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아라! 하얀 새여, 어둠 모두 떨치고
때 놓치지 않고 목련이 찾아와 부지런히 꽃 피우고 있다. 자연이나 사람이나 다 때가 있다. 그때를 놓치면 다시 잡을 수 없다.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스스로 알아서 그 모습, 그 향기, 그 색깔을 찾아놓고 여봐란듯이 자랑하는 목련을 보며 봄을 만끽한다. 코로나19로 생긴 답답함도 우울도 잠시 잊게 된다. 이때가 되면 시인들도 부지런떨기는 마찬가지다. 목련이 저렇듯 피어나는데 어찌 시 몇 편 읊조리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때 놓치고 넘어간다면 직무유기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목련을 은잔으로, 어느 시인은 백열등 켜 놓은 것으로 비유했다. 어디에 피어 있느냐에 따라 비유의 대상이 확확 바뀌기도 한다. 병원 앞에 핀 것은 창백한 환자로, 장례식장 앞에 핀 것은 하얗게 소복한 미망인으로 연결시키기도 했다. 물론 필자도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해마다 목련 보며 시를 쓰는데 그중 목련(木蓮), 즉 ‘나무에 핀 연꽃’으로 보고 그림 같은 정원에 떡하니 자리 잡은 조경수를 떠올렸다. 결정적인 구절은 ‘부처님도 돌아앉은 꽃’이다. 연꽃은 연꽃이되 진흙에 뿌리내리지 않고 목련은 양지바른 땅에서 정원사의 보호를 받으며 든든한 나뭇가지에 피어나기 때문이다.
이렇듯 다양하게 목련을 노래할 때 봉긋한 꽃봉오리를 새알로 보는 눈이 신선하다. 이후 당연 새 쪽으로 이야기를 몰고 가야 껍질을 깨고 그 새가 푸른 봄 하늘로 날아가지 않겠는가. 역동적인 봄의 향연이 여기저기서 펼쳐짐을 경이롭게 바라본다.
배준석(시인ㆍ문학이후 주간)
/ 2022.03.12 옮겨 적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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