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18) 이백, 달과 그림자 벗해 술 마시며 부른 노래
술잔 들어 밝은 달 맞이하니 / 조해훈 시인
擧杯邀明月·거배요명월
꽃 사이에 술 한 항아리(花間一壺酒·화간일호주)
함께하는 이 없이 홀로 마시네(獨酌無相親·독작무상친)
술잔 들어 밝은 달 맞이하니(擧杯邀明月·거배요명월)
그림자까지 셋이 되었네(對影成三人·대영성삼인)
달은 본래 술 마실 줄 모르고(月旣不解飮·월기불해음)
그림자는 그저 내 몸 따라 흉내만 낼 뿐(影徒隨我身·영도수아신)
그런대로 달과 그림자를 짝하여(暫伴月將影·잠반월장영)
봄날을 마음껏 즐겨보네(行樂須及春·행락수급춘)
내가 노래를 부르면 달은 서성이고(我歌月徘徊·아가월배회)
내가 춤을 추면 그림자 어지러이 움직이네(我舞影零亂·아무영영란)
깨어있을 때엔 함께 즐기지만(醒時同交歡·성시동교환)
취하고 나면 제각기 흩어지리니(醉後各分散·취후각분산)
아무렴 우리끼리의 이 우정 길이 맺어(永結無情遊·영결무정유)
다음엔 먼 은하수 저쪽에서 만나세(相期邈雲漢·상기막운한)
시선(詩仙)으로 불리는 이백(701~762)의 시 ‘달 아래 홀로 술을 마시며’(월하독작·月下獨酌)이다. 전체 4수 중 첫 수이다. 낭만적 정취가 묻어나지만 한편으로는 외로움이 깃들어 있다. 그의 많은 시 중 가장 잘 알려진 작품이다. 달의 시인이자, 술의 시인인 이백이 44세 때(744년) 지은 시로 추정된다. 필자보다 선배이거나 동년배의 경우 호기롭게 술을 마시던 청년 시기에 이 ‘월하독작‘을 읊어보지 않는 이가 드물 것이다.
이 시는 자유로울 뿐만 아니라 그 경계가 우주로까지 뻗어나가고 있어 애주가들이 선호한다. 이백의 생애가 방랑 그 자체였으므로 중국 각지에 많은 발자취를 남겼다. 이백 시의 기저에는 협기와 신선과 술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치에도 잠시 발을 담그기도 했던 그는 61세에 안휘성 당도 현령인 이양빙에게 의탁해 살다 병들어 죽었다. 한편에서는 장강에 비치는 달그림자를 잡으려다 동정호로 뛰어들어 익사했다고도 한다.
지리산 화개동에 사는 필자는 며칠 전 10월의 마지막 날이 보름이어서 월하독작을 해보고 싶었지만, 몸이 좋지 않아 목압서사 마당에 서서 밝은 달만 바라보며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글=조해훈 시인·고전인문학자
/ 2021.11.20 옮겨 적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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