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밭 한 뙈기 / 권정생(權正生)
사람들은 참 아무것도 모른다
밭 한 뙈기 논 한 뙈기
그걸 모두 ‘내’거라고 말한다.
이 세상 온 우주 모든 것이
한 사람의 ‘내’것은 없다
하나님도 ‘내’거라고 하지 않으신다
이 세상 모든 것은 모두의 것이다
아기 종달새의 것도 되고 아기 까마귀의 것도 되고
다람쥐의 것도 되고 한 마리 메뚜기의 것도 된다
밭 한 뙈기 돌멩이 하나라도
그건 내 것이 아니라 온 세상 모두의 것이다
- 시집 《어머니 사시는 그 나라에는》 (1988, 지식산업사)
◇ 권순진의 시 맛있게 읽기
‘이 세상 온 우주 모든 것이 한 사람의 '내'것은 없다. 하나님도 ’내'거라고 하지 않으신다. 이 세상 모든 것은 모두의 것이다‘ 난 이와 비슷한 말을 15년 전 당시 가장 친했던 친구로부터 들었다. 나는 사업을 하는 그에게 내 전 재산이라 할 돈을 빌려준 입장이었고 그는 그 돈을 갚을 수 없는 어려운 지경에 처해 있었다. 막 교회를 나가기 시작한 그에게서 신이 든 사람의 선언처럼 그 말을 들은 후로 나는 모든 걸 포기했고 그와의 연락도 끊었다.
얼마 전 나와 한 아파트 같은 동 같은 라인에 기거하는 60대 초반의 한 남성이 절도피의자로 경찰에 체포되어 붙잡혀간 일이 있었다. 외제차를 두 대씩 갖고 다니며 다년간 절도행각을 벌인 혐의다. 처자식에 손자까지 있는 허 회장은 상가건물 등을 소유한 백억 대의 재산가라고 한다. 증거가 명백한 혐의 사실을 계속 부인하고 있다는데, 나중엔 이 사람의 입에서 권정생 선생의 이 시가 다시 인용되지 않을까를 상상하면 소름이 돋는다.
권정생 선생의 이 시는 아동문학가 이오덕 선생의 무덤가에 시비로 세워져 있다. 12살 차 띠 동갑인 두 분의 우정은 너무나 절절하고 아름다워서 그동안 주고받은 편지글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그 우정의 순수함과 고결함에 감동치 않을 수 없으리라. 나 또한 두 분이 수십 년 동안 주고받은 수백 통의 편지글들을 읽어 내려가며 살구꽃 봉오리를 보듯 나도 모르게 주르륵 눈물을 흘렸다.
이오덕 선생은 임종 직전 일절 조문객을 받지 말고 부고도 장례 이후에나 알리라고 가족들에게 유언했다. 다만 자신의 무덤 가까이에 세울 시비 둘을 지정했는데, 그 하나가 권정생 선생의 「밭 한 뙈기」고, 다른 하나가 자신의 시 「새와 산」이었다. 고인의 바람대로 충주에 있는 이오덕 선생의 무덤가에는 두 시비가 마주보고 서 있지만, 이 두 영혼지기가 남긴 시들이 더러 끔찍스럽게 왜곡되고 지독하게 오용되고 있음을 보자면 목구멍으로 울컥 치밀어 오르는 단단한 그 무엇이 느껴진다. / 글=권순진 시인
■ 어머니 사시는 그 나라에는 / 권정생(權正生)
세상의 어머니는
모두가
그렇게 살다 가시는 걸까
한평생
기다리시며
외로우시며
안타깝게...
