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삶] 살아가는 이야기

[좋은생각] 덕불고 필유린 덕필유린, 다른 삶을 돕는 손.. 조선 철종 상주 서선달과 안동 권부자 이야기 (2020.06.23)

푸레택 2020. 6. 23. 12:39

● 조선시대 상주 서선달과 안동 권부자 이야기

고등학교 친구가 '덕필유린(德必有隣)'이란 제목의 글 한 편을 보내왔다. 어린이 동화책에 실리기에 충분한 교훈과 감동이 깃든 이야기다.

덕필유린(德必有隣)은 덕불고 필유린(德不孤 必有隣)을 줄인 말이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덕을 베푸는 일인데, 덕(德)이 있는 사람은 반드시 따르는 사람이 있어 외롭지 않다는 뜻이다. 풀이하면 내가 남에게 덕을 베풀면 내 주변에 사람이 모이게 마련이며, 내가 어려운 일을 당했을 때 나를 돕는 사람이 생기게 마련이라는 뜻이다.

'덕불고 필유린(德不孤 必有隣)'은 논어에 나오는 공자님 말씀인데 성경에는 이런 말씀이 있다. "우리가 선(善)을 행하되 낙심(落心)하지 말지니 피곤하지 아니하면 때가 이르매 거두리라 ㅡ 선을 행하다가 낙심하지 말아라. 만약 선을 한결같이 행하노라면 우리는 때에 가서 거둘 것이 있을 것이다"(갈라디아서6:9) 오드리 햅번은 유언으로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한다. "기억하렴. 도움의 손길이 필요하다면 네 팔 끝에 있는 손을 이용하면 된다. 더 나이가 들면 손이 두 개라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한 손은 자기 자신을 돕는 손이고, 다른 한 손은 다른 삶을 돕는 손이다"

친구가 보내온 '덕필유린(德必有隣)'이라는 제목의 글 내용 일부를 첨삭하여 옮겨 본다.

조선 철종 때 경상도 상주 땅에 서씨 성을 가진 농부가 살았는데, 사람들은 그를 그냥 '서선달'이라고 불렀습니다. 원래 선달(先達)이란 과거 시험에 급제는 했으나 아직 벼슬을 받지 못한 사람을 이르는 말이지만, 이 사람은 무슨 급제와는 관련이 없었고 그냥 심성이 착하고 무던해서 사람들이 그를 그렇게 불렀다고 합니다. 서선달은 남의 땅을 빌려 겨우 입에 풀칠을 하며 근근이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해인가는 봄이 왔어도 그해 농사를 지을 비용이 없을 정도로 곤궁하였습니다.

생각다 못한 그는 부산 쌀가게에서 장부를 담당하며 근근이 살아가는 큰 아들을 찾아갔습니다. 효자 아들은 주인께 통사정을 하여 6개월치 품삯을 미리 받아 아버지께 드렸습니다. 그런데 서선달이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어느 고개를 넘던 중 그만 돈을 흘려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마침 그때 반대쪽에서 고개를 넘어오던 한 양반이 이 돈꾸러미를 발견했는데 세어 보니 한 백냥쯤 되는 큰 돈이었습니다. 그런데 다행히 돈을 발견한 사람이 착한 사람이었습니다. 횡재라고 좋아하는 하인에게 일러 말합니다. "돈을 잃어버린 사람은 반드시 찾아온다. 목숨 같이 귀한 돈을 잃은 그 사람은 얼마나 속이 탈꼬!!" 그 노인은 가던 길을 멈추고 몇 시간이고 돈 주인이 나타나기를 기다렸습니다.

한편 서선달은 30리는 더 가서야 돈을 잃어버린 것을 알게 되었고 전 재산을 잃어버렸으니 눈앞이 깜깜했습니다. 과연 한참 후 서선달이 얼굴이 훍빛이 되어 나타났습니다. 주운 돈을 서선달에게 돌려주자 서선달은 "어른께서 제 목숨을 살려 주셨습니다" 하며 돈을 찾아준 은혜를 갚겠다며 사례를 하려 하는데.. 그 노인은 "은혜랄 게 뭐가 있소. 당연한 일인데." 하고는 펄쩍 뛰며 사양을 했습니다. 노인은 주운 돈 100냥을 서선달에게 전달을 해 준 뒤 가던 길을 갔습니다.

