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시인] 이천에서 봄비가 보내온 詩

[나도시인] '유월의 여유', '수선', '얼굴' 김동인 (2021.06.10)

푸레택 2021. 6. 10. 14:01

■ 유월의 여유 / 김동인

숲에 여유가 찾아왔다
이른 봄의 재촉에 못이겨
부지런히 싹 티우고 꽃 피우던 숲이
이제서야 잠시 여유를 부린다
불어오는 바람에 나무도 한들거리고
지저귀는 새소리 메아리치며 울리고
맑은 계곡물 소리 점점 우렁차니
잎사귀는 더욱 청록하다
오롯이 홀로 즐기는 여유로움
가을이 오기까지
한동안은 조용하겠지

■ 수선 / 김동인

옷을 사니 키가 작아
이것도 크고 저것도 크고
맞춤이 아니니 그럴 수 밖에
조금만 더 컸더라면
인생도 옷가지처럼 수선하며
살 일이 많지
자르고 메우고 꼬메야 될 일
수선 많은 인생살이
정장인생 부럽지만
내 몸에 딱 맞는 옷 아니라도
접어 입으면 되지
줄여가며 늘려가며 입으면 되지
인생도 그렇게 살면 되는거지
가장 편한 옷은 잘 때 입는것처럼
내 인생도 편한 잠옷 같길
고칠 건 고치고 자를 건 자르고
그렇게 살다보면
맞춤 정장인생 아니더라도
여유있게 편안한 그런 삶
살 수 있길

■ 얼굴 / 김동인

세월의 흔적을 찾으라면
당신의 얼굴을 보겠소
주름의 세월따라 먼 길 걸어온
당신의 얼굴을 보겠소
백옥같이 희지 않고
도자기 같이 부드럽지 않아도 괜찮소
언제라도 당신의 얼굴을 보다가
빙그레 작은 웃음 지을 수 있다면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갑시다

추억의 흔적을 찾으라면
당신의 얼굴을 보겠소
힘들어도 웃으며 살아온 인생길
당신의 얼굴을 보겠소
해처럼 빛나지 않고
꽃처럼 아름답지 않아도 괜찮소
언제라도 당신의 얼굴을 보다가
추억 한자락에 흐믓해 할 수 있다면
지금처럼 그렇게 살아갑시다

ㅡ 이천에서 보내온 '봄비'의 詩

/ 2021.06.10 편집 택

https://youtu.be/rSZay3cjGRU

https://youtu.be/yvvJHkOrbt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