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넓은 뜰엔 꽃도 심고 나무도 기르고
나는 퇴직 전부터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한적한 곳에 아담한 시골집을 마련하여 넓은 뜰에 내가 좋아하는 나무와 풀꽃을 가득 심고 녹색 속에서 살아가는 꿈을 갖고 있었다. 가끔씩 어떤 나무와 풀꽃을 심을까 구상해 보며 즐거워하곤 했다. 한갓 헛된 꿈이 될지라도 나는 나무와 풀꽃을 내 마음에 심고 또 심었다. 그런데 지금은 한순간의 잘못된 선택으로 말 그대로 남가일몽(南柯一夢)이 되어 버렸다. 인생은 자신의 뜻과 의지만으로 어찌 할 수 없는 일들이 수없이 많다. 하늘의 뜻이 함께 해야 함을 깨달았다. 그러나 헛된 꿈임을 알면서도 오늘도 나는 나무를 심고 또 심는다.
넓은 뒷뜰엔 층층나무와 자작나무를 심고 구상나무와 왕벗나무 몇 그루 심고 싶다. 호두나무도 한그루 심어야겠지. 뜰보리수와 꾸지뽕나무도 심고 싶다. 모과나무와 감나무 그리고 매실나무와 자두나무와 앵두나무도 심으리라. 백목련 한 두 그루는 앞뜰에 심고 피라칸다와 미국낙상홍, 윤노리나무와 모란과 작약과 붓꽃도 심으리라. 집 둘레엔 황매화와 개나리를 심고 장미와 찔레꽃이 피게 하리라. 또 빈땅에는 채송화와 봉숭아, 맨드라미, 과꽃을 심으리라. 어머니가 좋아하셨던 깨꽃도 빠뜨리면 안 되겠다.
내가 커서 아빠처럼 어른이 되면
우리 집은 내 손으로 지을 거에요
울도 담도 쌓지 않는 그림 같은 집
울도 담도 쌓지 않는 그림 같은 집
언제라도 우리 집에 놀러 오세요
내가 커서 엄마처럼 어른이 되면
우리 집은 내 손으로 꾸밀 거에요
넓은 뜰엔 꽃도 심고 고기도 길러
넓은 뜰엔 꽃도 심고 고기도 길러
언제라도 우리 집에 놀러 오세요
우리집 아이들이 어릴 적에 많이 불러주었던 노래 '우리 집'이라는 동요다. 내 손으로 집을 짓고 내 손으로 꽃과 나무를 심고 싶은 꿈은 어린이들만의 꿈이 아니다. 도시 생활에 지친 사람들은 한두 번씩 꾸워 보았을 꿈이다. 꿈만 꿀 뿐 그것을 현실로 만드는 일은 참으로 힘든 일이다. 경제적 여건 못지 않게 용기 있는 결단이 필요하다. 삶의 터전을 옮기고 바꾸는 일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
딸들에게 불러주었던 이 동요를 이제 손주들에게 들려준다. 울도 담도 쌓지 않는 그림 같은 집을 짓고 넓은 뜰엔 꽃도 심고 고기도 기르며 언제라도 우리집에 놀러 오라는 동요 속 이야기는 아이들의 꿈이 아니라 나의 꿈이 되었다. 이 꿈이 비록 헛된 남가일몽이 될지라도 나는 내 마음 속에 나무와 풀꽃을 언제까지든 심고 또 심고 싶다. 그것은 내 마음에 행복을 심는 일이기 때문이다.
/ 2020.11.21 택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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