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산책] 소설 명시 수필 시조 동화

[명작수필] 「고향」 김형규, 고향의 노래, 산골짝의 등불, 향수, 가고파, 고향의 푸른 잔디 (2020.04.02)

푸레택 2020. 4. 2. 22:13

 

 

 

 

 

 

 

 

 

 

 

 

 

 

 

 

 

 

 

 

 

 

● 고향 / 김형규

 

고향은 생각해 무엇하리

일가 흩어지고

무너진 옛 집터에

낙엽지는 저녁

까막까막 울고 가는

고향은 생각해 무엇하리

 

어슴푸레하게 기억을 더듬어 적어 본 이 시구(詩句)가 20여 년 전 어느 사범 학교서 학생들에게 적어 준 시의 한 구절이다. 이것은 아마도 시인 김동환(파인巴人)의 시가 아니던가 생각된다. 그래서 그의 시집(詩集)을 찾았으나 얻지 못하고, 여기 기억을 더듬어 적어 본 것이다. 시집도 없어지고, 작자의 행방도 묘연한 시의 한 구절을, 흩어진 기억을 더듬어 적어 놓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일제(日帝)의 발악이 극도에 달하여 압박은 날로 심해지고, 내가 맡은 조선어 시간도 깎고 줄어들어 이제는 그 명이 풍전등화(風前燈火)같이 깜박거리고 있을 때, 학교에 가는 것이 마치 전쟁터에 나서는 심정이요, 시간에 들어가면 울분을 참기 어려웠던 그 때 일이다.

 

우리말, 우리 글자만을 가르치는 것이 목적이 아니요, 어떻게 하면 빼앗긴 조국과 민족의 운명을 깨닫게 하고, 또 그를 사랑하는 마음을 북돋아 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서 가끔 그럴 듯한 옛 시조와 또 시도 적어 주고 가르쳐 준 일이 있었다. 나는 이 시에서 폐허가 된 고향을 조국에 연결시키고, 흩어진 일가친척에서 민족의 슬픈 운명을 깨닫게 해 보려고 학생들에게 적어 주고 읽어 주었던 것이다. 직접 말은 못 해도 이런 뜻이 마음과 마음으로 전해졌음인지, 그들 중에 적지 않은 일꾼이 나왔고, 또 지금도 만나면 고난의 옛 이야기에 꽃을 피우며 반가이 맞이해 주는 것을 보고, 나는 무슨 보람 있는 일을 한 듯이 마음 한 구석에 아름다운 추억으로 언제까지나 간직하고 있는 것이다.

 

20년 전 조국을 잃은 백성이 마음속에 숨은 슬픈 뜻을 붙여보던 고향의 시가, 조국을 찾은 오늘날 정말로 고향을 빼앗긴 사람의 슬픈 시로 바뀌어질 줄은 몰랐었다. 잃어버린 고향! 쪼개진 조국! 갈라진 겨레의 운명! 나는 이것을 내 글의 토막마다 너무나 많이 풍겨 왔기에, 이제는 쓰는 것을 삼가려고 했었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이것은 나 한 사람만이 가지는 슬픔과 감상이 아니라, 우리 온 겨레가 걸머진 운명이요, 슬픈 현실이기에 여기서 뚜렷이 제목을 붙여 글을 적어 보는 것이다.

 

어린 시절에 자라고 커지는 몸을 길러주는 곳이 고향일 뿐 아니라, 우리들 마음과 느낌에 피와 살을 주어 부풀고 자라게 하는 것도 고향 산천인 것이다. 앞산의 진달래 꽃과 나무 그늘, 그리고 온갖 열매를 맺어 주는 고향 땅 흙냄새는 우리의 마음에 열매를 키워주고, 바위 틈새 맑은 흐름과 무한대(無限大)의 푸른 바다 물결은 우리에게 느낌을 물결쳐 쉬지 않고 흘러가게 해주었다. 그러고 보면, 내가 자란 내 고향은 참으로 아름다운 자연이었다. 더구나 아침 저녁으로 바라보던 바다 물결은 아직도 내 마음에서 사라지지 않고 출렁이고 있는 것이다. 노산(鷺山)이 읊은 가고파가 생각난다. 꿈에도 못 잊은 고향 바다 파란 물결, 그리고 거기서 같이 놀던 옛 동무를 생각하는 심정을 나는 내 마음속에 나대로 도로 살리며 그 노래를 읊어 보는 것이다. 자라나던 고향 옛 마을은 언제나 아름다움을 잃지 않고 , 그대로 마음 한 구석에 자리잡고 떠나지 않는 것이다.

