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락시장으로 달리는 꿈이라도
시장, 하면 머리 속으로 떠오르는 풍경이 있다. 공주시장도 가보지 않았지만 사람 사는 곳이라면 빤한 풍경이리라. 그중 노점상 아주머니 이야기다. 비가 주룩주룩 내린다는 것을 보니 한창 장마철인 듯하다. 비 맞으면 오이는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란다. 오이는 물 저장고다. 물 대신 오이를 먹는 사람도 그래서 많다.
오이 밭에 웃옷을 벗고 들어가면 오이 맛이 쓰다고 하는데 날 덥고 가뭄이 계속되면 수분이 부족해서 생기는 일이다. ‘장마에 오이 굵듯’이란 말도 있다. 좋은 환경을 만나면 무엇이든 무럭무럭 잘 자란다는 뜻이다.
이 시는 그 반대로 척박한 환경에서 자란 오이 이야기다. 볼품 없어 가락시장도 못간, 그것도 예닐곱 개씩 예닐곱 무더기라니… 그런 초라하고 상품가치 없는 오이를 들고 시장에 나온 아주머니도 어떤 사람인지 대충 그려진다. 융통성도 눈치도 그렇다고 빽도 하나 없는, 힘없이 살아가는 이 땅의 서민들 모습이다.
날고 뛰며 등치고 내달리며 여봐란 듯이 살아가는 사람들이 지천인 세상에 오죽 답답하면 비를 맞아 사기충천한 오이들이 밭으로 가자고 할까. 오이는 아침 이슬에도 굵어진다는데 모처럼 비를 맞아 시퍼렇게 살아나는 것도 당연하겠다. 그래서 밭으로 가서 다시 시작하자는 것이다. 향긋하고 시원한 맛을 자랑하는 쭉쭉 뻗은 오이들을 트럭에 싣고 우리도 가락시장으로 한번 달려가 보자는 것이다.
배준석(시인ㆍ문학이후 주간)
/ 2022.03.12 옮겨 적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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