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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조] (53) 큰 잔에 가득 부어 - 이덕형(李德馨) (2021.11.21)

푸레택 2021. 11. 21. 11:37

■ 큰 잔에 가득 부어 - 이덕형(李德馨) 

큰 盞에 가득 부어 醉토록 먹으면서
萬古英雄을 손꼽아 헤어 보니
아마도 劉伶 李白이 내 벗인가 하노라

[뜻풀이]       

*취(醉)토록: 취하도록.
*만고영웅(萬古英雄): 영원토록 이름이 빛나는 영웅. 영웅은 재지(才智)나 무략(武略)이 빼어난 사람.
*헤어 보니: 세어 보니, 골라 보니.
*유령(劉伶): 중국 진나라 때의 죽림칠현 중의 한 사람으로서, 술을 잘 먹던 시인이다.
*이백(李白): 이태백의 본이름. 당나라 현종 때의 천재시인. 채석강(采石江)에서 뱃놀이를 하다가 술에 취한 나머지, 물에 비친 달을 잡으려다 빠져 죽었다.   

[풀이]

큰 잔에다 술을 가득 부어 취하도록 거푸 먹으면서, 영원토록 이름을 떨친 영웅을 하나 하나 손꼽아 가
며 골라 보았으나, 저 죽림칠현 가운데 대주호(大酒豪)요,시인이던 유령(劉伶)과, 역시 술로 목숨을 마친 천재시인 이태백(李太白) 밖에는, 영웅이나 숭배할 만한 인물이 없는것 같으니, 아무래도 그들이라야 나와 더불어 벗이 됨직하구나!

[지은이]

이덕형(李德馨: 1561~1613): 본관은 광주(廣州).자(字)는 명보(明甫), 호(號)는 한음(漢陰)·쌍송(雙松)·포옹산인(抱雍散人).아버지는 지중추부사 민성(民聖)이다. 영의정 이산해(李山海)의 사위이다. 어려서부터 재주가 있었고 문학에 통달했다.특히 이항복(李恒福)과는 죽마고우로 기발한 장난을 잘하여 많은 일화를 남겼다.1580년(선조13) 별시문과에 급제하여 승문원의 관원이 되었다. 대제학 이이(李珥)가 호당(湖堂)을 뽑을 때 이항복과 함께 뽑혀 1583년 사가독서(賜暇讀書)를 했고, 다음 해 서총대(瑞蔥臺)의 응제(應製)에서 수석에 선발되었다.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왕가(王駕)를 모시고 서천(西遷)하였으며, 그후로 왜군과의 교섭이며 명나라에 들어가 원병을 청해오는 등 비상한 외교수단을 발휘 하였다. 38세에 우의정을 배하고서, 정유재란으로 말미암은 난국을 수습하는데 매우 공이 컸다. 광해군조에 이르러 영의정에 올랐으나, 오래지않아 당파 싸움으로 조정에서 물러나더니, 이내 광해군5년 9월에 53세를 일기로 사거(死去)하였다. 포천 용연서원(龍淵書院)과,상주 근암서원(近巖書院)에 제향되었다. 시호(諡號)는 문익(文翼)이다. 저서에 《한음문고(漢陰文稿)》가 있다.

[참고]

작가는 40대 전반에 영의정까지 지냈으니, 세속의 부귀영화를 마음껏 누려본 사람이다. 그래서 누구보다도 부귀영화라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먼저 체험한 사람이기도 하다. 그러기에 폐모론(廢母論)에 반대 하다가 삭탈 관직이 된 후에는 서울을 버리고 시골에 돌아가 대자연의 품에서 인생을 재음미하며 유유자적하였던 것이다. 그리고 만고의 영웅중에서 정말 영웅은 권세를 가지고 세상을 누빈 사람이 아니라 죽림칠현 같은 깨끗한 선비, 또는 술과 낭만으로 일생을 보낸 이백 같은 사람임을 절감하고, 그들을 존경하며, 자신도 그들처럼 술 마시며 여유 있게 여생을 마쳤던 것이다.

 

[출처] 원문보기

https://blog.daum.net/thddudgh7

 

일소일빈

한자는 우리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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