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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빙의 역설] '양껏 먹어라'는 '위(胃)크기에 맞게' 먹으라는 뜻 (2022.03.06)

푸레택 2022. 3. 6. 08:51

[웰빙의 역설] '양껏 먹어라'는 '위(胃)크기에 맞게' 먹으라는 뜻 (daum.net)

 

[웰빙의 역설] '양껏 먹어라'는 '위(胃)크기에 맞게' 먹으라는 뜻

우리는 흔히 쓰는 말 중에 본래의 의미를 잘못 알고 있거나 혹은 모른 채로 잘못 사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 중에 장기(臟器)를 일컫는 순수한 우리말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의미를 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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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빙의 역설] '양껏 먹어라'는 '위(胃)크기에 맞게' 먹으라는 뜻

한동하 한의학 박사ㅣ경향신문


우리는 흔히 쓰는 말 중에 본래의 의미를 잘못 알고 있거나 혹은 모른 채로 잘못 사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 중에 장기(臟器)를 일컫는 순수한 우리말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의미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

많이들 '애간장이 녹는다'는 표현을 쓴다. 이 의미는 간이 녹는 것처럼 아프다는 것이다. 여기서 '애'는 간을 의미한다. 간이 녹을 정도면 얼마나 고통스럽겠는가. 심정적인 상태를 장기 이름을 빌어서 표현한 것이다. 또 '애'는 창자라는 의미로도 사용된다. 이순신 장군의 시조에 나오는 '나의 애를 끊나니'나 '애달프다'라는 표현이 바로 창자가 끊어지는 고통을 의미한다.

심장은 '염통'이나 '염장'이라고 한다. '염장을 지른다'는 말은 칼로 심장을 찌르듯이 아주 고통스럽다는 의미가 된다. 소금에 절여 저장하는 것을 염장(鹽藏)한다고 하기 때문에 상처에 소금을 뿌려서 고통스럽게 한다는 의미로 해석하기도 하는데 이것은 발음이 같을 뿐 견강부회(牽强附會)한 것이다. 심장을 염이라고 한 것은 심장이 화(火)와 관련된 장기이기 때문에 '불꽃 염(炎)'의 의미를 빌어 왔을 가능성이 높다.

누군가 '환장하겠네'라는 표현을 했다면 심장이 바뀐 것처럼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는 말이다. 바로 환장(換腸)은 환심장(換心臟)의 줄임말로 내 심장이 마치 다른 사람의 심장같다는 의미다. 여기에서 장(腸)과 장(臟)은 대동소이한 의미로 보면 된다. 또한 '심보(심뽀)가 고약하다'고 하는 표현이 있는데 이것은 바로 심포(心包)라는 장기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심포는 현대 해부학에서는 없는 용어로 심장을 싸고 있는 막을 의미하기도 하는데 심장의 해부학적인 형태와는 무관하게 기억과 생각과 같은 마음 씀씀이를 담당하고 있다.

폐장은 일반적으로 '허파'로 알고 있다. 순수한 우리말로는 '부아(옛말은 부화)'라고 한다. 부아가 화를 의미하기도 해서 '부아가 난다'는 의미는 화가 치민다는 뜻으로 사용된다. 아마도 화가 많이 나면 숨을 몰아쉬면서 폐의 용적을 키우는 것과도 관련이 있을 것으로 해석된다. 복어가 화가 나면 물이나 공기를 들이마셔 배를 풍선 모양으로 부풀리는 것과도 같다. 공기가 들어가는 물고기의 부레도 부아와 어원이 같다.

신장은 모두들 알다시피 '콩팥'이라고 한다. 생긴 것은 강낭(콩)처럼 생겼고 색은 팥처럼 생겨서 콩팥이라고 했을 것이다. 방광은 '오줌통'이나 '오줌보'라고 하는데 여기서 '보'는 무언가를 감싼 주머니를 뜻하며 자궁을 '애기보'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비장은 '지라', 췌장은 '이자'라고 한다.

담낭은 '쓸개'라고 한다. 아마도 담즙의 맛이 써서 '쓰다'라는 의미가 내포돼 있는 것 같다. '이 쓸개 빠진 놈'이라는 욕이 나오게 된 이유는 한의학에서는 쓸개에서 결단력이 나오는 것으로 보기 때문에 우유부단한 경우를 쓸개 빠진 것으로 비유를 한 것이다.

소장은 '작은창자', 대장은 '큰창자'로 부른다. 위장은 우리말로 '양'이나 '양애'라고 한다. 양이란 이름은 소나 돼지에도 사용되는데 우리가 곱창 요리 전문 식당에서 먹는 '소양'이 바로 소의 첫 번째 위를 말한다. 참고로 소의 두 번째 위는 벌집위, 세 번째는 처녑(천엽), 네 번째는 막창이라고 한다. 소나 돼지의 경우 작은창자는 곱창, 큰창자는 대창이라고 하지만 사람의 경우에는 곱창이나 대창으로 부르지 않는다.

'양껏 먹어라'라는 표현도 있는데 여기서 '양'을 분량을 의미하는 양(量)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실제 양이 위장을 의미하기 때문에 '양껏'이란 의미는 '위의 크기만큼'이란 의미가 된다. '많이 먹어라'가 아니라 결국 '적당히 먹어라'는 의미다. 사용된 단어의 의미를 제대로 아느냐 모르냐에 따라서 해석이 달라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처럼 특정 장부에 해당하는 우리말들은 감정을 표현하거나 일상적인 생활에 많이 활용돼 왔다. 당연히 한의학적인 장부에도 해부학적인 의미와 더불어 여기에는 선조들의 얼과 정신이 스며들어 있는 것이다. 마음과 몸은 하나라는 심신일여(心身一如)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한동하 한의학 박사ㅣ경향신문 2013.05.08

/ 2022.03.06 옮겨 적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