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암이 맵다하고 - 이정신(李廷藎)
매암이 맵다 하고 쓰르람이 쓰다 우니
山菜를 맵다는가 薄酒를 쓰다는가
우리는 草野에 뭇쳐시니 맵고 쓴 줄 몰내라
[뜻풀이]
*매암이: 매미가. ‘매미’의 옛말. ‘~이’는 바로 앞에서 이야기한 대상을 가리키는 지시 대명사이다.
*쓰르람이: 쓰르라미의 옛말. 바로 앞에서 이야기한 대상을 가리키는 지시 대명사이다.
*산채(山菜): 산나물, 산에서 나오는 나물.
*박주(薄酒): 맛이 없는 엷은 술.
*초야(草野): 벼슬을 떠나 궁벽진 시골 땅에 묻혀 사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풀이]
매미는 ‘매암매암’하고 맵다고 울고, 쓰르라미는 ‘쓰르람 쓰르람’하고 쓰다고 우니, 산나물이 맵다고 우는 것인가? 좋지 않은 술이 쓰다고 우는 것인가? 나는 초야에 묻힌 몸이어서 그런지 산채와 박주를 먹고 마시지만 맵거나 쓴 줄을 알 까닭이 없고 흡족하기만 하구나!
[지은이]
이정신(李廷藎:1685~1737): 자는 집중(集仲), 호는 백회재(百悔齋). 영조때의 가객으로 창에도 능하였다. 벼슬은 현감을 지냈으며, 시조 12수가 전한다.
[참고]
‘매미’와 ‘쓰르라미’라는 말의 첫 음에서 연상되는 생각을 펴고 있다. 매우 기발한 착상임을 알 수 있는데, 그러면서도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충분히 담고 있어서 시의 언어가 지닌 묘미를 보여 준다. 이 시조에서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매미’와 ‘쓰르라미’의 첫 음에서, ‘맵’고 ‘쓰’다는 미각적(味覺的) 심상을 이끌어 내어, 초야에 파묻힌 조촐한 생활의 유유자적(悠悠自適)함을 노래하면서 동시에 서사문학의 언어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시만의 언어적 묘미를 맛보게 한다는 점이다. 속세를 떠난 듯 세속적인 고락을 초월하고,또 세속적인 부귀와 영화를 한바탕의 꿈으로 돌린 채, 얽매인 곳없이 유유히 소박한 삶을 즐기던 옛사람의 담담한 생활철학이 돋보이는 느낌이다. 매미와 쓰르라미의 소재도 좋거니와 그 울음소리의 비유가 묘를 이룬다.
일소일빈
한자는 우리글이다
blo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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