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산책] 소설 명시 수필 시조 동화

[고시조] (47) '동짓달 기나 긴 밤을' 황진이(黃眞伊) (2021.11.18)

푸레택 2021. 11. 18. 18:48

■ 동짓달 기나 긴 밤을 - 황진이(黃眞伊)

동짓달 기나 긴 밤을 한허리를 둘에 내어
春風 이불 아래 서리서리 넣었다가
어룬님 오신날 밤이어든 굽이굽이 펴리라

[뜻풀이]

*동짓달: 음력11월로서 이달에 동지(冬至)가 들었고, 동짓날까지는 일년중에 가장 밤이 긴 절기이다.
*한허리: 한가운데. 가운데 토막.
*춘풍(春風) 이불: 따스한 봄바람이 감도는 듯한 젊은 색시의 이부자리.
*서리서리: 길고 잘 굽는 물건을 포개며 휘감아 올리는 모양.
*어룬님: ‘어론님’으로 쓴 곳도 있다. 옛말로서 정든 사람, 정든 서방님. 한편 <얼은 임>으로 보아서, 추위로 몸이 꽁꽁 언 서방님으로 해석하는 이도 있다.
*밤이어든: 밤이거든.
*굽이굽이: 구불구불 굽은 곳마다.

[풀이]

동짓달 기나긴 밤 중 한가운데를 너무 기니까 두 동강 내어서, 따뜻한 이불 속에 서리서리 휘감아 챙겨두었다가, 정든 서방님이 남몰래 밤이 깊어서 찾아오시거든, 그걸 꺼내어 굽은 곳마다 펴고 바로잡아서 그 날 밤을 길게길게 잡아 늘어 보련다.

[지은이]

황진이(黃眞伊: ?~1530): 본명은 진(眞), 일명 진랑(眞娘). 기명(妓名)은 명월(明月). 개성(開城) 출신. 확실한 생존 연대는 미상이다. 중종대(中宗代) 송도(松都:開城)에 살던 황진사의 서녀(庶女)로서, 용모가 아름답고 마음이 트인데다가, 거문고 노래에다 시를 짓는 데에, 뛰어난 재주를 지니고 있었다. 기녀(妓女)가 된 후로는 명창 율객이나 문사, 학자들과 사귀며 명산대천을 찾아 놀기를 좋아하였다. 화담 서경덕 같은 당대의 명유(名儒)도 그녀와 즐겨놀았다 하는데 그녀는 화담선생·박연폭포와 더불어 자신을 가리켜 송도삼절(松都三絶)의 하나라고 자랑하였다.

[참고]

밤의 한가운데를 <허리>라고 한 것도 기발한 생각이거니와, 그것을 베어 낸다고 한것은 황진이만이 가능한 착상이요, 표현이다. 물질이 아닌 시간을 나무등걸이나 잘라 내듯이 베어 낸 긴 밤의 한 토막을 서리서리 넣는다고 한 것은 무엇인가? 임이 오신 밤은 너무나 짧았었다. 만단정회의 일단도 다 풀기 전에 날이 밝아 오는 것이 얼마나 원망스러웠던 것인가? 그런데, 임이 없는 동짓달 이 밤은 너무나 지리하고 길다. 그러니 남아 돌아가는 이 밤을 잘라내어, 임이 오신날 밤의 짧은 시간을 길게 늘이기 위하여 보관해 두자는 것이다. 엉키었던 물건을 잘 손질하듯이 서리서리 서려서 말이다. 그랬다가 임이오신 밤이면 그것을 굽이굽이 펴서 날이 새지 않게 해 보겠다고 다짐한다. 서리서리 넣을 때의 시름겨웠던 마음과는 대조적으로 흥에 넘쳐 춤이라도 출 듯이 밤의 한 토막을 풀어서 잇는 동작에는 즐거움을 이기지 못하는 신명이 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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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소일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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