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로 읽는 세상이야기] 벚꽃 핀 길을 너에게 주마 -김정희
가로수로 심은 벚나무들이 많아서인지 봄꽃 중에 가장 요란스레 피는 것이 벚꽃이다. 그것도 자잘한 꽃잎들이 마치 흰나비 떼 같기도 하고 팝콘을 튀겨놓은 것 같기도 해서 일찍이 시인들의 시 속에 자리 잡았다.
햇빛 좋은 봄날 한낮, 벚꽃 핀 길은 화사하다 못해 화려해서 상대적으로 더 초라하고 쓸쓸한 느낌이 들 수 있다. 그것도 혼자라면 더 그렇다. 존 버거의 ‘이별’이란 시구를 차용한 것으로 이 시의 분위기를 감지해 본다. ‘늙은 고양이처럼’ ‘까막눈’ ‘떠돌이’라는 시구도 환한 벚꽃과 반대되는 분위기다. 그렇다면 헤어지기 위해 너에게 가는 길인가, 마지막으로 너에게 벚꽃 핀 이 길을 다 주겠다는 것인가 싶어 다시 읽어 본다.
한때 광기도 접어두고 이제 어느 경지에 오른 마음이라 경(經)이라는 말을 꺼내 놓았을까. 봄날의 화려함 뒤로 펼쳐지는 발걸음이 더 쓸쓸하게 보인다.
꼭 그런 것일까. 그냥 벚꽃이 보내는 메시지를 받아 경(經)같이 좋은 시를 쓰고 싶다는 말로 넘어가도 될 것을. ‘너’는 벚꽃일 수도 ‘시’일 수도 있음을. 벚꽃 화사한 봄날이라서 괜한 상상 한 자락 피워 보았다.
배준석(시인ㆍ문학이후 주간)
/ 2022.03.12 옮겨 적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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