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삶] 살아가는 이야기

[수학놀이] 다섯 살 손주의 덧셈 놀이와 뚝딱 한글 떼기.. 두 자리 수 더하기 (2020.06.17)

푸레택 2020. 6. 17. 11:05

 

 

 

 

 

 

 

 

 

 

 

 

 

 

● 다섯 살 손주의 덧셈 놀이와 뚝딱 한글 떼기

손주 '호야'는 우리 나이로는 올해 다섯 살, 만 나이로는 네 살이다. 2014년 6월 출생이니 내일 모레면 태어난지 꼭 48개월이다. 호야는 도형과 숫자 놀이를 참 좋아한다. 숫자 매직 놀이와 넘버 블럭을 보고 그대로 만들기를 즐겨 한다. 일곱 살 누나가 공부하는 구몬수학을 제법 따라한다.

며칠 전에 호야에게 "45 더하기 46은?" 하고 물어 보니 조금 생각하더니 답을 말했다. "39 더하기 38은?" 역시 쉽게 맞혔다. 이 모습을 휴대폰으로 찍어 식구들에게 보여주니 모두 깜짝 놀란다. 오늘은 내가 스케치북에 합계가 백을 넘지 않는 두 자리 수 덧셈 문제를 적어놓고 풀게 해 보았다. 역시 답을 모두 맞혔다. 딸아이가 "우리 재호가 10진법을 빨리 깨우친 것 같다"고 분석한다.

자기가 문제를 낸다고 숫자를 적고 또 답의 숫자를 일부러 멋부려 쓰는 개구진 모습이 마냥 천진스럽다. 합계가 백이 넘는 덧셈, 두 자리 수 뺄셈 문제, 간단한 세 자리 수 문제도 내 보아야겠다. 두 자리 수 덧셈은 초등학교 2학년 1학기 때 배운다고 한다. 사실 덧셈은 한 자리 더하기만 확실하게 알면 몇 자리 수 더하기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게 된다.

호야는 '무한'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지난 봄날 벚꽃 흐드러지게 핀 길을 지나며 "벚꽃이 정말 많이 피었네" 했더니 "벚꽃이 무한이네" 한다. "무한이 뭐야?" 했더니 "셀 수 없이 많은 거야" 한다. 조금씩 수의 개념을 알아가는 듯 하여 기특하기만 하다. 무한히 큰 수는 8자가 누워 있는 모양인 ∞의 기호를 사용하여 나타낸다고 말해 주니 신기해 한다.

어제는 "천, 만, 억 말고 자리수 또 뭐 있어요?" 하고 묻는다. "억 다음에는 조, 조 다음에 경이 있지." 하고 답해 주었다. 오늘 호야가 다시 묻는다. "조, 경 말고 자리 수 새로운 거 없어요?" 경 다음이 뭐지, 알 수가 없어 인터넷을 찾아 보았다. '해자양구간정재극..' 손주 덕분에 나도 처음 알게 되는 숫자 단위들이다. "극 다음은?" 딸아이가 현답을 한다. "극 다음은 재호가 좋아하는 무한이지."

두돌이 조금 지났을 무렵, 세 살 때 '꼬마트럭'이라는 제목의 책을 자주 읽어준 덕분인지 호야가 한글 자음과 모음을 조합하여 '꼬마트럭'이라는 글자를 만들었다. 그러고는 그대로 읽었다. 한글을 알고 읽는 것인지 외워서 읽는 것인지 궁금하여 뒷 글자부터 읽어 보도록 하였다. 한 순간도 망설임 없이 '럭트마꼬'라고 읽었다. 식구들 모두 깜짝 놀랐다.

딸아이 친구들이 "호야는 어떻게 한글을 뗐어?" 하고 물으면 딸아이는 대답한다. "음, 그냥 자기가 자음과 모음을 조합하더니 한글을 뚝딱 뗐어." 일부러 조기교육을 시킨 것도 아닌데 저절로 한글을 떼고 숫자도 금방 백까지 셌다. 지금은 일부터 백까지의 숫자를 쓰고 영어로도 말한다. 호야는 도형과 숫자 그리고 문자를 좋아하니 언어와 수리 분야에 재능이 있는 것일까?

이곳 일산으로 이사 오기 전 남양주 별내에 살 때 큰 손주 유니의 어린이집 네 살 친구는 곤충을 그렇게 좋아했다. 웬만한 곤충의 이름은 모두 기억한다고 했다. 내가 '파브르'라고 별명을 지어 주었다. 먼 친척 네 살 아들이 지나가는 차의 차종 이름을 모두 알아 맞혀 깜짝 놀랐던 적이 있다. 어느 친구는 자기 아들이 어릴 때 200개 가까운 전세계의 국가와 도시 이름을 다 기억했다고 자랑한다.

다중 지능(多重知能)이론이라는 것이 있다. 일반적으로 다중 지능은 언어 지능, 논리 수학적 지능, 공간 지각 지능, 신체 운동 지능, 대인 관계 지능, 음악 지능, 자기 성찰 지능, 자연 친화 지능으로 구분된다. 모든 분야 혹은 한 분야에 넘사벽 천재도 있겠지만 보통 각 분야의 지능에서 같은 또래 중 3% 이내이면 그 분야의 영재라고 말할 수 있다.

어릴 때 아이가 조금만 뛰어나면 우리 아이가 영재 아닌가 하고 기대가 컸다가 자라면서 평범해지는 아이를 보고 실망하는 부모들이 많다. 타고난 선천적 재능 위에 끊임없는 후천적 노력이 더해져야 비로소 영재(英才)가 탄생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 2020.06.17 다싯 살 손주 '호야'의 발달 과정을 기록으로 남기다. 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