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로 읽는 세상이야기] 고드름 - 박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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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는 더 이어진다.
‘이쯤에서 풀자 내 탓이다 목이 마르다/ 처마 끝에서 지상까지의 거리를 재는/ 낙숫물 소리// 결국에는 물이었다/ 한 바가지 들이켜지 않겠는가’
노스님이 가리키던 동백꽃 투욱, 지는 것으로도 의미가 되는가 싶은데 두 연을 더 넣어 내 탓을 거론한다. 아무리 오기 세워봐야 결국 물이 된다는 것도 의미 확장이 되는가, 또 생각해 본다.
그때 참기를 잘했다고 생각한다. 남 탓 않고 다 뒤집어쓰고 욕먹기를 참 잘했다고 생각한다. 불끈불끈 솟구치던 송곳처럼 날카로운 오기도 잘 버렸다고 스스로 대견해 한다. 오기로 복수해봐야 소용없다는 것을 나이 들어가며 깨닫는다. 싸운다는 것 자체가 이미 스스로를 버리고 있는 것이다.
세상, 이기겠다고 이빨 드러내고 으르렁거리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이기겠다는 것 자체가 이미 지고 있는 것이고 그 자체가 욕심뿐이라는 것을 천하에 알리는 꼴이다. 그 꼴을 하면서도 이겼니, 해냈니 떠드는 세상이 저물고 차분하게 만나는 설날을 기다려 본다.
배준석(시인ㆍ문학이후 주간)
/ 2022.03.07 옮겨 적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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