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 킨텍스 메가쇼와 능소화 피어난 여름 풍경
오늘은 메가쇼가 열리는 일산 킨텍스를 다녀왔다. 집을 나서는데 주룩주룩 비가 내린다. 오늘부터 장마가 시작된다고 한다. 지하철 3호선 종점 대화역에서 내려 킨텍스로 향했다. 일산은 날씨가 잔뜩 흐리기만 할뿐 장맛비는 아직 내리지 않는다.
일산 킨텍스 제8홀에서 열리는 이번 메가쇼는 2022 소상공인 협동조합 판매전이다. 미리 신청하여 받은 모바일 무료입장권 바코드를 찍고 들어갔다. 코로나 팬데믹이 주춤한 탓인지 메가쇼 판매장은 첫날부터 인산인해다.
킨텍스 제1전시장 1홀에서는 2022 고양가구박람회, 2홀에서는 2022더골프쇼가 열리고 있다. 또한 제3홀에서는 제20회 국제광융합 020 엑스포, 제5홀에서는 제40회 맘앤베이비 엑스포가 열리고 있다.
메가쇼가 열리는 킨텍스 주변 정원에 능소화 꽃이 정겹게 피어있다. 능소화(凌霄花)는 중국이 원산인 덩굴나무로 ‘하늘을 능가하는 꽃’이란 뜻이다. 능소화는 오래 전 중국에서 들여온 식물로 우리나라에서는 양반들이 이 나무를 아주 좋아해서 ‘양반꽃’이라고도 했으며, 평민들은 이 나무를 함부로 집안에 심지 못하게 했다고 한다.
꽃이 귀한 여름날의 아쉬움을 달래주는 능소화는 고즈넉한 옛 시골 돌담이나 삭막한 도시의 시멘트 담을 타고 올라가면서 아름다운 꽃을 피운다. 꽃은 7~9월에 피고 지름 6~8cm로 주홍색이지만 겉은 적황색이며, 가지 끝의 원뿔모양 꽃차례에 5~15개가 정생한다. 미국능소화는 능소화보다 꽃의 크기가 작고 더 붉은색을 띠며, 대부분 위로 향하여 핀다. (다음백과 참고)
등잔불 켜지듯이 능소화는 피고
꽃지는 그늘에서
꽃 빛깔이 고와서 울던 친구는 가고 없다
우기지 말 것을
싸웠어도 내가 먼저 말을 걸 것을
여름이 익어갈수록 후회가 깊어
장마 빗소리는 능소화 울타리 아래
연기처럼 자욱하다
텃밭의 상추 아욱 녹아 버리고
떨어진 꽃 빛깔도 희미해지겠구나
탈없이 살고 있는지 몰라
여름 그늘 울울한데
능소화 필 때마다 어김없이 그는 오고
흘러가면 그뿐 돌아오지 않는단 말
강물이야 그러겠지
나는 믿지 않는다
ㅡ ‘능소화 편지’ 이향아
능소화와 함께 인동덩굴이 피어난 것을 보니 이제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려는가 보다. 인동덩굴의 개화기는 6~7월이며, 인동초(忍冬草) 또는 금은화(金銀花)라고도 불리운다. 인동덩굴의 옛 이름은 겨우살이넌출이다.
인동덩굴은 어떤 악조건에서도 잘 견디며 우리 민족 만큼이나 끈기를 지닌 강인한 식물이다. 인동덩굴은 추위에 강해 서리가 내릴 때까지 생장을 계속한다. 워낙 생명력과 번식력이 강하여 한 번 뿌리를 내리고 나면 여간해서는 죽지 않고 번식한다. 우리나라, 일본, 타이완, 중국을 고향으로 하는 인동덩굴은 유럽과 미국에도 진출했다.(꽃과 나무 사전 참고)
《우리나무의 세계》에 인동덩굴에 관한 재미난 이야기가 실려있다. 그대로 옮겨 본다. 동양에서는 강인한 식물의 대명사로 최고의 대접을 받는 인동덩굴이지만 고향을 떠나면서 천덕꾸러기가 되었다. 특히 미국으로 몰래 이민 간 인동덩굴은 지형이 고향과 다른 넓은 초원을 만나자 온통 덩굴로 뒤덮어 초원을 지배해 버렸다. 동양에서 온 노랑이 꽃이라 이래저래 별로 탐탁지 않았는데, 하는 짓도 무법자이니 유해식물로 지정하여 제거에 열을 올렸다고 한다. 유럽으로 건너간 인동덩굴은 그래도 꽃에 꿀을 많이 가지고 있다 하여 꿀젖이라는 뜻의 ‘허니 서클(Honey-suckle)’이란 이름을 하사받은 것만도 큰 다행이다.
