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삶] 살아가는 이야기

[반려식물] 호야와 아레카야자, 행운목 이야기 (2020.11.21)

푸레택 2020. 11. 21. 13:09



































■ 호야와 아레카야자를 키우며 느끼는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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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고양이나 개를 반려동물로 기르듯 나무와 꽃들도 반려식물로 키운다. 에코식물을 키우면 집안을 아름답게 꾸며주기도 하고 오염된 집안의 공기도 정화되니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 이런 장점을 알고 에코인테리어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차츰 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유익한 점을 알고 있으면서도 '우리 집은 식물만 키우면 다 죽어서 못 키워요' 하는 사람들 또한 많다.

지난 달 이사하면서 집이 좁을 것 같아 작은 화분에 담긴 철골소심란과 셀렘을 남겨두고 큰 화분들을 대부분 처분해 버렸다. 이사하고 나니 그냥 가져올 걸 하는 아쉽고 아까운 생각이 든다. 공기 정화 식물 콩고와 예쁜 꽃 피우던 녹보수 그리고 기품있게 잘 자란 인도고무나무와 떡갈잎고무나무, 드라세나콤팩타가 지금도 눈에 아른거린다.

호야(Hoya)는 7년 동안 키운 정이 있어 차마 처분하지 못하고 싣고 왔다. 오랜 시간 정성껏 키웠건만 이 호야가 꽃을 피울 생각을 하지 않는다. 질소 성분이 포함되어 있지 않은 개화촉진 영양제인 '하이포넥스' 까지 뿌려주고 있으니 내년을 기대해 보아야겠다. 호야는 박주가리과에 속하는 덩굴성 식물로 동남아시아가 원산지다. 다육식물(多肉植物)에 속하기 때문에 키우기 쉬운 식물이 아니다. 꽃을 본다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일이다. 키운지 1년 만에 꽃이 피더라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고 10년 만에 꽃을 보았다는 사람도 있다. 매사가 그렇듯 식물도 정성만으로 꽃을 피울 수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호야꽃은 5월에 피는데 잎겨드랑이에서 꽃대가 자라 많은 꽃이 별 모양으로 둥글게 피며 향기가 난다. 호야꽃을 처음 본 사람들은 아기별 같은 기하학적 꽃 모양에 감탄을 금치 못한다. 그 신기하고 멋진 호야꽃을 보고도 무감각하다면 그는 생태적 감수성이 부족한 '감정이 무딘 사람'일 것이다. 나는 어른을 위한 동화 생텍쥐베리의 '어린 왕자'와'바오밥나무'를 좋아하는 사람은 꼭 호야를 키워보라고 권하고 싶다. 호야에는 '아기별'이 숨어있기 때문이다. 호야의 꽃말은 외로운 사랑, 고독한 사랑, 그리운 사랑이라고 한다. 나는 이 꽃에 기다림, 어린 왕자, 간절한 소망, 희망의 속삭임이라는 꽃말을 덧붙이고 싶다. 우리집 호야가 멋진 연분홍빛 아기별꽃을 피우는 그날까지 기다림을 배워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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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동네에서 아레카야자를 한 그루 구입하여 키우고 있는데 정말 잘 자란다. 병충해도 없고 관리하기도 매우 쉽다. 겉흙이 마르면 물만 주면 된다. 생명력이 강하고 사계절 푸른 아레카야자는 에코인테리어 식물로 단연 으뜸의 자리를 차지할 것이다. 나는 수돗물을 받아 하루쯤 놓아 둔 후 유용한 미생물인 EM(Effective Micro-organisms) 원액을 조금 넣어 EM 희석액을 만들어서 식물에 준다. 그래서인지 우리 집 아레카야자는 계속 어린 새순이 돋아나고 정말 튼튼하게 잘 자라고 있다. EM은 식물뿐 아니라 집안 구석구석에 활용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듯 아레카야자는 미국항공우주국(NASA)에서 선정한 공기오염 정화식물 에코플랜트 가운데 종합평가 1위를 차지한 식물이다. 실내에 존재하는 모든 종류의 휘발성 유해물질을 제거하는 탁월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 실내에 약 1.8m의 아레카야자를 놓아 두고 실험한 결과, 24시간 동안 증산작용을 통해 약 1ℓ의 수분을 공기 중으로 방출했다고 한다. 아레카야자는 건조한 실내에 습도를 높이는 최고의 식물이니 이보다 더 좋은 천연 가습기는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백과사전을 찾아보니 아레카야자는 줄기가 노란색을 띠고 있어 '황야자'라고도 부르고, 위로 부드럽게 뻗어가는 잎이 나비의 모습을 닮아 'Butterfly Palm'이라고도 하며, 깃털 같은 잎을 가졌다 하여 'Golden Feather Palm'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고 한다. 아레카야자는 열대식물로 잎이 부드러운 곡선으로 자라는 모습이 아름답고,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도 매력적이다. 또 한 뿌리에서 여러 포기의 줄기가 나와 풍성하게 자란다. 줄기에 까만 점처럼 보이는 것이 있는데, 이것은 벌레도 아니고 병에 걸린 것도 아닌 원래의 모습이다. 우리집 거실을 녹색으로 수놓아 싱그러움을 선사해 주고 있는 에코플랜트 아레카야자. 무럭무럭 자라서 노란빛 멋진 네 아름다운 꽃을 피워 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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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야와 아레카야자를 키우는 작은 이야기에 내 얘기도 꼭 좀 써 달라는 듯 애교를 부리는 놈이 있다. 넓고 햇빛 잘 들어오는 거실에서 호강을 하다가 좁은 집 발코니 한쪽 공간에 간신히 자리잡고 있는 행운목이 오늘 이야기의 세번째 주인공이다.

