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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의진의 시골편지] 곡식 곡간

[임의진의 시골편지] 곡식 곡간 (daum.net) [임의진의 시골편지] 곡식 곡간 [경향신문] 오래전 서울 살던 이문구 선생은 강연차 전남 땅을 밟았는데 누가 말을 건넨다. “나 여그 사는 아무개요. 아따 더운디 뭘라고 따분허게 앉어 있소. 쩌그 가서 입주(술 신고)나 허게 news.v.daum.net 오래전 서울 살던 이문구 선생은 강연차 전남 땅을 밟았는데 누가 말을 건넨다. “나 여그 사는 아무개요. 아따 더운디 뭘라고 따분허게 앉어 있소. 쩌그 가서 입주(술 신고)나 허게 나오씨쇼.” 이문구는 소설가 송기숙과 이렇게 만났다. “말거시기 잔이란 생맥주 큰 잔으로 날씨보다도 뜨거운 정종대포 마시는 법, 국수가락 같은 세발 낙지를 졸도시켜 통째로 욱여먹는 법, 문저리라는 망둥이를 된장 양념으로 한입에..

[임의진의 시골편지] 이러쿵저러쿵

[임의진의 시골편지] 이러쿵저러쿵 (daum.net) [임의진의 시골편지] 이러쿵저러쿵 [경향신문] 영화 를 보면 성탄 즈음에 감옥에서 나온 금자씨. 13년 반 감옥에서 살다나온 금자씨 앞에 목사가 두부를 건넨다. “두부처럼 하얗게 살라고, 다시는 죄짓지 말란 뜻으 news.v.daum.net 영화 를 보면 성탄 즈음에 감옥에서 나온 금자씨. 13년 반 감옥에서 살다나온 금자씨 앞에 목사가 두부를 건넨다. “두부처럼 하얗게 살라고, 다시는 죄짓지 말란 뜻으로 먹는 겁니다.” 그러자 금자씨는 두부를 길바닥에 내동댕이치며 한마디 한다. “너나 잘하세요.” 영화가 끝났지만 배우 이영애가 주먹만 한 눈알을 궁굴리며 심드렁하게 내뱉는 말 ‘너나 잘하세요’는 유행어가 되었다. 게다가 “저 개종했어요”로 목사에게 최..

[임의진의 시골편지] 돈오리 비해피

[임의진의 시골편지] 돈오리 비해피 (daum.net) [임의진의 시골편지] 돈오리 비해피 소금기 없이 짐짐한 수육. 냄새만으로도 불콰해지는 홍어, 푹 짠 내가 스민 묵은지로 저녁을 걸게 얻어먹었어. 음식솜씨로 소문난 분이 마련한 전시 뒤풀이였다. 오래전 광주학살을 묵인한 미국 news.v.daum.net 소금기 없이 짐짐한 수육. 냄새만으로도 불콰해지는 홍어, 푹 짠 내가 스민 묵은지로 저녁을 걸게 얻어먹었어. 음식솜씨로 소문난 분이 마련한 전시 뒤풀이였다. 오래전 광주학살을 묵인한 미국에 분개한 미대생들이 성조기가 찢긴 장면의 걸개그림을 그렸는데, 미국도 아닌 한국의 국가보안법으로 모진 고문과 옥살이. 그림 때문에 국가보안법이 적용된 것은 국내 처음이었는데, 그 한 사람이 바로 이상호 화백. 이후 고..

[임의진의 시골편지] 곡예사의 첫사랑

[임의진의 시골편지] 곡예사의 첫사랑 (daum.net) [임의진의 시골편지] 곡예사의 첫사랑 옛날 노래는 제목부터 재미나. ‘노오란 샤쓰의 사나이’ ‘수덕사의 여승’ ‘카츄사의 노래’,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곡 ‘곡예사의 첫사랑’. 1978년 MBC 서울국제가요제 대상은 윤복희의 ‘ news.v.daum.net 옛날 노래는 제목부터 재미나. ‘노오란 샤쓰의 사나이’ ‘수덕사의 여승’ ‘카츄사의 노래’,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곡 ‘곡예사의 첫사랑’. 1978년 MBC 서울국제가요제 대상은 윤복희의 ‘여러분’, 듀엣 ‘산이슬’의 24세 가수 박경애가 부른 ‘곡예사의 첫사랑’은 금상. 박경애는 인천여상 친구 주정이씨와 듀엣으로 활동하다 솔로로 데뷔, ‘곡예사’를 불러 큰 인기를 탔고 50세에 그만 병으로 세..

