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빙의 역설] 물만 마셔도 살찐다는 건 '거짓말' (daum.net)
[웰빙의 역설] 물만 마셔도 살찐다는 건 '거짓말'
한동하ㅣ한의학 박사 경향신문
평소 몸이 잘 붓는다는 이들이 많다. 하루 종일 앉아 있으면 코끼리 다리가 되기도 하고 아침에는 헐거웠던 신발이 저녁때면 들어가질 않는다. 잘 자고 일어났는데 얼굴이 부어서 눈도 잘 안 떠지고 손은 주먹을 쥐기 힘들 때도 있다. 붓기가 심한 날이면 반지도 손가락 살 속에 파묻혀 잘 빠지지 않는다.
붓는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기질적으로 심각한 경우를 제외하고 일반적으로는 전날 짜게 먹었던 음식이 원인이 된다. 특히 밤늦게 라면이라도 한 그릇 먹고 잔 날이면 아무리 날씬한 사람이라도 얼굴이 붓는 것은 피할 수 없다. 음식이 짠 맛을 내는 것은 그 안에 들어 있는 '소금'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소금을 차지하기 위한 전쟁도 있었다.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는 '소금의 성'이라는 의미로 이곳을 차지하기 위해 독일과 오스트리아는 '소금전쟁'을 일으킬 정도로 소금은 귀한 보물이었다. 로마시대 군대에서는 과거 병사들에게 급료를 소금으로 지급해서 소금(salt, 라틴어로 'salar')에서부터 봉급을 의미하는 'salary'가 유래됐다. 짠맛으로 간을 해서 먹을 경우 '맛있다'고 느껴지는 것은 인간의 생명유지에 소금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야생동물은 인간처럼 먹잇감에 소금을 쳐서 먹지 않지만 먹이로 먹는 다른 식물(염성식물)이나 동물을 통해서 염분을 섭취한다. 소금기가 부족하면 암염(巖鹽, 돌소금) 등을 통해서 보충한다. 짠맛을 내는 소금은 우리 몸을 따뜻하게 해주고 살균작용이 있으며 해독작용을 한다. 또 근육을 수축하는 데도 반드시 필요하다.
한동하 한의학 박사.
하지만 요즘은 소금부족이 아니라 너무 짜게 먹게 돼서 문제다. 일시적으로 짜게 먹게 되면 혈액 속의 나트륨 함량이 높아지지만 우리 몸은 항상성이 있어 혈액내의 염분 농도를 0.9%로 유지한다. 만약 나트륨 농도가 높아지면 이것을 낮추기 위해서 삼투압작용을 통해서 수분을 끌어당기는 것이다. 마치 배추를 소금물에 절여 놓으면 배추 안(소금기가 낮은 농도)의 수분이 배추 밖(소금기가 높은 농도)으로 빠져 나와 농도를 맞추고자 하는 것과 같다. 그렇다보니 항상 짜게 먹게 되면 혈관내부의 압력이 높아져 고혈압과 같은 심혈관질환을 일으키게 된다.
물만 마셔도 살이 찐다는 사람들이 있는데 실제로 이것은 체지방량이 늘어나는 살이 찌는 것이 아니라 붓는 것일 뿐이다. 체지방 비율이 높은 비만과 수분함량이 높은 부종은 엄연히 다르다. 그러나 그렇게 믿는 이들은 항상 부어 있어서 살이 쪄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들 대다수는 아마 평소 식습관이 짜게 먹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우리가 먹는 소금 중에 약 40%가 나트륨이다. 세계보건기구에서 권장하는 소금의 하루 섭취량이 약 6g 정도 되기 때문에 나트륨으로 따지면 약 2g 정도 된다. 그런데 라면 한 봉지에 들어 있는 나트륨 양이 종류에 따라서 800㎎(0.8g)에서 2,600㎎(2.6g)까지 되니 아무리 싱겁게 먹는다고 자신하는 사람들조차 하루 권장량을 초과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몸이 잘 붓는 경우 해결책은 무엇일까. 사실 짜게 먹는 식습관을 바꾸기란 쉽지가 않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칼륨을 많이 섭취하는 것이다. 칼륨은 과일이나 채소에 많다. 특히 감자나 고구마, 바나나, 브로콜리, 토마토, 바나나에 많다. 라면을 끓인 후 우유를 약간 넣어서 먹으면 몸이 붓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것도 우유에 들어 있는 칼륨이 라면 속의 나트륨을 배출해 주기 때문이다. 다만 만성적으로 콩팥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는 칼륨섭취를 자제해야 한다.
요리할 때 소금을 사용하고자 한다면 나트륨과 함께 칼륨과 같은 미네랄이 포함된 천일염, 간장 등을 사용하는 것이 차선책일 수 있다. 시중에 있는 소금에는 칼륨의 함유량도 함께 표기돼 있기 때문에 나트륨 함량이 낮고 칼륨 함량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을 고르면 좋다. 참고로 죽염소금은 고열로 처리되면서 마그네슘, 칼륨과 같은 미네랄은 거의 파괴돼 있다.
물만 마셔도 살이 찐다는 이들은 앞으로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은 그만하고 정 걱정이 된다면 물 대신 브로콜리, 토마토와 같은 채소를 마셔라. 그럼 수분도 보충되면서 살처럼 보이는 붓기도 사라질 것이다. 물만 먹어도 살이 찌는 경우는 '결코' 없다.
한동하ㅣ한의학 박사 경향신문 2013.05.01
/ 2022.03.05 옮겨 적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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