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삶] 살아가는 이야기

[소소한 일상] 황금비 내리는 모감주나무 그늘 아래에서

푸레택 2022. 6. 21. 14:20

황금내공원에 피어난 황금비 내리는 '모감주나무' 꽃과 열매

[소소한 일상] 황금비 내리는 모감주나무 그늘 아래에서 

오늘은 24절기 중 열번째 절기인 하지다. 일년 중 낮의 길이가 가장 길고, 밤의 길이가 가장 짧은 날이다. 오늘 낮의 길이는 14시간 46분이다. 하지(夏至)는 여름에 이른다는 뜻을 갖고 있으며, 태양의 남중 고도가 가장 높은 날이다. 하지가 지나면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된다. 하지 지나면 발을 물꼬에 담그고 산다는 속담이 있듯, 하지 무렵은 예로부터 농사꾼에겐 농사일로 가장 바쁜 시기라고 한다.

황금내공원 풋살경기장

오늘도 여느 날처럼 둘째 손주를 유치원 스쿨버스에 태워보내고 황금내공원으로 향했다. 건강을 위해 다시 시작한 테니스 벽치기를 하기 위해서다. 황금내공원은 평일엔 산책 나온 이웃 주민들이 한가한 시간을 보내고, 주말엔 풋살장과 농구장을 찾는 청소년들로 북적인다. 또한 이곳엔 강서한강공원으로 나가는 염강나들목이 있어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많이 눈에 띈다. 평범한 하루, 황금내공원의 일상 풍경이다. 황금내공원 숲길은 석수역과 가양역을 이어주는 서울둘레길 안양천 제6코스이기도하다. 

알고 걸으면 더 멋진 서울둘레길, 6코스 안양천코스

한 젊은이가 휠체어에 태운 아버지를 잠시 칠엽수 나무 그늘 아래 모셔두고는 멀찌감치 떨어진 곳으로 가서 담배를 꺼내 피운다. 공원 숲길, 아우의 팔에 의지한 채 한걸음 한걸음씩 힘겨운 발걸음을 내딛는 형의 모습이 안쓰럽다. 스트로브잣나무 늘어선 유아동네숲터에서 뛰놀다 나온 유치원 원아들이 어미닭 뒤쫓는 병아리떼처럼 선생님 뒤를 졸졸 따라간다. 자귀나무 한 그루가 그 모습을 지켜보며 분홍빛 부채를 부치며 웃음 짓는다. 개망초 꽃 피어난 길에는 노랑나비와 흰나비 한 쌍이 닿을 듯 말 듯 나풀나풀 현란한 춤을 추며 날아다닌다. 신기한 풍경이다.

모감주나무의 꽃과 열매

오늘 나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나무가 있었으니 바로 황금비 내리는 모감주나무다. 모감주나무 화려한 황금색 꽃이 작은 줄기마다 무리지어 피어났다. 영어권에서는 모감주나무를 황금비 내리는 나무(Golden rain tree)라 부른다. 우리나라에는 천여 종의 나무가 살아간다. 몇 년 전 산림청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사람들 중 절반 이상이 가장 좋아하는 나무로 소나무를 선택했다고 한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나무는 단연코 모감주나무다. 모감주나무는 황금색으로 피어난 꽃도 매혹적이거니와 꽈리 모양의 독특한 모습을 한 열매 또한 멋지고 신기하다. 

황금내공원에 피어난 모감주나무의 꽃과 열매

꽃 사진을 찍고 있는데 연세가 지긋하신 할머니 한 분이 말을 걸어온다. “꽃을 좋아하시는가 봐요.” “네~.” 어디에 쓰려고 그렇게 열심히 꽃 사진을 찍소?” “네, 그냥 제 블로그에 올려놓으려고요.” “아, 그 연세에 젊은이들처럼 블로그를......” 내가 꽃 사진을 찍는 이유는 꽃이 좋아서다. 꽃이 나를 찍어달라고 말을 걸어오기 때문이다. 그냥 무심히 지나치면 꽃들이 무척 섭섭해 한다. 선생님이 아이들 이름을 불러주듯 나는 나무와 풀꽃의 이름을 하나씩 하나씩 불러주며 사진을 찍고 기록으로 남긴다. 꽃은 늙고 시들어 사라져도 꽃의 젊은 모습은 내 블로그에, 내 가슴 속에는 영원히 남아 있다.
  

황금내공원 수돗가

한 시간 남짓 테니스 벽치기를 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전철을 타려고 주머니에 손을 넣었는데 뭔가 허전하다. 교통카드가 없어졌다. 아뿔싸!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운동복 주머니에 교통카드와 손수건을 같이 넣어둔 것이 화근이었다. 수돗가에서 세수를 하고 손수건을 꺼낼 때 카드가 떨어져 나간 것이 분명하다. 다시 발걸음을 공원으로 향했다. 누가 주워 갔을까? 못 찾으면 다시 만들면 되지. 참 번거로울 텐데. 테니스장엔 없다. 수돗가에도 없다. 누가 주워 갔구나. 어쩔 수 없지 뭐 하고 낙심하고 돌아서려는데 문득 마지막으로 쉬었던 벤치 생각이 났다.

황금내공원에 피어난 모감주나무 꽃과 열매

아! 고마워라.
내가 앉았던 벤치 그 자리 바닥에 얌전히 놓여 있는 낯익은 내 교통카드. 30분 남짓 동안 내가 떨어뜨린 그 자리에 얌전히 있어준 내 교통카드가 한없이 고맙고 사랑스러웠다. 잃어버린 한 마리 양을 찾은 목동(牧童)의 마음이 그러했을까? 곁에 서있는 황금비나무, 모감주나무가 빙긋이 웃고 있었다. 내가 교통카드를 다시 찾은 것은 황금내공원에서 황금비를 뿌리는 황금비나무가 지켜준 덕분임을 나는 그제야 비로소 알아차렸다. 

·사진=김영택 / 2022.06.21(화) 사진촬영 

https://youtu.be/rbTEUCcmvk4

https://youtu.be/tMduSuzA8Z8

https://youtu.be/A4ov01Rvjq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