어느날 운명처럼
내게 다가온
사랑의 밧줄에 묶이어
너와 나는 한 몸이 되었다
처음엔 몰랐지만
세월이 흐를수록 아파오는
내 마음 모진 풍파 속에서도
함께 꽃피우기 위해
내 모든 것 다 내주고
나 아픈 줄 몰랐구나
여자이면서
여자의 길을 걷지 못했던
모순의 삶이여
여자이기에 참아야 했던
아픈 내 사랑이여
얼마나 고통을 견뎌내야
인동꽃은 피어날까
사랑은 아파도
사랑은 무거워도
사랑은 아름답고
애절한 나의 짐 처음엔 몰랐지만
세월이 흐를수록 아파오는
내 마음 모진 풍파 속에서도
함께 꽃피우기 위해
내 모든 것 다 내주고
나 아픈 줄 몰랐구나
아아 사랑으로 피었다가
사랑으로 질지어다
금은화야 금은화야 금은화야
ㅡ ‘인동초(금은화)’ 황유성
집으로 돌아가는 길, 일산에도 시원하게 한바탕 장맛비가 쏟아진다. 일산에 살 때 일산호수공원은 자주 갔었는데 킨텍스는 발길이 뜸했었다. 오늘 킨텍스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뿌듯한 마음 안고 발걸음을 집으로 향했다. 장마와 함께 시작될 무더위를 이열치열로 건강하게 이겨내야겠다는 다짐과 함께.
글·사진=김영택 / 2022.06.23
https://youtu.be/PIx3wOrEnb8
?? 능소화 / 나태주 ??
누가 봐주거나 말거나
커다란 입술 벌리고 피었다가 툭
떨어지는 어여뿐
슬픔의 입술을 본다.
그것도
비오는 이른 아침
마디마디 또 일어서는
어리디 어린 슬픔의 누이들을 본다
?? 다시, 능소화 / 백승훈 ??
땡볕에 그을려
초록 그늘마저 달아오르는
여름 한낮
태양을 능멸하듯
기품을 잃지 않고
한껏 우아하게 피어나는 꽃
세상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삶에 집중한다는 것
누가 뭐라하든
자신의 아름다움을 지킨다는 것,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 줄 알기에
시들기 전
스스로 바닥으로 내려앉은 능소화
차마 밟지 못한다
?? 능소화 연정 / 김은식 ??
기다림에 겨워
담장을 훌쩍 넘은 여심
동네어귀로
하루가 밝으면 님도 오실까?
치마저고리 붉은 홍단에
마음까지 주홍빛 옷고름
마음에 내린 사모의 뿌리가
꽃을 피웠네
기다리는 마음이
저토록 아름다운 꽃으로 서러울 때
그 세월을 감당할 수 있었을까
담장너머로,
멀리 동네어귀로,
바람소리에 귀를 여는
애절한 꽃대고개
주홍빛 눈물 훔치는 능소화야
?? 능소화 / 신동일 ??
남한산성 한 곁에 드리워진 넌
세속을 초월하고 마음을 비웠구나
청포도 주절 주절 열리던
칠월이면 절정을 이루고
만인을 유혹하는 너
너의 연분홍 얼굴은
당대 일색이던 황진이의 홍안에 비하랴
가지마다 의지하고 기어오르니
담쟁이와 같은 종류인가
그보다 실가지 주욱 드리워진 자태가
능수버들 같은 넌
향기마저 그윽하기에
지나는 객들은 넋을 잃고 갈 길 몰라하더라
?? 능소화 / 김윤자 ??
어머니, 지금
일흔 세 개 생명의 촛대 들고
능소화 허릿길 휘휘 돌아
하늘로 오르신다
가슴에 또아리 튼 몹쓸 병마는
하나씩, 둘씩 빛을 지우고
여름이 지는 날, 한줌 소나기에
부서지는 잿빛 희망
흙마당에 덩그러니 누워
채 눈감지 못한 저 눈부신 슬픔
시린 세월, 눈먼 꼭둑각시로
사랑의 독항아리
씨물까지 다 퍼주고
바싹 마른 우렁이 껍질, 빈몸
어머니, 혼자서는 일어서지도 못하여
연황빛 고운 입술
하늘 이슬로 목축이시며
삭은 나무 등을 빌어 오르시더니
하룻밤 찬비에
저리도 쉬이 으스러지실까
?? 능소화 / 이원규 ??