성년(成年)이 된 후의 고향은 생활의 토대를 기초로 하고 생각하게 된다. 중학을 마친 뒤 상경하여 대학에서 공부를 하고 돌아가 4,5년을 한 집안을 거느리고 살림을 하게 되니, 내 생활의 근거도 고향에 두게 되었다. 이제는 빼앗긴 고향, 생활의 토대도 빼앗겼으나 그래도 고향의 아름다움과 맺어진 따뜻한 정은 사라질 줄 모르고 언제까지나 그 빛을 잃지 않는다.

이렇게 적고 보니, 고향을 그리는 한낱 감상의 글이 되고 말았다. 유염(有髥 ; 구렛나룻이 있음) 남자로 더구나 50대에 들어선 사람이 엷은 감상의 글을 적는 것은 본의가 아니다. 그러나 내가 이렇듯 고향을 못 잊고 애타게 그리워함은 그곳에 남아 계신 오직 한 분을 생각하는 데서 오는 것일 게다. 어떤 일이 있어도 고향을 지키신다고 홀로 남아 계셨던 어머님은 아마도 이승에서 다시 뵈옵기 어렵다고 생각된다. 전란(戰亂)의 시인 두보(杜甫)는 <무가별(無家別)>에서 이렇게 읊었다.

통장병모(永痛長病母) 오년위구계(五年委溝谿

생아부득력(生我不得力) 종신양산시(終身兩酸嘶)

그러나 나는 그가 도리어 부럽다. 5년 긴 세월 노모(老母)를 고생의 구렁에 남긴 채 병란(兵亂)에 쫓기던 몸이 이제 다시 만나 울음을 같이 하며 불효를 흐느끼는 그가 무한히 부러워진다. 많은 고난 속에 나를 낳으시고 기르고 또 가르쳐 주신 어머님을 이제 다시 영영 모시지 못하고 가야 할 불효의 인간은 두보를 부러워하며 이 글을 적어 보는 것이다.

 

 

 

♤ 작가 소개

 

김형규(金亨奎, 1911~ ) : 국어학자로 호는 해암. 함남 원산 출생으로 경성제대 법문학부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교수를 역임. 1957년 수필 <버드나무>를 <현대문학》에 발표한 이래 계속적으로 작품 활동을 하였으며, 그의 수필은 심리적 회오(悔悟) 를 표현한 것들이 많다. 아울러 그의 수필은 체험을 통한 인생 기록으로서의 마음의 산책이기도 하다. 작가의 개성이나 사람됨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개성의 향취에 수필의 묘미가 있다고 한다면 그의 수필이 바로 이에 해당한다. 주요 저서는 《국서사 연구>, <고가주석》이 있으며, 수필집에 《계절의 향기>, <인생의 향기》, <인정의 향기》 등이 있다.

 

 

 

♤ 작품 해설

 

그의 글이 여러 사람들에게 읽힐 수 있기 위해서는 우선 그것을 읽는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어야 한다. 그리고 그 공감은 보편적인 정서와 맞물리기 되다.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글을 통해서 자신의 의도 내지는 입장을 전달하고 어떤 효과를 얻을 수 있을 때 필자는 글을 쓰는 기쁨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글을 쓰는데 있어 소재의 선택은 가장 중요한 단계에 속한다.

 

 

 

이 수필은 '고향'이라는 소재를 선택함으로써 우선 독자들과의 기본적인 공감대를 확보하고 있다. '고향'이란 모든 사람에게서 항시 사랑을 받고 있는 개념이며 사람들을 흡인하는 요소를 지니고 있다. 이 글에서처럼 고향이 '갈 수 없는 고향'일 경우에 그 정도는 더하다. 가질 수 없는 것에 더욱 애착을 가지는 것이 인지상정이기 때문이다. 필자 또한 이 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 갈 수 없는 이북에 고향을 두고 있고 더구나 홀로 어머니를 두고 온 자식의 입장에서 고향생각은 늘 회한으로 가득차고 감상적이 될 수 밖에 없음을 자신의 경험을 들어 서술하고 있다.

