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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사랑하며] 햇볕과 그늘

푸레택 2022. 7. 20. 21:08

[살며 사랑하며] 햇볕과 그늘 (daum.net)

 

[살며 사랑하며] 햇볕과 그늘

정원을 가꾸는 건 어찌 보면 햇볕을 분배하는 일이다. 식물은 스스로 움직이기 어렵고 햇볕을 받아야만 양분을 얻기에, 뿌리 내릴 장소를 정할 때 사람의 간섭에 절대적 영향을 받는다. 가드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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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을 가꾸는 건 어찌 보면 햇볕을 분배하는 일이다. 식물은 스스로 움직이기 어렵고 햇볕을 받아야만 양분을 얻기에, 뿌리 내릴 장소를 정할 때 사람의 간섭에 절대적 영향을 받는다. 가드너는 마치 창조주처럼 땅을 다듬어 물길을 잡고, 큰키나무를 적절히 배치하고, 주변으로 작은키나무를 비롯해 꽃과 풀과 돌과 흙에 공간을 부여함으로써 결국 햇볕을 나눈다. 식물은 특히 높이(키)에 따라 햇볕을 한 번 더 나누어 쓰는데, 큰키나무 아래로 작은키나무나 꽃이나 풀이 서로 조화를 이루며 자라는 식이다. 물론 이러한 조화도 빨리 키를 키워 햇볕을 쟁취하거나, 남 밑에서 적은 햇볕으로도 살아남거나, 그도 아니면 무언가를 타고 기어오르는 등 오랜 세월 경쟁하거나 적응해 온 결과다. 반려식물로 인기 있는 몬스테라가 아래쪽 잎에 햇볕을 나눠주려 갈퀴 같은 특유의 잎 모양으로 진화한 사례처럼.

공원도 마찬가지다. 조경가는 공원을 디자인하며 공간을 분배하지만 결국 햇볕을 나누는 셈이다. 공원이니 너른 숲과 각양각색의 정원과 녹지에 우선 배분하지만, 사람을 위한 공간에도 햇볕을 배려한다. 특히 운동장과 잔디밭, 광장이나 분수대, 야외무대와 놀이터엔 필수적이다. 재미난 건 사람도 큰 나무와 입체적으로 공간을 공유하는데, 다만 햇볕을 나누기보다 그늘을 취하는 경우다. 울창한 숲 아래로 뻗은 서늘한 산책로를 걷거나, 아름드리나무 깊은 그늘 아래 의자에 앉아 사색에 잠기는 식이다.

따가운 햇볕을 피해 그늘만 찾는 계절이지만, 스산한 그늘을 피해 해바라기 하던 계절이 있었음을 곧잘 잊는다. 그도 사람 입장일 뿐, 한여름 햇볕은 나무에 축복이고 그늘은 사람을 비롯한 뭇 생명을 보듬는다. 늘 이면을 보아야 하는 이유다. 고정된 의자가 불편하신지 공원마다 자신만의 의자를 마련해 햇볕과 그늘을 옮겨 다니는 분들을 뵌다. 그럴 때마다 햇볕마다 그늘마다 편안한 이동식 등의자가 충분히 놓인 공원을 다짐한다.

온수진 양천구 공원녹지과장ㅣ국민일보 2022.07.20

/ 2022.07.20 옮겨 적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