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짚방석 내지 마라 - 한호(韓濩)
짚방석 내지 마라 낙엽엔들 못 앉으랴
솔불 혀지 마라 어제 진 달 돋아 온다
아희야 薄酒 山菜ㅣㄹ망정 없다 말고 내어라
[뜻풀이]
*짚방석: 짚으로 만든 방석.
*솔 불: 관솔 불.
*박주(薄酒): 맛이 좋지 않은 술.
*혀지 마라: 켜지 마라. ‘혀’는 ‘켜’의 옛말이다.
*산채(山菜)ㄹ망정: 산나물일지라도. ‘~ㄹ’은 한문글에 쓰이는 서술(敍述) 토이다.
[풀이]
짚방석을 일부러 내놓을 것은 없다. 떨어진 나무 잎엔들 앉지 못하겠느냐? 공연스레 관솔 불도 켜서는 무얼 하겠느냐? 조금만 기다리면, 어제졌던 밝은달이 떠오를 것이다. 아이야, 변변치 못한 술과 산나물일지라도 나는 달게 먹을 터이니, 없다고 그러지 말고 어서 내놓도록 하려무나!
[지은이]
한호(韓濩1543~1605): 선조대(宣祖代)의 천하명필(天下名筆)이던 한석봉(韓石峯)이다. 호(濩)는 본명(本名)이고, 호(號)는 석봉(石峯)이다. 그의 뛰어난 글씨는, 임진왜란(壬辰倭亂) 이래로 우리를 넘보던 명(明)나라 사람들을 압도(壓倒)하는 바가 있었으며, 유필(遺筆)로는 《석봉천자문(石峯千字文)》이 전해진다.
[참고]
짚 방석 대신에 낙엽을 깔고 앉아서, 솔불 대신에 하늘에 돋은 달을 바라 보며, 맛있는 산나물을 안주로 하여 막걸리 잔을 기울이고 있는 작가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인공적인 모든 것과 세속잡사에 얽매임이 없이 주객일체의 심경에서 산촌의 가을밤을 마음껏 즐기고 있는 모습은, 시간에 쫓기고, 공해에 시달리며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으로서는 상상도 못할 멋이라 하겠다. 일상적인 언어와 소재를 가지고, 초장에서 중장으로 점층의 묘를 살린, 이 시조는 탈속(脫俗)한 선인(仙人)의 서계를 보여 주는 것 같다.
[출처] 원문보기
https://blog.daum.net/thddudgh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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