배고프셨던 어머니
추우셨던 어머니
고되게 일만 하신 어머니
진눈깨비 내리던 들판 산고갯길
바람도 드세게 휘몰아치던 한평생
그렇게 어머니는 영원히 가셨다
먼 곳 이승에다
아들 딸 모두 흩어두고 가셨다
버들고리짝에
하얀 은비녀 든 무명주머니도 그냥 두시고
기워서 접어두신 버선도 신지 않으시고
어머니는 혼자 훌훌 가셨다
어머니 가실 때
은하수 강물은 얼지 않았을까
차가워서 어떻게
어머니는 강물을 건너셨을까
어머니 가신 거기엔 눈이 내리지 않는 걸까
찬바람도 씽씽 불지 않는 걸까
어머니는 강 건너 어디쯤에 사실까
거기서도 봄이면 진달래꽃 필까
앞산 가득 뒤산 가득
빨갛게 빨갛게 진달래꽃 필까
어머니 사시는 집은 초가집일까
흙담으로 지은 삼 간 짜리 초가집일까
봄이면 추녀 끝에 제비가 집 지을까
봉당엔 삽살이도 앉았을까
둥우리엔 암탉이 병아리도 깔까
어머니는 누구랑 살까
이승에 있을 때
먼 나라로 먼저 갔다고
언제고 언제고 눈물지으시던
둘째 아들 목생이 형이랑 같이 살까
아침이면 무슨 밥 잡수실까
거기서는 보리밥에 산나물 잡수실까
거기서도 밥이 모자라
어머니는 아주 조금밖에 못 잡수실까
어머니네 집 앞으로 골목길도 있을까
대추나무 서있는 우물이 있을까
바가지로 만든 새끼끈 달린
두레박으로 물을 길으실까
물동이도 고만큼 예쁜 것으로 길으실까
왕골껍질로 만든 또아리를 받치실까
어머니는 거기서도 팔이 여위셨을까
물동이 내리실 때 부들부들 떨지 않으실까
디딜방아는 누구랑 찧으실까
목생이 형이 찧고
어머니는 확 앞에 앉아서 쓸어넣으실까
수수가루 빻아
오늘 저녁엔 수수팥단지 만드실까
이남박에 꼭꼭 떡 담으시고
모락모락 김나는 수수떡 담아 놓으시고
저 아래 먼 먼 이승에 두고 온 일준이랑
또분이랑 생각하실까
수수팥단지 잡수시다 목이 메어 우실까
호롱불빛을 비껴나
어머니는 돌아앉아 눈물 닦으실까
참나무 떡갈나무 잎이 피면
꾀꼬리가 자랑자랑 숲속에서 울까
어머니는 꾀꼬리 소리 들으며
산나물 뜯으실까
췻동아리 뜯으시고
바디취나물 뜯으시고
뚝갈이, 미역취 뜯으시며
거기서도 어머니는 타령을 부르실까
꾀꼬리 우는 소리보다 더 구슬픈
타령을 길게 길게 부르실까
어머니 사시는 거기엔
전쟁이 없을까
무서운 포탄이 없을까
총칼을 든 군대들이 없을까
모든 걸 빼앗기만 하는 임금도 없을까
무서워서 하루도 한 시도
마음 못 놓는 날이 정말 없는 것일까
그래서 헤어지는 슬픔도 없는 것일까
정말 울지 않아도 되는 것일까
여름 뙤약볕이 쬐면
고추밭에 고추가 빨갛게 익을까
어머니는 목화밭 김도 매고
서속밭 김도 매며 바쁘실까
거기서도 어머니는 쉬지 않고
쉬지 않고 일만 하실까
어머니 얼굴은 거기서도 까맣게 그으르셨을까
주름살이 깊게 깊게 패이셨을까
어머니는 열무랑 나박배추 가꾸실까
고추 따서 다래끼에 담고
열무랑 나박배추 솎아 담고
어머니는 언덕길로 걸어서 집으로 가실까
고무신 아끼시느라 벗어 들고 걸어가실까
다래끼 무거우면 한 번 추슬렀다가
- 휴유우 하시며, 잠깐 섰다가 또 걸으실까
소낙비 내린 다음 날
말똥버섯 돋아나면 따다가 잡수실까
쪽으로 짜개시고 끓는 물에 데쳐
국을 끓여 잡수실까
말똥버섯 국 끓여 놓고 앉아
- 일준아...
- 또분아...
