나온다면 그때는 활짝 열린 문이 된다. 문과 벽, ..

[詩로 읽는 세상이야기] 고드름 - 박정원 (2022.03.07)

e대한경제 (dnews.co.kr) [詩로 읽는 세상이야기] 고드름 - 박정원 www.dnews.co.kr 이 시는 더 이어진다. ‘이쯤에서 풀자 내 탓이다 목이 마르다/ 처마 끝에서 지상까지의 거리를 재는/ 낙숫물 소리// 결국에는 물이었다/ 한 바가지 들이켜지 않겠는가’ 노스님이 가리키던 동백꽃 투욱, 지는 것으로도 의미가 되는가 싶은데 두 연을 더 넣어 내 탓을 거론한다. 아무리 오기 세워봐야 결국 물이 된다는 것도 의미 확장이 되는가, 또 생각해 본다. 그때 참기를 잘했다고 생각한다. 남 탓 않고 다 뒤집어쓰고 욕먹기를 참 잘했다고 생각한다. 불끈불끈 솟구치던 송곳처럼 날카로운 오기도 잘 버렸다고 스스로 대견해 한다. 오기로 복수해봐야 소용없다는 것을 나이 들어가며 깨닫는다. 싸운다는 것 자체가 ..

[詩로 읽는 세상이야기] 그런 길은 없다 - 베드로시안 (2022.03.07)

e대한경제 (dnews.co.kr) [詩로 읽는 세상이야기] 그런 길은 없다 - 베드로시안 www.dnews.co.kr 세심하지 못한 나는 시와 잠언의 경계를 구분하지 못한다. 다만 지혜롭고 경건한 것이 잠언이라면 세속적인 것까지 끌어안은 것이 시라고 막연히 생각하며 살아왔다. 수많은 시를 읽고 시인을 만났지만 그래도 모르는 시 세계가 태반이고 얼굴 못 본 시인이 수두룩하며 알지도 못하는 시편은 산더미 같다. 그러나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세상 일 다 알며 사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고 배짱부리며 시를 쓰고 읽고 시론을 펼치며 시 창작 강의도 열심히 떠들고 다닌다. 이 시는 법정 스님이 인용하여 널리 알려졌는데 정작 나는 베드로시안에 대해 잘 모른다. 성경 속 베드로는 아닌 것 같고 미국 야구선수 캠 베드..

[詩로 읽는 세상이야기] 생선요리 - 김후란 (2022.03.07)

e대한경제 (dnews.co.kr) [詩로 읽는 세상이야기] 생선요리 - 김후란 www.dnews.co.kr 끼니 때마다 먹을 반찬이 마땅치 않아 걱정이지만 믿고 사먹을 고기나 채소나 생선은 있는지도 걱정이다. 방부제는 없는지 농약은 얼마나 뿌렸는지부터 시작해서 중금속이나 주변의 오염된 물질에 노출된 것은 아닌지…. 생각하다 보면 머리가 아파 아예 걱정을 하지 않기로 했다는 사람들도 많다. 이것저것 따지면 먹을 것이 없다는 말이다. 먹는 것만큼은 그래도 원칙을 지켜 줘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것도 희망사항일 뿐이다. 등 푸른 생선이 좋다는 말이 식탁을 차지하던 때가 있었다. 펄떡이는 힘 좋은 모습과 비늘 번쩍이는 광채와 자연스레 따라붙는 싱싱하고 영양 만점의 등 푸른 생선은 말만 들어도 신선한 느낌이다...

[詩로 읽는 세상이야기] 첫눈 - 정양 (2022.03.07)

e대한경제 (dnews.co.kr) [詩로 읽는 세상이야기] 첫눈 - 정양 www.dnews.co.kr 도깨비는 무섭게 보이지만 재미있고 해학적이며 사람을 도와주고 구해주기까지 한다. 궁궐 대문이나 정자 앞에 도깨비 얼굴인 귀면이 떠억 버티고 서 있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궁궐을 지켜주고 정자를 보호해 주는 역할을 맡고 있는 것이다. 화성 장안문은 육축 위 누각 창문에 귀면을 그려 막아 놓았다. 유일하게 코를 뚫어 놓았는데 이곳으로 총을 쏠 수 있게 위장해 놓은 것이다. 도깨비 이야기는 들으면 들을수록 재미있고 상상의 세계로까지 날아다니는 마력이 있다. 빚을 갚고도 잊어버려 평생 빚을 갚는다는 도깨비 이야기는 신기하고 재미있다. 사람은 꿔갈 때 마음 다르고 갚을 때 마음 다른 경우가 많다. 빚지고 자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