[임의진의 시골편지] 당근 말밥

[임의진의 시골편지] 당근 말밥 (daum.net) [임의진의 시골편지] 당근 말밥 도서관 일로 보기로 했다가 역병 땜시 미뤄진 이혜미 시인과의 만남. 해가 지나고 그이가 쓴 먹방 에세이를 떠들어보니 당근이 고개를 내밀며 인사를 청하네. 마침 나도 닭볶음탕을 해 먹을까 news.v.daum.net 도서관 일로 보기로 했다가 역병 땜시 미뤄진 이혜미 시인과의 만남. 해가 지나고 그이가 쓴 먹방 에세이를 떠들어보니 당근이 고개를 내밀며 인사를 청하네. 마침 나도 닭볶음탕을 해 먹을까 하고 당근을 한 개 샀는데, 정작 닭살이 좍 오른 닭의 살갗에 비위가 상해설랑 당근만 달랑 집어들고 왔어. 생으로, 아니 쌩으로 씹어먹어 볼까. 가끔 엄마가 카레 요리를 하다가 남은 당근 토막을 입에 넣어주신 기억. “당근을 손..

[임의진의 시골편지] 니얼굴

[임의진의 시골편지] 니얼굴 (daum.net) [임의진의 시골편지] 니얼굴 다운증후군 발달장애인이었던 형과 나는 어린 시절을 함께 보냈는데, 그림물감 색깔로 치자면 검은색. 형은 애초 말을 못했고, 나는 말을 잃은 아이였다. 우리는 주로 그림을 그리면서 놀았는데 news.v.daum.net 다운증후군 발달장애인이었던 형과 나는 어린 시절을 함께 보냈는데, 그림물감 색깔로 치자면 검은색. 형은 애초 말을 못했고, 나는 말을 잃은 아이였다. 우리는 주로 그림을 그리면서 놀았는데, 땅바닥에다 나뭇가지로 죽죽 좍좍. 예수도 땅에다 그림을 그렸다고 성경에 나와 있더군. 그 친구도 째지게 가난했나봐. 그림은 깨끗한 도화지에 그린다는 걸 알았지만 식구는 많고 공책도 아껴 썼다. 형이 교과서며 공책마다 낙서를 해버리..

[소소한 일상] 킨텍스 메가쇼와 능소화 피어난 여름 풍경

[소소한 일상] 킨텍스 메가쇼와 능소화 피어난 여름 풍경 오늘은 메가쇼가 열리는 일산 킨텍스를 다녀왔다. 집을 나서는데 주룩주룩 비가 내린다. 오늘부터 장마가 시작된다고 한다. 지하철 3호선 종점 대화역에서 내려 킨텍스로 향했다. 일산은 날씨가 잔뜩 흐리기만 할뿐 장맛비는 아직 내리지 않는다. 일산 킨텍스 제8홀에서 열리는 이번 메가쇼는 2022 소상공인 협동조합 판매전이다. 미리 신청하여 받은 모바일 무료입장권 바코드를 찍고 들어갔다. 코로나 팬데믹이 주춤한 탓인지 메가쇼 판매장은 첫날부터 인산인해다. 킨텍스 제1전시장 1홀에서는 2022 고양가구박람회, 2홀에서는 2022더골프쇼가 열리고 있다. 또한 제3홀에서는 제20회 국제광융합 020 엑스포, 제5홀에서는 제40회 맘앤베이비 엑스포가 열리고 있다..