그렇게 또 생각하실까
밤이면 달도 뜰까
둥글게 훤하게 달도 뜰까
앞마당 귀리집으로 엮은 거적을 깔아 놓고
어머니는 삼바람 이으시며 밤을 지샐까
누구랑 앉아서 삼 삼으실까
거기 어머니 사시는 그 나라에도
진갑이네 어머니 같은 착한 이웃이 있을까
감자떡 나눠 잡수시며 걱정들을 나누며
함께 앉아 삼 삼으시며 밤을 지샐까
하얀 달빛에 실바람이 일고
초가지붕 위엔 박꽃도 필까
누나 얼굴 같은 하얀 박꽃이 필까
조롱조롱 애기박이 열리고
그렇게 또 가을이 찾아오는 걸까
바가지가 둥글둥글 굵어지는 가을이 오는 걸까
어머니는 사기요강에 오줌 받아
박넝쿨 구덩이에 부어 넣으실까
바가지 딴딴하게 영글라고
오줌 받아 부으실까
바가지 타서 말리시며
어머니는 시집간 귀분이 생각하실까
친정나들이 오면 제일 이쁜 것 주고 싶어
거기서도 어머니는 딸 생각하실까
거기서도 추석은 있을까
설날이 있을까
어머니는 추석에도 외로우시겠지
어머니는 설날도 외로우시겠지
아직도 아들딸 이승에 두고 가셔
어머니는 문구멍까지 귀 기울이시며
눈물지으실까
어머니는 거기서도
바람머리 앓으실까
이앓이도 하실까
머리도 수건 두르시고
아픈 것도 애써 참으실까
겨울밤 어머니 방엔 군불 많이 지피실까
솜이불 두꺼운 걸로 덮고 주무실까
방바닥엔 삭자리 깔았을까
짚자리 가지런히 깔았을까
윗목에 물레실 자으시다가
어머니는 밤늦게 잠자리 드시는 걸까
어머니 사시는 나라에도
그리움이 있을까
애달픔이 있을까
개똥벌레 날아가는 밤
귀뚜라미 우는 밤도 있을까
정지 부뚜막에 생쥐가 찍찍 울며 다닐까
뒷산에 부엉이가 와서 울까
장날이면 장보러 가실까
말린 고추 팔러 가실까
울양대 차좁쌀도 고만큼씩
올망졸망 가지고 가실까
동구 밖까지 삽살이가 따라오면
어머니는 주먹을 들어 으르시고
발로 탕탕 구르시고
그래도 안 되면
- 삽살아, 집에 가 있거라
- 집 잘 보고 있으면 착하지
삽살이는 알아듣고 못 이긴 척
서운하게 돌아서 텁썩텁썩 갈까
장에는 어떤 장수들이 있을까
개구리참외도 팔까
콧등에 하얀 테 두른
알룩고무신도 팔까
타래엿도 팔고 갱엿도 팔까
소금 장수도 저런 고등어 장수도 있을까
때깔이 예쁜 주발 장수도
항아리랑 단지랑 놓고 파는
옹기장수 할아버지도 있을까
어머니는 뚝배기 하나 사고
소금 조금 사고
개구리참외도 사실까
참외 사시면서도 이승에 두고 온
아들딸 생각 또 하시겠지
돌아오는 길에 소낙비도 내릴까
소낙비 내리면 무지개도 뜰까
청산 위에 색동빛 예쁜 무지개처럼
어머니 사시는 그 나라에도
청산처럼 아름다운 산이 있고
중들 강물처럼 맑은 강물이 흐를까
거기 그렇게 예쁜 무지개 뜨면
어머니도 어린애처럼 즐거우실까
소낙비 맞고 옷이 젖어도
어머니는 무지개 쳐다보면 또 쳐다보며
비탈길을 동동걸음 걸어오실까
개구리참외는
목생이 형이랑 둘이서만 먹을까
거기서도 어머니는 찔름 들어간
못생긴 참외를 잡수시고
예쁘고 만난 건 아들 주실까
참외꼭지만 남기고 알뜰히 잡수실까
어머니는 자주자주 하늘 보실까
어머니는 자주자주 달 쳐다보실까
거기엔 정말 전쟁이 없었으면
빼앗아만 가는 임금도 없었으면
전쟁에 쫓겨 쫓겨 가지 않았으면
모구가 자유롭고 사랑이었으면
톳제비나 물레귀신 말고는
무서운 것들이 없었으면
거기에도 봄이면 진달래꽃 폈으면
꾀고리가 울었으면
골목길에 엄마닭이 병아리 데리고 다니고
감나무에 족두리 같은 꽃이 폈으면
창포꽃이 피고
그네 뛰는 단오날이 있었으면
응숙이네 머슴, 장수 아저씨랑
군마 할아버지 같은
마음씨 착한 사람들이 살았으면
송아지도 있고 망아지도 있었으면
실개울엔 가재도 살고 우렁이도 살고
