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삶] 살아가는 이야기

[생각산책] 격세지감, 인공지능 AI가 만들어갈 세상.. 카르페 디엠 그리고 메멘토 모리 (2020.06.14)

푸레택 2020. 6. 14. 23:24

 

 

 

 

 

 

 

 

 

 

 

 

 

 

 

 

● 허무도 어찌하지 못할 사실

교회 권사님이 카톡으로 '격세지감(隔世之感)'을 느끼게 하는 세태 풍자 사진을 몇 장 보내주셨다. 사진과 그림 하나하나가 예리한 풍자로 공감의 웃음을 짓게 한다. 싫던 좋던 세상은 끊임없이 변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앞으로 10년 아니 50년, 100년 후엔 또 어떤 세상이 펼쳐질까? 그때는 또 어느 화가가 어떤 풍자 그림을 그릴까? 제행무상(諸行無常)이라 했던가? 시간의 흐름만 변하지 않고 모든 존재하는 것들은 변한다고 하는데 오늘날은 과학의 발달로 그 변화하는 속도가 정말 빠르다. 그러나 그 발전하는 과학의 속도만큼 인간의 행복감도 함께 증가할까?

아무리 과학과 의학이 발달하고 경제가 부흥한다고 한들 사피엔스가 만든 이 찬란한 문화도, 이 위대한 세상도 천연두에 의해 무너진 아즈텍과 잉카 문명처럼 Covid 19보다 더 위협적인 바이러스나 슈퍼박테리아에 의해 어느 날 어느 순간 모래성처럼 맥없이 무너져 버리는 날이 올 것이다. 인공지능 로봇이 사람 대신 일을 하고, 온갖 기능을 다 갖춘 휴대폰과 자동차가 만들어지고, 초호화 아파트에서 산해진미를 맛보며 살아가는 시절이 온다 한들, 우리네 민초들에게는 그림의 떡이고 우리의 삶은 여전히 상대적 빈곤 속에서 허덕이며 끊임없는 근심과 걱정 속에서 살아갈 것이다.

인간의 탐욕만이 넘실대는 세상에서는 요순시대 같은 태평성대의 시절을 기대할 수 없다. 인생은 원래 불평등한 것이다. 불평을 늘어놓지 말고 불평등함을 받아들이자. 내게 주어진 무거운 짐을 묵묵히 지고 걸어가자. 남들과 비교하지 말자.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작은 것에 감사하며 살아가는 삶이 어쩌면 더 마음 편하고 행복하다. 가난하다고 꿈조차 가난하랴, 큰 꿈을 가지라고 시인은 노래하지만 인생역전을 꿈꾸며 자신을 희망 고문하지 않는 것이 정신 건강에 좋다. 그저 빈부격차나 좀 줄어들고, 약육강식이나 좀 덜 하고, 전쟁이나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인류애를 갖는 편이 낫다.

너무 슬픈 현실인가. 이럴 땐 신경림 시인이 이웃의 한 젊은이를 위하여 읊은 '가난한 사랑의 노래'를 들어보자.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눈 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 가난하다고 해서 두려움이 없겠는가 두 점을 치는 소리, 방범대원의 호각소리, 메밀묵 사려 소리에 눈을 뜨면 멀리 육중한 기계 굴러가는 소리. 가난하다고 해서 그리움을 버렸겠는가 어머님 보고 싶소 수없이 뇌어보지만.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돌아서는 내 등 뒤에서 터지던 네 울음. 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 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내침김에 고려의 태평했던 시절이 한낱 꿈처럼 허무하다고 노래한 길재의 시조도 한 수 읊어 보자. 오백 년 도읍지를 필마(匹馬)로 돌아드니 산천은 의구한데 인걸은 간 데 없네 어즈버, 태평연월(太平烟月)이 꿈이런가 하노라. 지나고 나면 아 옛날이여 하며 그 때가 좋았다며 그 시절을 태평연월로 기억하지만 과연 그럴까?

언젠가 읽은 책에 이런 글귀가 있었다. 산책길 눈앞에 보이는 길과 나무와 풀에 집중하라. 풀냄새에 집중하라. 나뭇잎의 감촉을 느껴보라. 발자국 소리에 집중하라. 숨쉬는 소리에 집중하라. 심장의 박동 소리에 집중하라. 마음을 비우고 현재에 머물라. 생각을 멈추고 지금 앞에 있는 것들에 집중하라. 맨발로 흙위를 걸어가라. 맨몸에 맨살에 온통 비를 맞으며 걸어가라. 그래 스쳐오는 바람결에 새소리 들으며 지금 내가 살아있음을 느껴 보자. 산책길에 만나는 풀 한 포기, 꽃 한 송이 살펴보며 나의 삶을 돌아보자. 내가 온 길, 내가 갈 길 생각해 보자.

우리는 늘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과거는 지나갔고 미래는 불확실한 것이다. 오직 현재만이 나의 것이다. 오늘 하루는 내게 주어진 선물이고 내 인생의 가장 젊은 날이다. 그렇다. 내 인생 최고의 봄날은 항상 오늘이다. 카르페 디엠(Carpe diem), 지금 이 순간을 감사하며 즐겁게 살아가자. 지나가버린 과거에 얽매이지 말자. 불확실한 미래에 들뜨지 말자. 지금 이 순간을 살자. 그리고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생명을 가진 모든 것은 언젠가는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는 사실을, 고난의 삶도 행복한 삶도 우리 모두의 인생은 유한하고 언젠가는 끝이 있음을 늘 기억하자. 

카르페 디엠과 메멘토 모리는 결국 같은 의미가 아닐까? 인간은 언제나 지금 이 순간을 살며 언젠가는 끝이 있다는 것. 어느 시인의 노래처럼 이 순간을 소중히 느껴보자. 이 순간 내가 별들을 쳐다본다는 것은 그 얼마나 화려한 사실인가. 이 순간 내가 제9교향곡을 듣는다는 것은 그 얼마나 찬란한 사실인가. 그들이 나를 잊고 내 기억 속에서 그들이 없어진다 하더라도 이 순간 내가 벗들과 웃고 이야기한다는 것은 또 얼마나 즐거운 사실인가. 이 순간 내가 이렇게 마음 내키는 대로 글을 쓰고 있다는 것은 허무도 어찌하지 못할 사실이다.

/ 2020.06.14 초여름 저녁, 손주와 놀아주며 많은 날들을 살아갈 손주들을 위해 이 글을 쓰다. 김영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