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녹초 청강상에 - 서익(徐益)
綠草 晴江上에 굴레 벗은 말이 되어
때때로 머리 들어 北向하여 우는 뜻은
夕陽이 재 넘어가매 임자 그려 우노라
[뜻풀이]
*녹초청강상(綠草晴江上): 날씨가 맑은 날에 푸른 빛이 깔린 강가를 이른다.
*굴레 벗은 말: 여기서는 늙어서 벼슬을 물러난 몸이란 뜻이다.
*북향(北向): ‘북녘을 바라본다’는 뜻으로, 여기서는 신하가 임금이 계신곳을 향하는 것을 말한다. 군신(君臣)이 서로 마주할 때에는, 임금(君)은 남면(南面)을 하고 신하(臣下)는 북면(北面)을 한다. 그러므로 가령 북녘땅에서 남쪽에 있는 서울의 임금을 바라볼 때에도, 남향(南向)이라 하지 않고 북향(北向)이라고 표현한다.
*석양(夕陽)이 재 넘어가매: 석양(夕陽)은 ‘저물어가는 인생’을 비유한 것으로, 임금의 우환을 가리키는 것이다.
[풀이]
맑은 날씨에 푸른물이 깔린 강가의 벌판에서, 벼슬이라는 굴레를 벗어나 마음대로 뛰어노는 늙은 말과 같이 되어서, 때때로 머리를 들어 북녘을 바라보고 우는 뜻은, 저녁해가 서산 너머로 저물어 가는 것이 안타까워 그 임을 그리는 나머지에 울부짖곤 한다.
[참고]
시하(柴霞)의 《해동복악부(海東卜樂府)》에, ‘용용록초청강상(茸茸綠草晴江上) 노마신한사비함(老馬身閑謝轡銜) 분수일명시향북(奮首一鳴時向北) 서양무한연군심(西陽無限戀君心)’ 이라는 한역시(漢譯詩)가 있으며, 작자(作者)가 관도(官途)에 올랐던 경력으로 미루어 보아 군주(君主)를 그리워하는 노래로 보는 것이 옳겠으나, 글자 그대로 풀어서 북녘으로 멀리 가신 임을 그리는 노래로도 훌륭하다. 또 앞에 소개한 시조(詩調) 역시 이미 이승을 하직하고 봉래산(蓬萊山) 선경(仙境)에 계신 고운님을 그리워하는 노래로 보아도 흠이 없는 수작(秀作)이라 하겠다.
[지은이]
서익(徐益, 1544~1592): 본관은 부여(夫餘). 자는 군수(君受), 호는 만죽(萬竹)·만죽헌(萬竹軒). 아버지는 서진남(徐震男)이고,어머니는 직제학 이약해(李若海)의 딸로,광주이씨(廣州李氏)이다. 서익은 1554년(명종9) 13세 때에 향시에 장원하고 1564년에 생원시에 합격하였다.1569년(선조 2) 별시문과에 병과로 급제한 후 병조좌랑, 이조좌랑, 교리, 사인을 역임하였으며 외직으로 서천군수, 안동부사, 의주목사 등을 지냈다. 의주목사로 재직시에는 정여립(鄭汝立)으로부터 탄핵을 받은 이이(李珥)와 정철(鄭澈)을 변호하는 소를 올렸다가 파직되기도 하였다. 또한 의주목사 재직시에는, 이이의 영향을 받아 육조방략(六條方略)으로써 북방을 선무(宣撫)하였으며, 또 돌아와서는 12책(策)을 올리는 등 군사 방면에서 다양한 건의로 하였다. 문장, 도덕, 기절(氣節)이 뛰어나 이이와 정철로부터 지우(志友)로 인정받았다.은진현에서 취규재(聚奎齋)라는 서재를 열어 후학을 양성하고, 고산(高山)에 대나무 만그루를 심고 만죽정(혹은 세실정)을 지었다. 그의 자손들이 현달하여 은진현의 중심사족으로 성장하였다. 《만죽헌집(萬竹軒集)》 1권과 시조 2수를 남겼다.
[출처] 원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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