버들가지도 흔들리고 물총새도 날고
흰구름 동동 뜨고 제비가 날고
뻐꾸기가 자꾸자꾸 울었으면
아아, 거기엔 배고프지 않았으면
너무 많이 배고프지 않았으면
너무 많이 슬프지 않았으면
부자가 없어, 그래서 가난도 없었으면
사람이 사람을 죽이지 않았으면
으르지도 않고 겁주지도 않고
목을 조르고 주리를 틀지 않았으면
소한테 코뚜레도 없고 멍에도 없고
쥐덫도 없고 작살도 없었으면
보리밥 먹어도 맛이 있고
나물 반찬 먹어도 배가 부르고
어머니는 거기서 많이 쉬셨으면
주름살도 펴지시고
어지러워 쓰러지지 말으셨으면
손목에 살이 좀 오르시고
허리도 안 아프셨으면
그리고 이담에 함께 만나
함께 만나 오래 오래 살았으면
어머니랑 함께 외갓집도 가고
남사당놀이에 함께 구경도 가고
어머니 함께 그 나라에서 오래 오래 살았으면
오래 오래 살았으면……
ㅡ 동시집 《어머니 사시는 그 나라에는》 (지식산업사, 1988)
[감상]
언젠가 수십 광년의 거리인 태양계 밖에서 지구와 환경이 비슷한 행성이 발견되었다는 뉴스를 접했을 때, 나는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을 넘어 지구별에서 저 세상으로 떠난 사람들끼리 따로 한 살림 오붓하게 차려 살고 있진 않을까란 공상을 한 적이 있었다. 권정생 선생과 그 어머니의 이승에서의 삶이 고스란히 녹아든 시를 읽으면서 내 공상도 활기를 띄어 내 ‘어머니 사시는 그 나라’도 이랬으면 하고 바랬다. 아직 그 나라로 건너가시는 중일지도 모르겠고 전입신고를 채 마치지 않을 수도 있겠으나, 이승과 크게 다르지 않은 무늬로 오래오래 사시다가 나중에 우리 다시 만났으면 좋겠다. 그래야만 내가 할 일이 있을 것 같았다.
‘어머니 사시는 그 나라에는’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권정생 선생의 섬세한 애정이 구구절절 배어있어 이오덕 선생 말씀마따나 '무조건 감동적'이다. 선생 자신도 9년 전 5월 17일 ‘보리밥 먹어도 맛이 있고’ ‘나물 반찬 먹어도 배가 부른’ 그곳으로 떠나가서 ‘어머니랑 함께 외갓집도 가고’ ‘남사당놀이에 함께 구경도 가고’ 그러면서 오래오래 잘 살고 계실 것이다. 김용락 시인이 당시 임종을 지킨 뒤 한겨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했던 말을 기억한다. “돌아가시기 직전 선생님은 산소호흡기의 고무호스가 꽂힌 입을 움직여 무언가 맹렬히 말씀하셨습니다. 그 입모양은 ‘어메’였습니다. 그 ‘어메’ 소리를 2~3분간 안간힘을 쓰면서 지르시더니 더 이상 입모양이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권정생 선생이 돌아가신 뒤 조탑리 이웃들은 세 번씩이나 깜짝 놀랐다고 한다. 혼자 골골하게 사는 외로운 노인으로 생각했는데 유명 동화작가라면서 전국에서 수많은 조문객이 몰려와 눈물을 펑펑 쏟으며 우는 걸 보고 놀랐고, 지병으로 고생하며 간신히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가여운 노인인 줄 알았는데 연간 수 천 만원씩의 인세수입이 있는 분이란 사실을 알고 다시 놀랐으며, 그렇게 모인 10억 원이 넘는 재산과 앞으로 생길 인세수입 모두를 굶주리는 북녘 어린이들을 위해 써달라고 조목조목 유언장에 밝혀 놓으신 걸 보고 또 놀랐다는 것이다. 선생은 자발적 가난을 실천하며 인류를 진정으로 사랑하신 이 시대의 성자셨다.
