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찬송] 고요한 바다로 373장 (통 503장) (daum.net)
■ 13년간 입선만 했을때 붓에 힘을 길러준 찬송 / 이태운 집사
위생병으로 군복무했을 때의 일이다. 한번은 제대한 군인이 일주일이 지나도록 연락이 없다가 야산에서 변사체로 발견된 일이 있었다. 사체 부검을 하기 위하여 군단에서 헬기로 군의관이 왔고, 우리 부대에서도 군의관과 위생병 한 명이 차출되었으나 서로 가지 않으려 했다.
미술대학에서는 누드를 잘 그리기 위해 해부학을 배운다. 그날 내가 직접 해부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단순히 인물화를 잘 그리겠다는 생각으로 자원했다. 그 추운 겨울 텅 비어 사용하지 않는 장교식당 식탁 위에 놓인 시신의 얼어버린 팔을 붙잡고 해부를 도왔다.
날이 추워 생나무에 기름을 붓고 피운 불에 몸을 녹였다. 하늘에선 동전만한 큰 눈송이가 펄펄 내려오고 있었다. 그 상황이 너무 처연했다. 특히 그 건장한 군인의 갈비뼈가 새끼손가락 굵기도 안 되는 것을 보고 인생의 나약함과 허무함을 느꼈다.
나는 결혼 후에 자연스럽게 교회를 다니게 됐다. 아마 그때 주님께서 나를 부르신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찬송가는 503장 ‘고요한 바다로’다. “고요한 바다로 저 천국 향할 때 주 내게 순풍 주시니 참 감사합니다”를 부르다 보면 가끔 해부할 당시가 떠오른다. 그리고 인간이 하나님께 의지해야만 하는 존재임을 다시 깨닫는다.
“이 풍랑 인연하여서 더 빨리 갑니다”라는 가사는 언제나 힘을 줬다. 13년 동안 입선만 했지 수상 한번 못해 좌절에 빠졌을 때도 그랬다. 찬송가를 부르며 풍랑에 오히려 감사할 수 있었다. 찬송가는 돌아가신 장인께서도 좋아하시던 곡이었다고 아내는 말한다.
나는 모차르트의 작은 교회에서 성가대로 봉사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큰소리로 열심히 찬양하고 싶은데 늘 음이 틀리고 박자도 틀려서 옆 사람에게 피해를 줬다. 역시 미술로 봉사하는 것이 좋다고 여겼다.
찬송을 부르면서 그림 그리기는 힘들다. 호흡과 손놀림의 집중이 잘 안되므로 자연히 듣는 쪽을 택한다. 요즘은 모차르트의 ‘레퀴엠(requiem·진혼곡)’이 가슴을 크게 울린다. 하나님의 위대하심과 큰사랑으로 감정이 북받쳐 오른다.
미술작업이 잘 안되고 표현의 부족함으로 내 재능의 나약함을 느낄 때에는 언제나 혼자 있는 작업실에서 진혼곡을 듣는다. 그 곡을 듣다 보면 슬픔, 천국, 인생 그리고 하늘나라, 하나님의 사랑이 파도처럼 밀려오는 것을 느낀다. 그 장엄함!
이태운 전 한국미술인선교회장 명성교회 안수집사ㅣ국민일보
/ 2022.07.08 옮겨 적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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