꽃이라면 이쯤은 되어야지
화무 십일홍
비웃으며
두루 안녕하신 세상이여
내내 핏발이 선
나의 눈총을 받으시라
오래 바라보다
손으로 만지다가
꽃가루를 묻히는 순간
두 눈이 멀어버리는
사랑이라면 이쯤은 되어야지
기다리지 않아도
기어코 올 것은 오는구나
주황색 비상등을 켜고
송이송이 사이렌을 울리며
하늘마저 능멸하는
슬픔이라면
저 능소화만큼은 되어야지
?? 능소화 / 산오자 ??
더위 먹고서야
어벙하게 가슴을 여는 꽃
장대비와 새우비를 피해
처마 밑의 벽이나
나무 등걸을 타다
정작 높이 올라서는
비맞고 피어나는 꽃
우리집 마당에
능소화가 져서
바람에 날리며
뒹군다
세월 가면 그녀도
능소화 향기로 색깔로
내 방문 앞에 보고픔에 날리어
오랜 그리움으로 서성일까
?? 능소화 / 박병식 ??
어이하나
어이하나
여린 내 마음속에
주체할 수 없는
사랑의 불덩어리 품었네
지난 여름 다가도록
뜨거운 땡볕 속
돌 담장에서 초가지붕 위 하늘까지
빨갛게 열정을 불태워도
이루지 못한 사랑
애타는 마음 속은
누렇게
누렇게
타들어만 가는데
그리움에 진저리치며
잠 못 이뤄 속앓이 하는
유난히도 달 밝은 밤
요염떠는 능소화
어찌 할까나
어찌 할까나
용광로 같은 내 마음 속에
시뻘겋게 끓어 오르는
사랑의 불덩어리를 품었네
?? 능소화 / 이형곤 ??
바람에 나부끼며
영혼 없이 흐느적거리는
서글픈 유희
기다리란 한마디에
마음 묶이고
몽환의 세월 또한
물처럼 흘러
주체 못할 서러움만
쌓여 가는데
잊을 수도 없고
잊혀지지도 않는
차마 무뎌지지 않는
날선 추억의 조각들이
지친 그리움 되어 서성이는데
덧댄 기다림 속에
우연히 그대를 생각해도
마음 아프지 않을 때쯤이
기다림의 끝인가
여태 안 오는 건
결코 오지 않을 거란걸
알면서도
스스로를 기만하며
거듭
피고지는 꽃
?? 능소화 / 조재선 ??
돌담을 감아 오른 능소화
한낮의 열기에 턱 괴고 요염을 떨더니
어느 날 임 떠나는 소리에
화들짝 돌담 위로 고개를 치켜든다.
어디 즈음 가고 있을까
그 뒤태라도 남기고 싶어
가느다란 모가지 쭉쭉 내밀고
미쳐버린 아낙처럼
돌담을 따라 줄기차게 기어오른다.
이렇게 쉬이 떠날 임이거든
이렇게 흔적없이 떠날 임이거든
내 속속들이 베어 있는
짙은 살 냄새도 깨끗이 씻고 가련만
다가올 장마 빗속에 홀로 살갗 찢어 씻으라
이리 말없이 떠나는가
돌담 위에 창백히 쓰러진 나를
무심한 내 님아
한 번만이라도 돌아보고 가려무나
구중궁궐 어린 후궁 버리듯
송두리째 나를 무너뜨리고 가는가
숨 막히는 여름이 다 가기 전
나는 피고 또 피어 돌담 위에 기다릴 테니
가는 길이 혹여 녹녹치 않거든
아무 거리낌 없이 슬픈 눈빛만 안고
바람처럼 달려오소서
길고 긴 여름 해가 나를 녹여
내 생각과 의지도 다 타버릴까 두려우니
정오의 해가 머리 위에 앉아 희롱하거든
지체 말고 돌아오소서, 돌아오소서
/ 2022.06.23 옮겨 적음
'[일상의 삶] 살아가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개화산둘레길걷기] (2) 방화동 내촌마을과 신대마을 여름 풍경 (0) | 2022.06.25 |
---|---|
[개화산둘레길걷기] (1) 풀꽃으로 피어난 무명용사의 넋을 기리며 (0) | 2022.06.25 |
[소소한 일상] 황금비 내리는 모감주나무 그늘 아래에서 (0) | 2022.06.21 |
[도봉역사문화탐방] (7) 김수영문학관, 최승호 시인의 문학 강연 (0) | 2022.06.18 |
[도봉역사문화탐방] (6) 방학동 은행나무와 원당샘공원 (0) | 2022.06.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