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빙의 역설] 우리 몸은 왜 불균형일까? (daum.net)
[웰빙의 역설] 우리 몸은 왜 불균형일까?
한동하 한의학 박사ㅣ경향신문
요즘 주가를 올리고 있는 야구선수 류현진은 왼손잡이 투수다. 본래는 오른손잡이였으나 어릴 적 아버지가 처음으로 사준 야구글러브가 오른손용 글러브라 왼손으로 공을 던지게 됐다고 한다. 이처럼 후천적인 노력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태생적으로 주된 손잡이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주된'손잡이'는 필요성에 의한 결정이 맞는 걸까?
주위에 보면 주로 오른손잡이들이 많다. 실제 왼손잡이는 태생적으로 약 10% 정도로 알려진다. 침팬지 같은 동물들도 한쪽을 주로 사용하지만 왼팔, 오른팔 반반이라고 한다. 그런데 인간만이 대부분 오른쪽, 우세손을 가지고 있는 이유는 공동생활과 도구사용에 대한 효율성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사실 더 중요한 이유는 인간은 언어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좌측뇌에 언어중추가 있기 때문에 좌측뇌가 우세뇌가 되는 것으로 결과적으로 오른손이 우세손이 되는 것이다. 좌측뇌는 몸의 우측반신을 지배한다. 팔 다리와 함께 미세하지만 좌우로 두 개씩 있는 기관들의 기능에도 차이가 있다. 예를 들면 오른쪽 뇌는 음악과 예술(통합적)을 담당해 음악은 왼쪽 귀가 잘 듣고 왼쪽 뇌는 수학과 언어(분석적)를 담당해 오른쪽 귀는 말소리에 민감하다. 오른쪽 귀로 전화를 받으면 안정감이 있고 왼쪽 귀는 어색한 것이다.
눈도 마찬가지다. 손과 마찬가지로 눈도 주로 사용하는 쪽이 우세안이 된다. 전세계적으로 약 70%가 오른 눈잡이라고 한다. 무의식적으로 사격이나 현미경을 드려다 볼 때 우세안으로 본다. 자신의 우세안을 알아보기 위해서는 오른손 검지손가락 끝으로 멀리 있는 한곳을 가리키면서 물체에 초점을 맞춘다. 그리고 난 후 양쪽 눈을 번갈아 감아보면 이 때 시야가 변하지 않는 눈이 우세안이다.
우세안은 시력이나 주된 손잡이와는 무관하다. 눈은 손과는 달리 반대쪽 뇌의 영향만을 받는 것이 아니라 보상에 의해서 양쪽 뇌의 영향을 모두 받기 때문이다. 아마도 사물을 볼 때 양쪽 눈을 모두 동시에 사용해서 초점을 맞춰야 하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코도 숨을 쉴 때도 주로 한쪽 코로 숨을 쉬고 주된 코는 번갈아 가면서 바뀐다. 코의 구조와 상관없이 건강상태에서도 양쪽 코의 공기의 흐름양이 차이가 난다.
뇌의 영향을 떠나 장기(臟器)도 마찬가지다. 폐나 콩팥, 난소 등은 양쪽에 한 개씩 있어서 균형을 잡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하나 뿐인 심장은 왼쪽에 치우쳐 있다. 심장이 약간 왼쪽으로 치우쳐 있는 이유는 식도와 기도를 압박하지 않기 위한 것일 수 있다. 혈류역학적인 효율성이 고려됐을 것이고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아마도 긴 시간에 걸쳐 많은 시행착오 끝에 과감하게 비대칭적으로 진화하고자 결정했을 것이다.
간은 오른쪽, 비장은 왼쪽 옆구리에 붙어 있다. 위도 주머니가 약간 왼쪽으로 치우쳐 있다. 충수돌기(맹장)는 오른쪽에 있다. 남성의 고환도 두 개인데 왼쪽고환이 약간 크면서 무겁다. 이렇게 제멋대로인 것 같은 장기의 좌우 위치나 높이는 무게중심을 맞추기 위한 방편일 수 있다. 무게중심은 인간이 직립보행을 하게 되면서 매우 중요한 문제 중에 하나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어느 장기는 한 개뿐인데 어느 장기는 두 개씩 가지고 있다. 하나뿐인 장기도 생명활동에 필수적이지만 추측컨대 원시지구에는 산소가 부족해서 생존을 위해서 적극적인 산소흡수를 위해 보다 많은 폐가 필요했을 것이다. 또 물이 부족해서 탈수로 인해 손상가능성이 높은 신장도 여유분이 필요했을 것이다. 남성의 고환과 여성의 난소도 종족번식을 위해 여분이 필요했을 것이다.
한의학에서는 장부의 위치를 오행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심장은 화(火)에 해당하는 장기로 가장 위에 있다. 신장은 수(水)에 해당해서 맨 아래에 위치한다. 비장(지금의 췌장)은 중앙 토(土)로 가운데 있고 간은 동방(東方) 목(木)에 해당하는 옆에 치우쳐 있다. 폐는 맨 위에 있는 것 같지만 서방(西方) 금(金)으로 양쪽으로 한 개씩 있는 것과 같다. 다만 표면적을 넓이기 위해서 흉곽을 가득 채우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 몸은 구조적으로는 비대칭 상태이다. 그러나 구조적으로 동일해야만 균형이 잡히는 것은 아니다. 비대칭 상태에서도 기능적인 측면에서는 음양(陰陽)의 조화를 이루고 있다. 생명의 비대칭은 우주 자체의 비대칭을 반영하고 있다고 한 파스퇴르의 말처럼 소우주(小宇宙)인 인간의 불균형도 나름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한동하 한의학 박사ㅣ경향신문 2013.06.05
/ 2022.03.06 옮겨 적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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