행운목은 말 그대로 행운처럼 우리집에 굴러 들어온 나무다. 이웃집 할아버지가 관리하기 힘들다며 가져가라 하여 우리집에 오게 된 것이다. 이번에 이사하면서 큰 화분을 다 처분해 버렸는데 왠지 행운목만큼은 정이 가서 이삿짐에 싣고왔다. 좁은 발코니 한 모퉁이에 겨우 자리잡은 행운목. 그런데 이게 웬 행운일까. 며칠 전 발코니에 나가보니 행운목이 작은 꽃대를 내밀고 있지 않은가? 식물에게도 마음이 있다면 "그래 고마워, 그리고 미안해" 하며 내 마음을 전해 주고 싶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호야꽃 대신 행운목이 꽃대를 내밀며 '낙망하지 말라'고 '나를 보고 희망을 가지라'고 내게 속삭이고 있다.

행운목은 백합과에 속하며 아프리카가 원산지다. 학명은 드라세나프라그란스(Dracaena fragrans)이다. 꽃말은 이름 그대로 '행운'과 '행복'이다. 행운목은 키우기 쉬운 식물이다. 그러나 호야만큼이나 꽃 피우기 어려운 식물이다. 행운목 꽃은 처음 꽃대가 올라온 후 몇 주가 지나야 꽃이 피며, 꽃이 피어나면 온 집안이 꽃향기로 가득하게 된다고 한다. 호야꽃은 밤이 되면 피어나고 낮이 되면 꽃잎을 접는 야행성꽃이라고 한다. 온 집안이 꽃향기 가득하고 뜻밖의 행운이 찾아올 그 어느 날을 기다리며 행운목 예쁜 꽃대를 보고 또 본다.

벤자민과 소철과 관음죽
송사리와 금붕어와 올챙이와
개미와 방아깨비와 잠자리
장미와 안개꽃과 튤립과 국화
우리 집에 와서 다 죽었다

죽음에 대한 관찰일기를 쓰며
죽음을 신기해하는 아이는 꼬박꼬박 키가 자랐고
죽음의 처참함을 바라보며
커피를 마시고 음악을 듣는 아내는
화장술이 늘어가는 삼십대가 되었다

바람도 태양도 푸른 박테리아도
희망도 절망도 욕망도 끈질긴 유혹도
우리 집에 와서 다 죽었다

어머니한테서 전화가 왔다
별일 없냐
별일 없어요

행복이란 이런 것
죽음 곁에서
능청스러운 것
죽음을 집 안으로 가득 끌어들이는 것

어머니도 예수님도
귀머거리 시인도
우리 집에 와서 다 죽었다

ㅡ 유홍준 시인 '우리 집에 와서 다 죽었다' 詩 전문

/ 2020.11.21(토) 택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