 

 

 

남에게 어떤 이야기를 전할 때 자신의 경험이 바탕이 되면 더욱 큰 힘을 가지게 된다는 것을 이 수필을 통해 재삼 확인할 수 있다. 이 글이 단순히 개인적인 감상의 차원이 아닌 우리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내용으로 읽힐 수 있는 것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솔직하게 감정을 묘사해 내고 있기 때문이다. 고향을 잃어버린 사람의 절박하지만 개인적이라 할 수 있는 감정을 우리 모두가 생각해야 할 민족의식과 연결시키거나 어떤 사명감을 북돋위주는 방향으로 이끌어 갈 수 있는 것은 필자가 냉정함을 잃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수필이 개인의 세세한 감정을 그저 풀어쓰는 양식이 아님을 이 글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 글은 구성법에 있어서 독자들의 세밀한 독법을 요구하고 있다. 고향에 관한 여러 경험들이 필요에 따라 적절히 배열되어 있다. 또한 자신의 심정을 다른 사람의 시를 통해 간접적으로 드러내고 있다는 점도 고려되어야 한다. 자신의 표현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그 당시의 심정을 그대로 전달하고픈 필자의 절실함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 이 글에서 드러나는 필자의 고향에 대한 감정이 회한의 성격을 띠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인가?

 

- 고향에 두고 온 어머니에 대한 불효

 

 

 

* 이 글의 내용으로 보아 필자의 고향은 어떤 지리적 위치에 있는가?

 

- 이북 지방의 바닷가

 

 

 

/ <고교생이 알아야 할 에세이> 발췌

 

2020.04.02 편집 택..

 

● 가고파 (전후편) / 이은상 詩 김동진 曲

 

° 가고파 (전편)

 

내 고향 남쪽 바다 그 파란 물 눈에 보이네

꿈엔들 잊으리요 그 잔잔한 고향 바다

지금도 그 물새들 날으리 가고파라 가고파

어릴 제 같이 놀던 그 동무들 그리워라

어디간들 잊으리요 그 뛰놀던 고향 동무

오늘은 다 무얼 하는고 보고파라 보고파

 

그 물새 그 동무들 고향에 다 있는데

나는 왜 어이타가 떠나 살게 되었는고

온갖 것 다 뿌리치고 돌아갈까 돌아가

가서 한데 얼려 옛날같이 살고지고

내 마음 색동옷 입혀 웃고 웃고 지내고저

그날 그 눈물 없던 때를 찾아가자 찾아가

 

° 가고파 (후편)

 

물 나면 모래판에서 가재거이랑 달음질치고

물 들면 뱃장에 누워 별 헤다 잠들었지

세상 일 모르던 날이 그리워라 그리워

여기 물어보고 저기 가 알아보나

내 몫 옛 즐거움은 아무데도 없는 것을

두고온 내 보금자리에 가 안기자 가 안겨

 

처녀들 어미 되고 동자들 아비된 사이

인생의 가는 길이 나뉘어 이렇구나

잃어진 내 기쁨의 길이 아 아까와라 아까와

일하여 시름없고 단잠 들어 죄없는 몸이

그 바다 물 소리를 밤낮에 듣는구나

벗들아 너희는 복된 자다 부러워라 부러워

 

옛동무 노젓는 배에 얻어 올라 키를 잡고

한바다 물을 따라 나명들명 살까나

맞잡고 그물 던지며 노래하자 노래해

거기 아침은 오고 또 거기 석양은 져도

찬 얼음 샌 바람은 들지 못하는 그 나라로

돌아가 알몸으로 살까나 살까나

돌아가 알몸으로 깨끗이 깨끗이

 

고향의 푸른 잔디 / 노래 조영남 (톰 존스 Tom Jones 번안곡)

 

꿈 속에 그려보는 머나먼 고향아
옛 모습 변치 않고 지금도 잘 있느냐
사랑하는 부모형제 어릴 때 같이 놀던 친구
푸르고 푸른 고향의 잔디야

타향살이 서러워도 꿈 속에 그려보는 고향
푸르고 푸른 고향의 잔디야
앞 마을 냇가에 물레방아 소리
뒷 동산 종달새 지저귀는 노래 소리
아 꿈 속에 들려오는 어머님의 자장노래 소리
푸르고 푸른 고향의 잔디야


(대사)
꿈 속에 그려보는 머나먼 고향아
옛 모습 변치않고 지금도 잘 있느냐

 

사랑하는 부모형제 어릴 때 같이 놀던 친구
푸르고 푸른 고향의 잔디야
아 꿈 속에 들려오는 어머님의 자장노래 소리
푸르고 푸른 고향의 잔디야

 

/ 2020.04.02 편집 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