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져 내 일이야 - 황진이(黃眞伊)
어져 내 일이야 그릴 줄을 모르더냐
있으라 하더면 가랴마는 제 구태여
보내고 그리는 정은 나도 몰라 하노라
[뜻풀이]
*어져: 감탄사. 아!
*그릴 줄: 그렇게 할 줄. 또는 그리워 할 줄.
*구태여: 굳이, 억지로.
*그리는 정: 그리워하는 안타까운 마음.
[풀이]
아! 내 일도 참 답답하여라. 그토록 그리워질 줄을 몰랐단 말이냐? 부디 있어 달라고 그 임을 붙잡기만 했던들 반드시 떨치고 가기야 했으랴마는, 굳이 보내 놓고서 이제 와 새삼 그리워 하는 이 안타까운 마음은 나 스스로도 잘 모르겠구나!
[지은이]
황진이(黃眞伊: ?~1530): 본명은 진(眞), 일명 진랑(眞娘). 기명(妓名)은 명월(明月). 개성(開城) 출신. 확실한 생존 연대는 미상이다. 중종대(中宗代) 송도(松都:開城)에 살던 황진사의 서녀(庶女)로서, 용모가 아름답고 마음이 트인데다가, 거문고 노래에다 시를 짓는 데에, 뛰어난 재주를 지니고 있었다. 기녀(妓女)가 된 후로는 명창 율객이나 문사, 학자들과 사귀며 명산대천을 찾아 놀기를 좋아하였다. 화담 서경덕 같은 당대의 명유(名儒)도 그녀와 즐겨놀았다 하는데 그녀는 화담선생·박연폭포와 더불어 자신을 가리켜 ‘송도삼절(松都三絶)’의 하나라고 자랑하였다.
[참고]
작가의 신분은 천한 기녀의 몸이었다. 사랑하는 임이 있어도 그 임을 잡아 둘수는 없는 몸이다. 그리하여 임이 가야겠다고 나서던 날, 만일 “못 갑니다” 하고 잡았더라면, 임도 나를 사랑하기 때문에 가지 않았을 것이 분명하지마는 그러다가는 사나이의 앞길을 막는 결과밖에 안됨을 알기 때문에, 오히려 임의 마음이 약해질까 굳이 가도록 해 놓고서, 이제 이렇게 혼자서 애태우며, 그리는 정은 나도 모르겠구나. 아, 내가 한 일은 언제나 한탄스럽기만 하구나. 이 시조는 사랑하는 임을 붙잡지 못하고 보낸 뒤의 한탄을 노래한 것이다. 서글픈 한 여인이 겪어야 하는, 이성과 감정의 갈등을 엿볼 수 있다. 임을 보낸 것은 임의 앞날을 염려하는 이성의 힘인 것이다. 그러나 보낸 것을 뉘우치며 가슴을 치고 한탄하는 것은 꾸밈이 없는 정이요 한이다. 황진이는 그 임이 다시 돌아오더라도 받아 들이지 않고 도로 쫓아 보낼 그런 여인이었음을 우리는 믿는다. 분별 없이 감정에만 휘말리는 여자가 아니며, 무엇이 참사랑인가를 아는 여인임을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임이 떠난 뒤의 빈 가슴을 안고 몸부림을 치는 것을 막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 너무나 동양적인 여인의 모습이다.
[출처] 원문보기
https://blog.daum.net/thddudgh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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