서선달도 다시 집을 향해 갔고 이윽고 어느 강가에 이르렀습니다. 그때 마침 한 소년이 물에 빠졌는데 구경꾼은 많아도 누구 하나 뛰어들어 구해 줄 생각을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서선달이 외쳤습니다. "누구든지 저 소년을 구해내면 백냥을 주겠소." 그러자 어느 장정이 뛰어들어 소년을 살려 냈습니다. 죽다 살아난 도령이 선달에게 말하기를 "정말 고맙습니다, 어르신. 어르신이 아니었으면 저는 수중고혼(水中孤魂, 물에 빠져 죽은 사람의 외로운 넋)이 되었을 것입니다. 저의 집은 안동에서 제일 큰 부자인데 함께 가시면 백냥을 갚아 드리겠습니다." 서선달은 무슨 사례를 받고자 한 일은 아니었으나 자기의 사정도 있는지라 같이 안동까지 가게 되었습니다.

안동의 총각집은 과연 고래등 같은 부자집이었습니다. 소년이 집에 들어간 뒤 잠시 후 소년의 부친이 득달같이 달려 나왔습니다. 두 사람은 서로 쳐다보며 "아니 이럴 수가.."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소년의 부친은 다름 아닌 서선달의 돈을 찾아준 바로 그 노인이었습니다. "온 재산을 털어 제 아들을 구해 주시다니 당신은 우리 아들을 살린 생명의 은인이요. 진정 의인이요. 정말 고맙소이다." "아닙니다. 댁의 아드님은 어르신께서 살려내신 것입니다. 제가 잃은 돈을 찾지 못했다면 무슨 수로 살렸겠습니까?"

"겸손의 말씀이십니다. 7대 독자 외아들을 살려주신 은혜 백골이 되어도 잊지 않겠습니다." 안동 권부자는 눈물을 흘리며 아들을 살려준 보답으로 돈 천냥을 나귀에 실어 서선달에게 주었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다시 서선달이 사는 상주 고을을 찾아와 백섬지기 전답까지 사 주고 돌아갔습니다. 이 일은 후에 조정에까지 알려져 안동과 상주 두 고을이 모두 조정으로부터 후한 상을 받았다고 합니다.

전해오는 이야기는 여기서 끝난다. 참 착하게 살아가기가 힘든 시대다. 착하고 양심적인 것이 오히려 바보처럼 여겨지는 안타까운 시대다. 하지만 착하고 양심적으로 사는 것이 바보같아 보이지만 사람답게 행복하게 사는 지름길이다. 덕필유린(德必有隣). 덕이 있고 심성이 착한 사람은 외롭지 않다. 반드시 이웃에 주위에 돕는 손길이 있다.

"아름다운 입술을 갖고 싶으면 친절하게 말하라. 사랑스러운 눈을 갖고 싶으면 사람들에게서 좋은 점을 보라. 날씬한 몸매를 갖고 싶으면 네 음식을 배고픈 사람과 나눠라. 아름다운 자세를 갖고 싶으면 너 혼자 걷고 있지 않음을 명심하며 걸어라. 사람들은 상처에서 치유되어야 하고, 낡은 것에서 새로워져야 하며, 병에서 회복되어야 하고, 무지함에서 교화되어야 하며, 고통에서 구원받고 또 구원받아야 한다. 결코 누구도 버려서는 안 된다. 기억하렴. 도움의 손길이 필요하다면 네 팔 끝에 있는 손을 이용하면 된다. 더 나이가 들면 손이 두 개라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한 손은 자기 자신을 돕는 손이고, 다른 한 손은 다른 삶을 돕는 손이다"

63세의 일기로 아름다운 생을 마감한 오드리 햅번이 아들에게 남긴 유언이라고 한다.

* 선달(先達)
[본뜻] 문무과(文武科)에 급제했으면서도 벼슬하지 아니한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선달의 대표적인 사람으로는 닭을 봉(鳳)이라 우겨서 ‘봉이’라는 별호를 얻은 봉이 김 선달이 있다. 선달의 높임말이 ‘선다님’이다.
[바뀐 뜻] 후대로 내려오면서 급제 여부와 상관없이 벼슬을 하지 않은 성인 남자들을 가리키는 말로 쓰였다.

* 장수의 비결은?
먹는 것은 절반으로, 걷는 것은 두 배로, 웃는것은 세 배로, 사랑은 무한정으로..


/ 2020.06.23 편집 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