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산책] 소설 명시 수필 시조 동화

[명시감상] 다시 오는 봄 도종환, 풀꽃 남정림, 매화꽃 피다 목필균, 봄길 정호승 (2020.04.04)

푸레택 2020. 4. 4. 14:25

 

 

 

 

 

● 다시 오는 봄 / 도종환

 

햇빛이 너무 맑아 눈물납니다

살아 있구나 느끼니 눈물납니다

기러기떼 열지어 북으로 가고

길섶에 풀들도 돌아오는데

당신은 가고 그리움만 남아서가 아닙니다

이렇게 살아 있구나 생각하니 눈물납니다

 

● 풀꽃 / 남정림

 

누가 너를 보잘 것 없다 했느냐

 

잠깐 피었다 지는 소임에

실핏줄이 훤히 드러나도록

솜털이 요동칠 정도로

있는 힘을 다했는데

 

땅에 납작 엎드려 살아도

햇살 한 줌 머무르는

변두리 골목 귀퉁이 데우는

너는

하늘이 눈물로 키우는 꽃

 

● 매화꽃 피다 / 목필균

 

세월의 행간을 읽으며

육십 년 뿌리내린 나무

여기저기 옹이졌다

 

가슴에

촛불 하나 밝히고

번잡한 세파 속에

정좌된 마음만으로

걸어온 길

 

동반자 없는 길

서럽다 하지 않고

추운 겨울바람

맨살로 견디고도

환하게 피어난 매화

정월 스무 이렛날

 

그믐달 어둠 속으로

흐르는

충만한 매화 향에

온몸이 젖어드는데

 

세상살이가

어디 외롭기만 하겠느냐

 

● 봄길 / 정호승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봄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강물은 흐르다가 멈추고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꽃잎은 흩어져도

보라

사랑이 끝난 곳에서도

사랑으로 남아 있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사랑이 되어

한없이 봄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 2020.04.04 편집 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