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산책] 소설 명시 수필 시조 동화

[명시감상] '가을날' 문태준, '가을 밤' 이동순, '가을 하늘' 박철 (2021.10.14)

푸레택 2021. 10. 14. 08:24

◇ 가을날 / 문태준

​아침에 단풍을 마주 보고 저녁에 낙엽을 줍네
오늘은 백옥세탁소에 들러 맡겨둔 와이셔츠를 찾아온 일밖에 한 일이 없네
그러는 틈에 나무도 하늘도 바뀌었네

​- 문태준, ​『우리들의 마지막 얼굴』 (창비, 2015)

◇ 가을 밤 / 이동순

​산길을 내려와
늦은 저녁을 먹는 밥상 위엔
그림자가 어렸다

​어둑한 촉수의 전등 불빛은
토방 마루를 밝히고
마당의 송아지 등까지도 애틋하게 비치었다

​종일 빈집을 지킨 송아지는
자꾸만 긴 혀를 내밀어 내 등을 핥는다
아마도 사람이 그리웠던 게지

​송이철에만 이 산골로 올라온다는
노친네의 몸에선
오늘 갓 따온 시큼한 산초 냄새가 났다

- 이동순, 『가시연꽃』 (창작과비평사, 1999)

◇ 가을 하늘 / 박철

​당신과 함께 보았던 가을 하늘, 어디 있는지요 지금, 당신이 아름답다고 했던 가을 하늘 어디 있는지요 당신이 가져간 그 하늘 아래에 당신은 아직 남아 있는지요 구름 한 점 흐르지 않을 높고 푸른 그때 가을 하늘 감추고 있는지요 그 가을에 아직 눈물자욱 있는지요 눈물자욱 지우던 그 약속 아직 기억하고 있는지요

​당신이 남기고 간 가을 안개, 무서리 내리는 저녁 강가 당신이 뿌려놓은 안개, 당신은 이 밤 긴긴 골목을 빠져나가 새사람이 되었지요 그날 당신이 훌쩍 뛰어넘은 겨울강엔 마른버짐이 일어 들국도 스산한 자리 예 섰던 이가 나의 전부였음을 그대는 이제 잊었겠지요

​- 박철, 『새의 全部』 (문학동네, 1995)

[출처] 《주제 시 모음》 작성자 느티나무

/ 2021.10.14(목) 옮겨 적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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