[이은화의 미술시간]〈190〉어떤 죽음

어떤 죽음[이은화의 미술시간]〈190〉 (daum.net) 어떤 죽음[이은화의 미술시간]〈190〉 브리턴 리비에르 ‘망자를 위한 기도’, 1888년.죽음만큼 확실한 것이 있을까. 이유와 시기가 다를 뿐 사람은 누구나 반드시 죽는다. 그렇다고 모든 죽음에 애도가 따르는 건 아니다. 19세기 영국 news.v.daum.net 죽음만큼 확실한 것이 있을까. 이유와 시기가 다를 뿐 사람은 누구나 반드시 죽는다. 그렇다고 모든 죽음에 애도가 따르는 건 아니다. 19세기 영국 화가 브리턴 리비에르가 그린 이 그림 속엔 죽은 자만 있고 애도하는 자는 없다. 개 한 마리만 있을 뿐이다. 왜일까? 빅토리아 시대에 활동했던 리비에르는 17세 때부터 런던 왕립미술원에서 전시할 정도로 재능이 뛰어났다. 그는 신화나 역사 그림..

[이은화의 미술시간]〈189〉숨죽여 그린 그림

숨죽여 그린 그림[이은화의 미술시간]〈189〉 (daum.net) 숨죽여 그린 그림[이은화의 미술시간]〈189〉 게르트루데 잔트만 ‘졸린’, 1933년.1943년 독일 나치는 유대인 없는 베를린을 선포했다. 반유대주의를 표방한 뉘른베르크법이 발표된 지 8년 만이었다. 그렇다고 모든 유대인이 사라진 건 아니 news.v.daum.net 1943년 독일 나치는 유대인 없는 베를린을 선포했다. 반유대주의를 표방한 뉘른베르크법이 발표된 지 8년 만이었다. 그렇다고 모든 유대인이 사라진 건 아니었다. 악착같이 살아남은 생존자들이 있었다. 화가 게르트루데 잔트만도 그 중 한 사람이었다. 1893년 베를린의 부유한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잔트만은 베를린 예술인협회에서 공부하며, 케테 콜비츠에게 개인 수업을 받았다. ..

[이은화의 미술시간]〈188〉유혹하는 아내

유혹하는 아내[이은화의 미술시간]〈188〉 (daum.net) 유혹하는 아내[이은화의 미술시간]〈188〉 알렉산데르 로슬린 ‘베일을 쓴 여인’,1768년.서양 미술에는 웃는 초상화가 드물다. 모델이 장시간 웃으며 포즈를 취하기 어렵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한데 이 그림 속 여인은 너무도 환하게 news.v.daum.net 서양 미술에는 웃는 초상화가 드물다. 모델이 장시간 웃으며 포즈를 취하기 어렵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한데 이 그림 속 여인은 너무도 환하게 미소 짓고 있다. 상기된 볼과 빛나는 눈에선 기쁨과 행복이 묻어난다. 검은 베일을 쓰고 있는데도 미소가 가려지지 않는다. 그녀는 대체 누구기에 이렇게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는 걸까? 스웨덴 출신의 알렉산데르 로슬린은 30대 중반 때 파리에 ..

[이은화의 미술시간]〈187〉헤어진 연인의 초상

헤어진 연인의 초상[이은화의 미술시간]〈187〉 (daum.net) 헤어진 연인의 초상[이은화의 미술시간]〈187〉 크리스토파노 알로리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벤 유디트’, 1610∼1612년.황금빛 드레스를 입은 젊은 여인이 목 잘린 남자의 머리채를 잡고 서 있다. 짙은 어둠 속에 감춰진 다른 손에는 칼이 들려 news.v.daum.net 황금빛 드레스를 입은 젊은 여인이 목 잘린 남자의 머리채를 잡고 서 있다. 짙은 어둠 속에 감춰진 다른 손에는 칼이 들려 있고, 나이 든 하녀가 뒤에서 그녀를 보고 있다. 한눈에 봐도 그녀는 적장의 목을 베 조국을 구한 이스라엘 영웅 유디트다. 한데 그림 속 유디트는 용감한 영웅의 모습이 아니라 매혹적인 여인의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 게다가 살인한 사람의 표정치고는 너..

