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의 여인들이 이 시대에 부활하다
박점득 시인의 세 번째 시집 ‘하와’가 나왔다. 이번 시집은 우리나라 시문학사상 처음으로 성경 속에 나오는 여인들의 이야기를 시로 풀어냈다는데 의미가 있다. 창세기에 나오는 하와부터 디모데후서에 이르는 로이스와 유니게까지 66명의 여인들이 그 주인공이다.
첫 장은 당연 하와로부터 시작된다. ‘눈은 귀보다 빠르다’라는 구절은 이야기를 시로 빠르게 변환시키며 이후 죄에 대해 눈뜨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혀끝을 깨우는’이라는 표현은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는 상황을 감각적으로 그려놓고 있다. ‘하나님은 최초의 재봉사’라든지 ‘가시덤불과 엉겅퀴 수북한 틈바구니’ 같은 비유도 에덴동산에서 쫓겨나 힘든 여정에 들어선 하와 쪽으로 정확히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 고단한 ‘DNA 나에게도 흘러들었다’는 표현은 이후 등장하는 성경 속 여인들과 지금 이 시대 여인들의 유기적인 만남, 동일시되는 입장들이 계속 이어지고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 아직도 고단하게 살아가는 여인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들 편에 서서 위로하고 대변하는 마음이 따스하게 읽힌다.
배준석(시인ㆍ문학이후 주간)
/ 2022.03.12 옮겨 적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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