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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빙의 역설] 편리한 그릇보다는 '건강한 그릇'을 (2022.03.06)

푸레택 2022. 3. 6. 10:47

[웰빙의 역설] 편리한 그릇보다는 '건강한 그릇'을 (daum.net)

 

[웰빙의 역설] 편리한 그릇보다는 '건강한 그릇'을

인류 최대의 발명품 중 하나는 바로 '그릇'이다. 원시시대 흙으로 만든 그릇(토기:土器)을 발명하면서 인간은 음식을 담고 물을 넣어 익혀먹을 수 있게 됐다. 인간에게 그릇은 식생활의 가장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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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빙의 역설] 편리한 그릇보다는 '건강한 그릇'을

한동하 한의학 박사ㅣ경향신문


인류 최대의 발명품 중 하나는 바로 '그릇'이다. 원시시대 흙으로 만든 그릇(토기:土器)을 발명하면서 인간은 음식을 담고 물을 넣어 익혀 먹을 수 있게 됐다. 인간에게 그릇은 식생활의 가장 기본적인 도구다. 하지만 편리성 때문에 선택하는 그릇이 도리어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

과거 한의서를 살펴보면 특정 한약재들은 철이나 구리에 닿으면 약효가 없어진다고 했다. 철이나 구리의 기운이 간(肝)이나 신(腎)의 기운을 상하게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쇠나 구리칼로 약재를 자르지 말고 같은 재질의 그릇에 약을 달이지 말라고 했다. 이는 실제로 금속이 건강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다양한 금속을 발견하고 만들어내면서 그릇의 재질도 변해왔다. 금속합금 중 구리에 아연이나 니켈을 넣어 만든 양은(洋銀)이라는 합금이 있다. 하지만 우리가 흔히 부르는 '양은냄비'는 알루미늄으로 만든 그릇이다. 양은냄비의 재료인 알루미늄이 은색이면서 외관상 양은(洋銀)과 비슷해 알루미늄냄비를 양은냄비로 부르게 된 것이다. '양푼'도 대표적인 알루미늄그릇이다. 양은(洋銀)이나 알루미늄으로 만든 그릇을 통틀어 '양재기'라고도 한다.

알루미늄 용기나 포일은 양극산화공정을 거쳐 표면에 산화알루미늄코팅을 해 놓았지만 코팅이 벗겨지면 알루미늄이 용출될 수 있다. 또 알루미늄포일을 깔고 고기나 생선을 굽거나 알루미늄종지에 들기름과 함께 마늘을 넣어 익혀 먹는 것은 피해야 한다. 알루미늄은 다른 중금속에 비해 몸에 축적이 잘 안된다고는 하지만 기억력 감퇴나 학습능력 저하, 나아가 치매까지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한동하 한의학 박사.


금속성 재료나 도자기에 코팅을 한 법랑(琺瑯)도 많이 사용한다. 보통 법랑유약에는 납 성분이 있는데 식품위생법상 식기는 납이 없는 법랑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식기용 법랑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단 식기용이 아닌 경우 유약에 납 성분이 많기 때문에 구별해야 한다. 납은 우리 몸에 축적되면 폭력적인 성향을 나타내고 어린아이들에게는 과잉행동장애를 일으키는 중금속 중 하나다. 로마제국의 멸망 원인 중 하나로 납중독이 거론되는데 로마인들이 주로 사용한 납 그릇이 원인이었다고 한다.

어린아이를 키우는 집안의 아이용 플라스틱식기도 납이 문제다. 미키마우스 같은 캐릭터그림의 도료에 바로 납 성분이 많이 섞여 있기 때문이다. 만약 그림이 흐려져 있다면 그만큼의 환경호르몬과 중금속이 아이의 몸 안으로 들어갔다고 보면 된다.

건강에 도움이 되는 그릇도 있다. 바로 놋그릇이다. 놋그릇은 전통적으로 많이 사용해 왔는데 두들겨 만들었다고 해서 방짜(方字:방자)유기라고 한다. 방짜유기는 그릇 자체에 해독과 살균작용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독극물과 반응하는 것으로 왕들이 사용한 은(銀)식기가 있다. 은은 모든 독에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특히 비상(砒霜)과 반응한다. 비상은 대표적인 독으로 비소(As)와 황(S)으로 이뤄져 있는데 은(Ag)과 황(S)이 반응해 황화은(Ag2S)이 되면 검은색으로 변하는 화학적 특징이 있다.

그릇 자체가 살아서 숨을 쉰다는 뚝배기항아리도 있다. 된장이나 고추장 보관용으로도 사용되고 효소를 만드는 경우에도 제격이다. 다른 그릇에서는 썩어버리지만 항아리 속에서는 산소가 공급되면서 발효가 된다. 항아리는 깨지기 쉬워 다루기 불편하지만 최고의 자연친화적인 그릇임에는 분명하다.

건강에 문제가 있어도 편리성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사용하고 있는 '편리한 그릇'도 있고 불편하지만 건강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아직까지 사랑받는 '건강한 그릇'도 있다. 의식동원(醫食同原)의 식(食)에는 음식뿐 아니라 음식을 담는 그릇까지 포함시켜야 할 것 같다. 이제 편리한 그릇보다는 '건강한 그릇'에 대해 한번쯤 고민할 때가 된 것 같다.

한동하 한의학 박사ㅣ경향신문 2013.06.26

/ 2022.03.06 옮겨 적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