[이은화의 미술시간]〈186〉로댕의 모순된 선택

로댕의 모순된 선택[이은화의 미술시간]〈186〉 (daum.net) 로댕의 모순된 선택[이은화의 미술시간]〈186〉 오귀스트 로댕, ‘발자크’, 1898년.오귀스트 로댕은 58세 때 완성한 오노레 드 발자크 조각상 때문에 정치적 위기에 빠진다. 지금은 ‘가장 위대한 19세기 조각’이라는 평을 듣지만 당시 엄청난 news.v.daum.net 오귀스트 로댕은 58세 때 완성한 오노레 드 발자크 조각상 때문에 정치적 위기에 빠진다. 지금은 ‘가장 위대한 19세기 조각’이라는 평을 듣지만 당시 엄청난 비난을 받으며 주문자에게 거절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민감한 정치 스캔들에도 휘말렸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막대한 빚을 갚기 위해 밤낮으로 글을 썼던 발자크는 51년의 생애 동안 100편이 넘는 작품을 남..

[이은화의 미술시간]〈185〉등 따습고 배부른 삶

등 따습고 배부른 삶[이은화의 미술시간]〈185〉 (daum.net) 등 따습고 배부른 삶[이은화의 미술시간]〈185〉 알프레드 드드뢰 ‘안락의자에 앉은 퍼그’, 1857년.‘개 팔자가 상팔자’는 주인 잘 만나 호화롭고 평안하게 사는 개를 부러워할 때 쓰는 말이다. 삶이 고되고 고생스러울 때 넋두리로 내뱉는 news.v.daum.net ‘개 팔자가 상팔자’는 주인 잘 만나 호화롭고 평안하게 사는 개를 부러워할 때 쓰는 말이다. 삶이 고되고 고생스러울 때 넋두리로 내뱉는 말이기도 하다. 19세기 프랑스 화가 알프레드 드드뢰의 그림에는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개가 등장한다. 배불리 먹고 마신 뒤,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고 있는 모습이 꼭 사람 같다. 화가는 왜 개를 사람처럼 묘사한 걸까? 특정인에 대한 풍자일까..

[이은화의 미술시간]〈184〉거짓말쟁이의 코

거짓말쟁이의 코[이은화의 미술시간]〈184〉 (daum.net) 거짓말쟁이의 코[이은화의 미술시간]〈184〉 알베르토 자코메티 ‘코’, 1947∼1949년.피노키오는 1883년 이탈리아 작가 카를로 콜로디가 발표한 동화 속 주인공이다. 거짓말을 하면 코가 길어지는 이 나무 인형 때문에 긴 코는 거짓말의 상징 news.v.daum.net 피노키오는 1883년 이탈리아 작가 카를로 콜로디가 발표한 동화 속 주인공이다. 거짓말을 하면 코가 길어지는 이 나무 인형 때문에 긴 코는 거짓말의 상징이 되었다. 알베르토 자코메티는 1940년대 중반부터 긴 코를 가진 인물 조각들을 제작했다. 지독한 거짓말쟁이를 표현한 걸까. 동화 속 피노키오보다 훨씬 긴 코를 가졌다. 스위스 태생의 자코메티가 조각가를 꿈꾸며 파리로 향..

[이은화의 미술시간]〈183〉이미지의 힘

이미지의 힘[이은화의 미술시간]〈183〉 (daum.net) 이미지의 힘[이은화의 미술시간]〈183〉 한스 홀바인 ‘헨리8세의 초상’, 1536∼1537년.이미지가 중요한 시대다. 특히 정치인이나 연예인처럼 대중의 관심과 지지로 사는 사람들은 이미지 관리가 더 중요하다. 16세기 영국 왕 헨리 8세도 news.v.daum.net 이미지가 중요한 시대다. 특히 정치인이나 연예인처럼 대중의 관심과 지지로 사는 사람들은 이미지 관리가 더 중요하다. 16세기 영국 왕 헨리 8세도 이미지의 힘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당대 최고의 화가에게 초상화를 의뢰했다. 17세기에 소실됐는데도, 이 초상화는 가장 유명한 영국 군주의 이미지로 여전히 각인돼 있다. 어떻게 그게 가능했을까? 한스 홀바인은 독일 태생이지만 영국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