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핑크빛 갈대밭' 핑크뮬리의 불편한 진실
뉴스 한 토막. 이름도 모르던 식물에서, 최근 몇 년 새 '가을철의 대명사' 코스모스의 자리를 대신 꿰찬 '핑크뮬리(Pink Muhly)'. 이젠 봄 하면 노란 유채꽃, 가을 하면 바람에 출렁이는 분홍빛 핑크뮬리 갈대밭을 떠올릴 정도가 됐다. 그러나 코스모스의 자리를 꿰차고 정원을 핑크빛으로 수놓는 이 핑크뮬리가 '생태계 위해성 2급 식물'로 지정된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은 듯 하다.
핑크뮬리(pink muhly)는 미국이 원산지인 여러해살이풀로 우리말로는 '분홍쥐꼬리새'라고 하는 외래식물이다. 최근 환경부는 핑크뮬리가 지난해 '생태계 위해성 2급'으로 지정되었다며 각 지자체에 식재를 자제하도록 권고했다는 소식이다. 일명 '핑크색 갈대밭'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핑크뮬리는 전국에 곳곳 하천과 도로, 공원 등에 대규모로 조성되어 있다.
국립생태원이 생태계에 위해를 줄 우려가 있는 외래 생물을 선정해 생물 특성, 서식 현황, 위해성 등을 평가하면 환경부가 생태계 등에 미치는 영향이 큰 것으로 판단되는 생물종에 대해 '생태계 교란 생물'로 지정 관리한다. 지난해 5개 외래종에 대한 '외래생물 정밀조사' 결과 핑크뮬리는 생태계 위해성 2급 평가를 받았다. 생태계 교란 생물(생태계 위해성 1급)로 지정된 것은 아니지만 생태계 위해성은 보통이나 향후 생태계 위해성이 높아질 우려가 있는 경우 확산 정도 및 생태계 등에 미치는 영향을 지속적으로 관찰할 필요가 있는 식물이다. 외래 생물 정밀조사 결과 핑크뮬리는 경기도와 제주, 전북, 부산, 경북 지역 등 전국 37개 시민공원과 개인 농장 등에서 축구장 14배 규모인 10만㎡ 이상 식재된 것으로 파악됐다고 한다.
분홍색으로 정원과 들판을 물들이는 핑크뮬리 군락은 계절 변화를 알리며 아름다운 광경을 만들어낸다. 특히 핑크뮬리 정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릴 사진을 찍는 장소로 인기가 높고 화제가 되면서 각 지자체가 방문객 유치를 위해 식재를 확대했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경기도 가평 자라섬에서 열린 남도꽃축제에서도 대규모로 심어진 핑크뮬리는 큰 관심을 끌었다. 어제 서울식물원을 산책하면서 살펴보니 주제원 온실 주위에도 핑크뮬리가 많이 심어져 있었다.
환경부가 핑크뮬리 식재 자제를 권고하고 있으나 일부 지자체에서는 이를 무시하고 핑크뮬리 군락지 조성을 계속 계획하는 등 외래 생물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생태계가 파괴되면 복구와 복원에 막대한 비용과 노력이 필요한 만큼 무분별한 확산을 막기 위한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역 경제 활성화와 관광객 유치를 위해 생태계 위해성 2급 식물을 인위적으로 대규모로 조성하는 지자체나 단체의 손을 들어줘야 할지, 국립생태원의 위해성 평가로 식재 자제를 권고하는 환경부가 옳은지는 너무도 자명한 일이다.
환경부가 지정한 '생태계 교란 생물'(생태계 위해성 1급)을 찾아보니 현재 모두 29종이다. 이중 식물이 16종, 포유류 1종, 곤충 5종, 양서류 및 파충류 4종, 어류 2종,그 밖의 무척추동물 1종이라고 한다.
생태계 위해성 1급 식물(생태계 교란 식물)은 돼지풀, 단풍잎돼지풀, 가시박, 애기수영, 환삼덩굴, 서양등골나물, 도깨비가지, 미국쑥부쟁이, 서양금혼초, 가시상추, 양미역취, 갯줄풀, 마늘냉이, 영국갯끈풀, 물참새피, 털물참새피 등 16종이다. 어류는 큰입배스, 파랑볼우럭(블루길) 2종이고 곤충은 꽃매미, 미국선녀벌레, 갈색날개매미충, 등검은말벌, 붉은불개미 등 5종이다. 포유류는 뉴트리아 1종, 양서류 및 파충류는 리버쿠터, 중국줄무늬목거북, 붉은귀거북, 황소개구리 등 4종이며 그밖의 무척추동물로 미국가재가 생태계 교란 생물 즉 생태계 위해성 1급 생물이다.
이들 생태계 교란 생물은 외래 생물들이다. 이 외래 생물들은 막강한 생존력과 번식력으로 다른 생물들의 삶의 터전을 위협한다. 다양한 생물종들이 살아가는 건강한 생태계를 위해 생태계 교란 생물들의 번식을 최소화하도록 힘써야 한다. 그런데 생태계 교란 생물들이 어찌 저 29종 뿐이랴. 인간 생태계에도 막강한 돈과 펜과 칼을 휘두르며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짓누르고 자신들만의 커다란 성을 쌓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막강하고 무서운 힘을 휘두르며 건강한 인간 생태계를 교란하는 저 악마와도 같은 암적 집단들은 도대체 누가 언제 심판할까. 그날은 과연 올까?
/ 2020.11.13(금) 택우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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