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지 않는 새 / 김동인
오고가는 많은 사람들
좁은 지하도에 울리는
뚜벅뚜벅 발걸음 소리
너와 난 말이 없다
지하철 안내 방송에
우르르 몰려드는 사람들
서먹한 마음의 거리들
두 눈만 빼꼼히 보일 뿐
마스크 너머 가려진 얼굴
너와 나 그 거리 속
보이지 않는 높은 장벽
도시의 외로운 사람들
봄꽃은 피어 만발했건만
군중 속 그 침묵들이
쓸쓸한 저녁
바람에 홀로 흔들리는
갈대처럼 서글프다
적막한 숲
울지 않는 새처럼
아픔을 숨기고
그 목소리를 삼키고
너와 나
외로움을 가두는
팬데믹의 굴레 속에
벗어날 수 없는
바이러스와의 긴 혈투
이길 끝 최후의 날
승자는 웃을 수 있을까
■ 유산 / 김동인
값 싼 물건을 사듯
오염된 공기를 샀다
마실 수 없는 물을 샀다
고물상 바다를 샀다
쓰레기 버리듯
맑은 하늘을 버렸다
울창한 숲을 버렸다
바다의 신비를 버렸다
위대한 유산을 위하여
사고 버렸다
그리고
자연의 반란
공기 중 먼지의 벽과
썪은 물의 악취
플라스틱 물고기의 상처
그 아픔들을
우린
너무 쉽게 너무 빨리
사고 버렸다
편리함 그 위대한 유산을
앞으로의 눈물을
신의 심판을 남긴다
■ 그립습니다 / 김동인
봄이 오면
뒷산은 꽂동산 되고
진달래 개나리 우린 모두 꽃이 되어
넓은 들판 뛰놀던 동네 아이들
그 시절 그 봄이 그립습니다
여름이면
맑은냇가 파란하늘 밑
붕어 송사리와 물장구 치며
하루해가 다가도록 하하호호 뛰놀던
그 시절 그 여름이 그립습니다
파란 하늘
밀짚모자 허수아비 아저씨
고추잠자리 황금들판 메뚜기들
술래잡기 고무줄놀이 말타기하던
그 시절 그 가을이 그립습니다
흰눈이 펑펑
온 세상이 하얀 나라
비료푸대 눈썰매와 못난이 눈사람
코가 빨개도 장갑이 젖어도 즐겁던
그 시절 그 겨울이 그립습니다
약속없이 헤어져도 다시 만나고
새잎처럼 아침이슬처럼 순수한
더벅머리 꼬마들의 맑은 미소
그 시절 그 아이들이
오늘도 그립습니다
ㅡ 2021.05.19 이천에서 보내온 '봄비'의 시
https://youtu.be/NcDQtA3PMB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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