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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사랑하며] 대화의 신비

푸레택 2022. 7. 21. 20:50

[살며 사랑하며] 대화의 신비 (daum.net)

 

[살며 사랑하며] 대화의 신비

최근에 또래가 아닌 50~60대와 대화를 나누면서 세대 차이가 무색하게 즐거웠던 순간이 있었다. 그들은 대부분 나이, 지역, 출신 학교, 직업을 먼저 묻지 않았고 자녀에 대해 이야기를 하지 않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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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또래가 아닌 50~60대와 대화를 나누면서 세대 차이가 무색하게 즐거웠던 순간이 있었다. 그들은 대부분 나이, 지역, 출신 학교, 직업을 먼저 묻지 않았고 자녀에 대해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또 자신이 연장자라는 이유로 말을 독점하기보다 상대의 말에 경청하려는 태도를 보였다. 나이에 권위를 부여하지 않았고 상대를 존중하며 대화를 시도한 것이다.

이런 대화는 내게도 귀한 경험이었다. 직업상 많은 이를 만나고 인터뷰를 하지만 모두가 살아온 시간에 비례해 성숙한 삶의 태도를 지닌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반대로 잘 모르는 상대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려는 태도는 나이를 초월해 드러나기도 한다. 상대를 모르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말을 걸고 진중하게 응답하려는 노력. 이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만 타인의 삶을 반짝이게 하고 나의 삶을 풍성하게 만들기도 한다.

일례로 6개월 동안 함께 수영을 배웠던 친구가 있었다. 초급반에서 만났고 이름, 나이도 몰랐다. 친구가 되는데 그런 요소는 중요하지 않았다. 친구는 내가 수업에 빠지면 무슨 일이 생겼는지 걱정하고 돌아왔을 때 반갑게 맞아주었다. 잘 안되는 동작이 있으면 격려해주고, 서로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성취를 공유하는 사이가 됐다. 나는 그를 ‘수영 친구 아저씨’라고 불렀다. 마지막 수업을 앞두고 아저씨는 초급반 사람들을 초대했다. 우리는 식사하면서 운동, 여행, 퇴사, 진로에 관한 대화를 나눴다. 이제 다른 반이 됐지만 그때 나눈 대화는 내내 기억에 남아 있다.

타인과 대화한다는 것은 늘 긴장되고 어색한 일이다. 그렇지만 상대방의 언어를 존중하고, 기다리고, 경청하고자 하는 태도가 있다면 대화는 서로의 삶을 이어주는 매개가 되기도 한다. 같을 수 없는 개인이 다름을 인정하고 이해하고자 할 때 공통의 주제가 돋아나고 시간 가는 줄 모르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것이 대화의 신비는 아닐까.

천주희 문화연구자ㅣ국민일보 2022.07.08

/ 2022.07.21 옮겨 적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