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월의 꽃 / 김동인
봄이 지나갔다고
봄을 잊은 건 아닙니다
산과 들의 우거진 녹음이
봄을 생각나게 합니다
봄이 지나갔다고
그립지 않은 건 아닙니다
꽃봉우리에 맺힌 아침이슬이
아직 봄 햇살을 그리워합니다
다 꽃 피우지 못한 이여
그대가 떠나갔다고
그대를 잊은 건 아닙니다
그립지 않은 건 아닙니다
세월 속에 멈춰진 기억들이
우리 가슴 속에 꽃처럼 피어
그대를 생각나게 합니다
두 눈 감으면 보이는이여
조용히 그대 이름 불러봅니다
바람에 꽃잎이 살랑이듯
당신의 아름다운 미소가
지금 여기
우리의 가슴을 울립니다
■ 첫사랑 / 김동인
끊임없이 교차하는 물결이
작은 파도되어 스르르 철썩
고운 모래 위에 네 이름을 쓴다
한 글자 한 글자 또 한 글자
스르르 철썩 스르르 철썩
조금씩 사라져가는 이름
모래 위에 써 내려간 사랑
작은 파도에 흔들린 사랑
조금씩 지워져가는 사랑
그 이름 석자
짜서 마실 수 없는 바닷물처럼
바라 볼 수 밖에 없었던 이름
다시 써 보고 또 써 봐도
지워지고 마는 사람아
곁에 잊지 못한 사람아
잡지 못한 사람아
■ 글자 없는 편지 김동인
우리는 날마다 편지를 씁니다
글자 없는 편지를 씁니다
인생 그리고 삶의 이야기를
나이들어 잠시 멈춰서서는
지난 편지를 꺼내 읽어봅니다
글자가 없어도 읽을 수 있는
그날의 편지를 떠올리며
웃다가 울다가 또 웃다가
그렇게 읽어 내려갑니다
떠가는 구름에도 옛 편지 한 장이
한그루 나무에도 옛 편지 한 장이
뒷산 들꽃에도 옛 편지 한 장이
가슴을 울리는 편지가 있습니다
우리는 날마다 편지를 씁니다
글자 없는 편지를 씁니다
잘 살고 있노라고
다 지나 갔노라고
나 이겨 냈노라고
이 순간에도 편지를 씁니다
ㅡ 이천에서 보내온 '봄비'의 詩
/ 2021.05.31 편집 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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