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청나게 큰 잎과 향기로운 꽃이 매력적인 수중식물 '빅토리아수련'
ㅡ 강서구 마곡동 서울식물원 (Seoul Botanic Park)
따뜻한 햇살이 단풍잎에 내려앉는 늦가을 오후, 집을 나서 마곡동 서울식물원을 찾았다. 서울식물원은 서울시에서 만든 최초의 도심형식물원이다. 서울식물원은 9호선 마곡나루역 4번 출구와 연결되어 있고 5호선 마곡역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지난달 이곳 강서구로 이사온 이후 틈틈이 서울식물원을 찾았다. 점심 시간 산책하러 나온 직장인들이 호수원 둘레길을 걸으며 늦가을 햇살을 즐기고 있다. 곱게 단풍든 잎을 매단 낙우송과 양버들이 줄지어 늘어선 호수원 둘레길 풍경이 한폭의 멋진 풍경화를 보는 듯 하다. 물푸레나무와 회화나무, 팽나무, 이팝나무는 벌써 단풍든 잎마저 모두 떨구고 추운 겨울 맞을 채비를 모두 마쳤다.
서울식물원은 문을 연 지 2년 만에 660만 명이 다녀갈 정도로 서울의 명소로 자리매김했다. 코로나19 단계 격상으로 굳게 닫혔던 주제원이 지난 달 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로 하향 조정되어 다시 개방되었다. 서울식물원의 백미는 주제원의 온실이다. 식물문화센터 입구에서 QR코드를 찍고 온실로 들어섰다. 푸르고 싱그럽게 자라나는 나무와 풀꽃들 사이로 걸어가니 그린샤워를 하는 듯 마음이 저절로 상쾌해진다. 창밖은 낙엽이 떨어지는 황량한 늦가을인데 온실 안은 이국(異國)의 나무와 꽃들 피어나는 따뜻하고 온화한 초여름이다. 주제정원 온실에는 지중해와 열대기후 환경을 바탕으로 독특한 식물문화를 발전시킨 세계 12개 도시 정원을 다채롭게 꾸며 놓았다.
오늘 나의 주관심 식물은 열대원에 있는 '빅토리아수련(Victoria amazonica)'이다. 빅토리아수련의 영어명은 Victoria Water Lily이며, 남아메리카 원산의 수련과 빅토리아속(Victoria)에 속하는 식물로 열대 지역에 서식하는 수생식물이다. 빅토리아 수련은 1837년 로버트 손부르크가 아마존강 유역에서 처음 발견했으며 영국 식물학자 존 린들리(Jone Lindley)가 빅토리아 여왕을 기념하기 위해 학명을 Victoria regia로 명명하면서 유래했다. 빅토리아 수련은 빅토리아크루지아나 수련(Victoria cruziana)과 남미 브라질 아마존강 유역이 원산지인 아마존빅토리아 수련(Victoria amazonica) 2종이 있다.
빅토리아수련은 엄청난 크기의 잎과 수면 아래 감춰진 수많은 가시, 미로처럼 뻗은 두툼한 잎맥, 향기로운 꽃이 특징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쉽게 볼 수 있는 식물이 아니다. 이곳 서울식물원 열대원을 찾으면 마음껏 빅토리아수련을 감상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아쉽게도 아름다운 꽃을 볼 수는 없다. 빅토리아수련은 8월~10월 사이에 크고 아름다운 꽃을 밤에 피워 '밤의 여왕'이라고 부른다. 꽃은 온기와 향기를 품고 있으며 이틀 동안 피어나는데 개화 첫날은 흰색의 암꽃이고 다음날은 분홍색의 수꽃으로 변신한다고 하니 독특한 잎의 모양만큼이나 꽃도 신기한 식물이다. 딱정벌레가 빅토리아수련 꽃의 수분매개 개체라고 한다.
빅토리아수련은 세상에서 가장 큰 잎을 가진 식물로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며, 그 모양 또한 매우 인상적이어서 한번 보게 되면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빅토리아수련의 거대한 잎은 원 모양으로 지름이 최대 3m까지 자라 어린 아이가 올라가도 가라앉지 않을 정도로 큰 부력을 갖고 있다. 놀랍게도 이 거대한 잎들이 하나의 뿌리에서 뻗은 줄기에 연결되어 있다. 잎 표면은 녹색이며 광택이 나고 가장자리가 위를 향해 직각으로 구부러진다. 빅토리아수련은 잎의 뒷면이 짙은 붉은색이고 수많은 가시로 덮여 있어 '큰가시연꽃'이라고도 한다.
오늘은 서울식물원 주제원 온실에서 빅토리아수련을 마음껏 사진에 담고, 아름답게 피어난 '신비의 꽃' 극락조화(極樂鳥花)의 꽃까지 감상하는 행운을 누렸다. 극락조화의 영어명은 Bird-of-Paradise flower인데 꽃이 피면 마치 극락조가 날개를 펴고 나는 모습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곳 온실의 열대관과 지중해관에서는 코알라의 주식인 유칼립투스와 어린 왕자에 나오는 바오밥나무도 볼 수 있다. 또한 올림픽 월계관으로 사용하는 풍요와 평화의 상징인 올리브나무,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견과류 나무라고 하는 파스타치오, 미국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톤의 이름을 따서 지은 워싱토니아 열대 야자수도 만날 수 있다.
알락카시아와 몬스테라, 필로덴드론, 박쥐란, 바오밥나무, 울레미소나무, 인도보리수, 시킴바나나는 언제 보아도 싱그럽고 아름답다. 중국부채야자, 칼라데아루테아, 행운목콤팍타, 호두선인장, 몰타나용설란, 물병나무. 덕구리란, 무늬문주란, 리톱스의 아름답고 멋진 모습들이 뒤돌아서는 나의 발길을 자꾸만 멈추게 한다.
이제 곧 매서운 겨울이 닥쳐 올 것이다. 함박눈이 쏟아지는 날 이곳 서울식물원을 찾아 따뜻한 온실의 숲길을 거닐면 정말 낭만적일 것 같다. 열대관과 지중해관 열두 나라 열두 도시의 살아 숨쉬는 식물들과 함께 있으니 절로 몸과 마음이 치유된다. 또한 나무와 문화에 대한 새로운 지식을 쌓는 쏠쏠한 기쁨도 맛보았다. 살아있는 것들의 숨결을 느끼고 저마다 간직한 숨겨진 이야기에 귀기울여보는 시간은 얼마나 소중한 체험인가. 생명의 감각을 느끼며 마음을 소통한 순간은 또 얼마나 값진 경험인가.
/ 2020.11.12(목) 늦가을 저녁에, 김영택 씀
♤ 서울식물원 가는 길
° 주소: 서울시 강서구 마곡동로 161
° 지하철: 9호선 마곡나루역 3, 4번 출구와 연결
9호선 양천향교역 8번출구 (도보5분)
5호선 마곡역 2번출구 (도보 10분)
° 버스: 마을버스 강서05-1, 강서07
광역버스 2000, 3000,300A
간선버스 601,605,654,6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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