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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빙의 역설] 칫솔·양치질, 진화 실패의 산물 (2022.03.06)

푸레택 2022. 3. 6. 10:23

[웰빙의 역설] 칫솔·양치질, 진화 실패의 산물 (daum.net)

 

[웰빙의 역설] 칫솔·양치질, 진화 실패의 산물

현대인들에게 식사 후 양치질을 하는 것은 필수적인 의식이 됐다. 식사의 끝은 후식이 아니라 양치질이다.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칫솔이고 양치질을 할 상황이 아니면 이쑤시개나 치실을 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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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빙의 역설] 칫솔·양치질, 진화 실패의 산물

한동하 한의학 박사ㅣ경향신문


현대인들에게 식사 후 양치질을 하는 것은 필수적인 의식이 됐다. 식사의 끝은 후식이 아니라 양치질이다.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칫솔이고 양치질을 할 상황이 아니면 이쑤시개나 치실을 이용해 치아 사이의 음식 잔여물을 제거한다. 이러한 행위는 아주 당연하게 여겨지지만 실제로는 진화실패로 인한 산물일 뿐이다.

칫솔은 누구나 쉽게 생각해 낼 수 있을 것 같은 모양새지만 최소의 칫솔은 1498년 중국이 돼지의 털을 이용해서 만들었다는 기록이 있다. 또 나일론 칫솔은 1938년 미국의 듀폰이 만들었다. 역사가 그리 길지 않다. 놀랍게도 이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칫솔이 2003년 미국 메사추세츠공대(MIT)에서 실시한 설문에서 자동차나 개인용 컴퓨터, 휴대전화를 제치고 최고의 발명품으로 뽑힌 적이 있다.

조선 왕들의 기록을 보면 치통으로 고생을 했다는 사실들이 적혀있다. 특히 세조나 성종은 치통이 심해서 치통을 전문으로 치료하는 의녀를 뽑으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진다. 연산군도 치통으로 고생을 했다. 연산군이 폭군으로 유명한데 치통 때문에 성격이 포악해졌다는 일설도 있다.

실제 연산군일기(연산12년2월28일)를 보면 '봉상시(奉常寺)의 종(奴) 송동(松同)을 취홍원(聚紅院)으로 차송(差送)하여 양치질하는 나무(養齒木)를 만들어 바치게 하라'는 구절이 나온다. 여기서 나무로 표현된 양치목(養齒木)은 바로 양치질을 하는 나무로 만든 칫솔이다.

당시에는 나뭇가지를 일정한 길이로 잘라서 끝부분을 뭉개서 한약재 가루를 묻혀서 양치를 했다. 양치목으로 사용되는 나무는 양지(楊枝)를 많이 사용했는데 양지는 버드나무 가지로 '동의보감'에는 '치통이 있으면 버드나무 껍질을 다려서 입어 넣고 양치한 후 뱉어낸다.'라고 했다. 또 버드나무를 이용해서 이쑤시개로 사용했다. 이 버드나무 '양지'가 일본으로 건너가서 '요지'로 읽힌 것이다.

《동의보감》을 보면 치통과 관련된 여러 처방이 있다. 다려서 복용하기도 하지만 주로 가루를 내 치아를 문지르거나(도찰방:塗擦方), 가글을 하듯이 입안에 넣고 헹구는 처방(함수방:含漱方)들이 많았다. 당시에도 '음식을 먹은 다음에 치아를 깨끗하게 닦지 않으면 음식 찌꺼기가 썩어서 냄새가 나게 치아에 구멍이 생긴다'고 했다. 여기서 치아를 닦는다는 표현은 '계치(潔齒)'라는 단어를 썼는데 계(潔)는 '깨끗이 하다' 혹은 '닦는다'는 의미로 그 당시에도 치아건강을 위해서 양치를 권장했음을 알 수 있다.

치아의 관리는 인간의 역사와 함께 했을 터인데 인간만 양치질이 필요한 것일까? 인간 이외의 야생동물에게도 충치가 있지만 인간의 치아와 동물의 이빨은 구조가 다르고 동물은 당분이 적은 자연 식이를 섭취하기 때문에 충치가 많지 않다. 초식동물의 경우는 풀을 자르기 쉬운 긴 앞니와 씹어 먹기 좋게 어금니가 발달돼 있다. 어금니에 음식물이 낄 수 있지만 자연에서 얻어지는 거칠고 딱딱한 먹이와 섬유질들이 양치효과를 내는 것 같다.

육식동물은 송곳니가 많아서 이빨 사이에 음식물이 잘 끼지 않는 구조다. 이들은 씹어서 먹지 않고 고기(먹이)를 뜯어서 삼키기 때문에 어금니는 발달되지 않았다. 반면에 인간과 같은 잡식동물은 초식동물과 육식동물의 이빨을 골고루 섞어 놓은 것처럼 발달돼 있다. 잡식성은 당(糖)도 많이 섭취하고 치아는 촘촘한 배열로 서로 붙어 있어서 음식물이 찌꺼기가 많이 끼게 된다.

인간을 포함한 동물은 먹이를 섭취하야만 살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이빨은 아주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더불어 야생에서는 상대를 물어서 죽일 수 있는 공격무기가 되기도 한다. 강하고 튼튼한 이빨을 가져야 했기에 악어와 상어는 이빨이 무한대로 재생이 되는 쪽으로 성공적인 진화를 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인간은 어릴 적 유치가 빠지고 영구치가 나오면 끝이다. 그 치아가 부러지거나 충치로 닳아 없어져도 다시 나지 않는다. 강하지도 않은 치아를 단 한번밖에 바꾸지 않겠다면 어쩌자는 말인가.

입안의 다양한 세균들 속에서 충치를 일으키는 뮤탄스균을 없애는 쪽으로 진화를 했거나 아니면 뮤탄스균이 분비하는 산에 저항력이 있는 치아표면을 만들어내는 쪽으로 진화했으면 좋을텐데 참으로 알 수 없는 비효율적인 인간이다. 그래도 칫솔을 발명하고 양치질을 하게 돼서 그나마 다행이다.

한동하 한의학 박사ㅣ경향신문 2013.05.29

/ 2022.03.06 옮겨 적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