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울려대는 빗줄기를 따라가며
장마철이라 날씨가 꾸물꾸물, 비가 오다 말다를 반복한다. 가뜩이나 외출을 자제해야 하는 때에 비까지 내리면 꼼짝없이 집안에 갇히게 된다. 창밖에 내리는 빗줄기를 하염없이 세다보면 까닭 없이 마음이 울적해진다. 덧없이 지나온 날들도 어느새 곁에 앉는다. 생각도 축축하게 깊어진다. 스스로를 돌아보며 한탄하게 되는 일도 따라나선다.
그래서인가, 유난히 비와 관련된 시가 많다. 그것도 맨 종아리라든지, 멸치 떼가 하늘에서 뛰어내린다든지 하는 시도 있다. 그중에 ‘비를 바라보는 일곱가지 마음의 형태’라는 긴 제목의 시를 읽어본다. 이 안에는 무려 ‘하나, 둘, 셋… 일곱’가지의 서로 다른 이야기가 들어 있다. 비가 내리면 이렇게 다양한 마음의 형태가 펼쳐진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일까. 생각이 깊고도 넓어진 빗속 그림을 그려내고 있는 시인의 촉촉한 마음이 엿보인다.
위 시는 ‘하나’에 해당하는 첫 이야기로 빗줄기를 쇠못 같다고 강하게 비유하고 있다. 마음에 쇠못 박힌 날들이 있었던가. 살다보면 크고 작고의 문제이지 쇠못 한두 번 박히지 않은 사람 어디 있으랴. ‘니 맘 내 다 안다’는 말을 반복하며 쇠못 박힌 그 아픔, 그 서러움, 그 막막함을 풀어내고 있다. 빗줄기가 쇠못 같다면 빗줄기로 쇠못도 뽑아내야 한다. 그리고 마음속까지 시원하게 씻어내야 한다. 마음 아픈 사람들이여. 그래도 응어리 남아 있거들랑 장마 통에 다 흘려보내시라. 햇살 반짝이는 날들을 위해 다시 힘차게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배준석(시인ㆍ문학이후 주간)
/ 2022.03.12 옮겨 적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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