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철령 높은 봉에 - 이항복(李恒福)
鐵嶺 높은 峰에 쉬어 넘는 저 구름아
孤臣寃淚를 비 삼아 띄워다가
임 계신 九重深處에 뿌려 본들 어떠리
[뜻풀이]
*철령(鐵嶺): 강원도(江原道) 회양(淮陽)에서 함경도(咸鏡道) 안변(安邊)으로 넘어가는 높은 재,
*고신원루(孤臣寃淚): 외로운 신하의 억울한 눈물.그가 인목대비 폐모론을 불가(不可)하다고 충언하다가 물려나서 귀양가는 길이므로 이렇게 말하였다고 할 수 있다.
*구중심처(九重深處): 아홉 겹으로 둘러 싸인 깊은 곳을 뜻함이니, 곧 대궐을 가리키는 말이다. 대궐의 담과 문은 구중(九重)으로 되어 있다.
[풀이]
철령 높은 봉우리를 단번에 넘어 가지 못하고서, 쉬었다 가야 겨우 넘어 가는 저 구름아! 귀양길에 오른 이 외로운 신하의 억울한 설움이 맺힌 눈물을 비 대신으로 띄워다가, 임금 계신 대궐 안에 뿌려 본들 어떻겠는가?
[지은이]
이항복(李恒福:1556~1618): 본관(本貫)은 경주(慶州). 일명 오성대감(鰲城大監). 자(字)는 자상(子常), 호(號)는 필운(弼雲)·백사(白沙)·동강(東岡)이다. 9세에 아버지를, 16세에는 어머니를 여의었다. 1574년(선조7) 성균관에 들어 갔으며, 1580년 알성문과에 급제하여 승문원부정자가 되었다. 1583년 대제학 이이(李珥)의 천거로 이덕형(李德馨)과 함께 사가독서(賜暇讀書)를 했으며, 그 뒤 정자·저작·박사·봉교·수찬·이조좌랑등을 역임했다. 선조의 신임을 받아 직제학·우승지를 거쳐 1590년 호조참의가 되었고, 정여립(鄭汝立)의 모반사건을 처리한 공로로 평난공신(平難功臣) 3등에 녹훈되었다. 좌승지로 재직중 정철(鄭澈)의 죄를 처리하는데 태만했다하여 탄핵을 받고 파면되었으나 곧 복직되어 도승지에 발탁되었다. 1592년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도승지로 선조를 의주까지 호위해 오성군(鰲城君)에 봉해졌으며, 두 왕자를 평양까지 호위해 형조판서에 특진했고 오위도총부도총관을 겸했다. 1600년 영의정에 오르고 다음해 호종공신(扈從功臣) 1등에 책록되었다. 1602년 정인홍(鄭仁弘)·문경호(文景虎) 등이 성혼(成渾)이 최영경(崔永慶)을 모함하고 살해하려 했다고 하며 성혼을 공격하자 성혼의 무죄를 변호하다가 정철의 당이라는 혐의를 받아 자진하여 영의정에서 사퇴했다. 1608년 다시 좌의정에 임명되었다. 1613년(광해군5) 다시 북인의 공격으로 물러났으나 광해군의 선처로 좌의정에서 중추부로 자리만 옮겼다.1617년 인목대비(仁穆大妃) 폐모론에 반대하다가 1618년 관직이 삭탈되고 함경도 북청에 유배되어 그곳에서 죽었다. 해 관작이 환급되고 포천에 예장되었다. 저서로는 《사례훈몽(四禮訓蒙)》·《주소계의(奏疏啓議)》·《노사영언(魯史零言)》·《백사집(白沙集)》·《북천일록(北遷日錄)》 등이 있다. 포천 화산서원(花山書院), 북청 노덕서원(老德書院)에 제향되었다. 시호는 문충(文忠)이다.
[참고]
이 시조는 작가가 광해군5년에 일어난 인목대비의 폐모론(廢母論)에 반대하다가 삭탈관직되어 북청으로 유배되었을 때, 철령 고개를 넘으면서 지은 것이라고 한다. 임금을 위한 충간이 받아들여지지 않고, 오히려 유배의 길에 오르게되자, 다만 자신의 불우만이 아니라 왕실과 나라의 전도를 근심하는 마음에서 차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므로 쉬어 넘는 구름은 이른바, 감정이입법에 의한 자신의 무거운 걸음 일 것이며, 구중 심처에 뿌리는 눈물은 곧 충심의 발로였을 것이다. 작가는 이리하여 북청으로 간 뒤, 광해군 10년에 그 곳에서 병사하고 말았다. 후일에 이 시조가 널리 불리어 지게 되고, 어느 날 궁인에게서 이 시조의 유래를 들은 광해군은 눈물을 흘리며 슬퍼했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출처] 원문보기
https://blog.daum.net/thddudgh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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