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산책] 소설 명시 수필 시조 동화

[살며 사랑하며] 옥수수와 벼

푸레택 2022. 7. 21. 20:44

[살며 사랑하며] 옥수수와 벼 (daum.net)

 

[살며 사랑하며] 옥수수와 벼

늦은 아침 작업실로 향하는 골목길에서 한 부류의 아이들을 보았다. 이들은 동네 어린이집 아이들로 선생님 두 분의 인솔에 따라 골목 탐험 중이었다. 골목 곳곳에는 크고 작은 화분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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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아침 작업실로 향하는 골목길에서 한 부류의 아이들을 보았다. 이들은 동네 어린이집 아이들로 선생님 두 분의 인솔에 따라 골목 탐험 중이었다. 골목 곳곳에는 크고 작은 화분이 많았다. 고무통 같은 화분에서부터 사기로 된 화분까지 무엇이든 심을 수 있는 곳에는 꽃이며, 나무며, 상추, 파 같은 각종 식물이 심겨 있다. 선생님은 골목을 지나면서 아이들에게 식물에 대해 묻고, 아이들은 식물의 이름을 맞히는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했다.

내가 골목을 지날 때 아이들은 한 식물 앞에 서 있었다. 키가 무척 컸고, 선생님은 식물을 가리키며 “이건 뭘까요?”라고 물었다. 여러 대답 사이로, 한 아이가 “쌀이요”라고 답했다. 나는 ‘이곳에 쌀이 있었던가?’ 하며 아이들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는 피식 웃었다. 아이가 쌀이라고 말한 식물은 옥수수였기 때문이다. 선생님은 “이건 옥수수예요”라고 했지만 아이는 옥수수 머리에 쌀이 열려 있으니까, 이건 쌀이라고 다시 말했다.

작업실에 도착한 나는 아이가 한 말이 생각나서 상자 텃밭에 심어둔 옥수수를 유심히 보았다. 내가 심어둔 옥수수에도 이삭이 있었고 수염도 제법 자랐다. 옥수수를 보면서 문득 옥수수가 어떤 식물인지 궁금해져 검색해보았다. 결과를 보고 나는 놀라고 말았는데, 그 이유는 실제로 옥수수의 식물 분류가 볏과에 속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내가 옥수수수염으로만 알고 있던 것은 자화수(암꽃의 모임)이며, 옥수숫대에 있는 것은 웅화수(수꽃이 피는 이삭)라는 것도 알게 됐다.

아이의 답이 그저 귀여운 발상이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아이가 발견한 옥수수의 특질을 너무 쉽게 간과한 것이다. 이처럼 익숙한 방식으로 사물을 바라보는 것은 나의 경험이나 선입견이 투영되기도 하고, 그러면서 사물의 다양한 특징을 지우기도 한다. 여기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사물에 대한 호기심과 열린 태도에서 시작됨을 다시금 깨달은 하루이다.

천주희 문화연구자ㅣ국민일보 2022.07.15

/ 2022.07.21 옮겨 적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