“기도해 주세요. 제발 이 세상, 너무도 아름다운 세상에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일은 없게 해 달라고요. 제 예금통장 정리되면 나머지는 북쪽 굶주리는 아이들에게 보내 주세요. 제발 그만 싸우고, 그만 미워하고, 따뜻하게 통일이 되어 함께 살도록 해주십시오. 중동, 아프리카, 티벳 아이들은 앞으로 어떻게 하지요? 기도 많이 해주세요.” 선생의 유언 중 일부다. 그리고 다시 태어난다면 건강한 몸으로 태어나 스물다섯 살쯤에 스물 두세 살의 처녀와 벌벌 떨지 않고 예쁜 사랑을 하고 싶다고 고백했다. ‘그 나라’에서 오래오래 사시다가 행여 이 세상으로 다시 오신다면 꼭 그러시길 바란다. 내 어머니도 내 아버지보다 조금만 더 마음씨 착한 남자 만나서 하고 싶은 그림 그리며 속 하나도 안 썩이는 딸 아들 하나씩 다시 낳아 진짜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 글=권순진 시인
◇ 권정생(權正生, 1937~2007)
일본 도쿄 시부야 하타가야 혼마치 3정목에서 권유술과 안귀순의 5남 2녀 중 4남으로 출생. 아명 경수(景守). 다섯 살 되던 1942년 누나들의 예수 이야기를 듣고 환상 속에서 십자가에 박힌 예수의 모습을 보고 평생 예수를 믿고 따르게 되었다.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일본에서 여러 초등학교를 전전하다가, 1946년 귀국한 뒤 이듬해 안동 일직초등학교에 입학하였다. 1950년 전쟁이 일어나 가족들이 흩어지고, 1956년부터 폐결핵을 앓기 시작하여 일생 동안 신병으로 인한 고통 속에 살았다. 1963년 교회 주일학교 교사로 임용된 뒤, 교회에서 아이들과 생활하며 글쓰기를 계속하였다.
1969년『월간 기독교』의 제1회 기독교아동문학상 현상 모집에 동화 「강아지똥」이 당선되고, 1971년 『대구매일신문』 신춘문예에 동화 「아기양의 그림자 딸라이」가 가작 당선되었으며, 1973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동화 「무명저고리와 엄마」가 당선되어 아동문학가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1972년 동화 「강아지똥」을 읽고 찾아온 이오덕과 평생지기를 맺은 뒤, 이듬해 그의 권유로 한국아동문학가협회에 가입하였고, 1987년 이오덕 등과 대구·경북민족문학회를 창립하고 고문을 맡았다. 그 외에 평생 동안 교회를 벗어나지 않고 아이들과 생활하며 동화 창작에 힘썼다.
그는 기독교에 기반한 박애주의에 바탕을 두고, 모든 어린이들이 차별받지 않고 두루 어울려 살아가는 세상을 작품화하였다. 그의 동화에는 결손 가정의 아이와 비정상적인 신체의 소유자들이 자주 등장한다. 그들은 자신의 처지와 상관한 인물이지만, 역사적 굴곡을 겪은 민족의 실존적 조건을 환유하기도 하여 독자들의 호응을 얻는다. 그들이 갖은 고난을 겪으면서도 참된 인간성을 잃지 않는 것을 보더라도, 작가가 추구하는 인간상과 사회의 모습을 헤아릴 수 있다.
그의 대표작 『몽실언니』는 을유해방과 전쟁 등을 거치면서 남한 내에 팽배하던 이념 대립을 배경으로 극심한 가난 속에서도 난관을 이겨나가는 주인공의 삶을 통해서 인간다운 삶의 진정한 가치를 드러낸 수작이다. 이 작품은 1990년 MBC에서 김한영 연출로 드라마화하여 방영되었다.
2009년에 그의 유언에 따라 인세를 기본 자산으로 권정생어린이문화재단이 설립되어 추도사업, 창작기금 시혜 등의 여러 가지 사업을 벌이고 있다. 주요 작품집으로 『강아지똥』(1974), 『꽃님과 아기양들』(1975), 『사과나무밭 달님』(1978), 『까치 울던 날』(1979), 『하느님의 눈물』(1984), 『몽실언니』(1984), 『도토리예배당 종지기 아저씨』(1985), 『점득이네』(1990), 『하느님이 우리 옆집에 살고 있네요』(1994), 『밥데기 죽데기』(1999), 『슬픈 나막신』(2002) 등이 있다. 시집 『어머니 사시는 그 나라에는』(1988)과 소설집 『한티재 하늘 1-2』(1998) 등도 있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한국민족문화대백과》 (한국학중앙연구원)
/ 2021.11.20 옮겨 적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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