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산책] 소설 명시 수필 시조 동화

[명시감상] 다시 목련 김광균, 목련 후기 복효근, 견앵화유감 한용운 (2020.04.05)

푸레택 2020. 4. 5. 08:51

 

 

 

 

 

● 다시 목련(木蓮) / 김광균

 

사월이 오면

목련은 왜 옛 마당을 찾아와 피는 것일까

어머니 가신 지 스물네 해

무던히 오랜 세월이 흘러갔지만

나뭇가지에 물이 오르고

잔디잎이 눈을 뜰 때면

어머님은 내 옆에 돌아와 서셔서

어디가 아프냐고 물어 보신다

 

하루 아침엔 날이 흐리고

하늘에서 서러운 비가 내리더니

목련은 한 잎 두 잎 바람에 진다

목련이 지면 어머님은 옛 집을 떠나

내년 이맘때나 또 오시겠지

지는 꽃잎을 두 손에 받으며

어머님 가시는 길 울며 가 볼까

 

● 목련 후기 / 복효근

 

목련꽃 지는 모습 지저분하다고 말하지 말라

순백의 눈도 녹으면 질척거리는 것을

지는 모습까지 아름답기를 바라는가

그대를 향한 사랑의 끝이

피는 꽃처럼 아름답기를 바라는가

지는 동백처럼

일순간에 져버리는 순교를 바라는가

아무래도 그렇게는 돌아서지 못하겠다

구름에 달처럼은 가지 말라 청춘이여

돌아보라 사람아

없었으면 더욱 좋았을 기억의 비늘들이

타다 남은 먼지처럼 날린대서

미친 사랑의 증거가 저리 남았대서

두려운가

사랑했으므로

사랑해버렸으므로

그대를 향해 뿜었던 분수같은 열정이

피딱지처럼 엉켜서

상처로 기억되는 그런 사랑일지라도

낫지 않고 싶어라

이대로 한 열흘만이라도 더 앓고 싶어라

 

● 見櫻花有感(견앵화유감)

벚꽃을 보고 느낌이 일어 / 韓龍雲(한용운)

 

​昨冬雪如花 今春花如雪

(작동설여화 금춘화여설)

雪花共非眞 如何心欲裂

(설화공비진 여하심욕렬)

 

지난 겨울 내린 눈이 꽃과 같더니

이 봄엔 꽃이 되려 눈과 같구나

눈도 꽃도 참 아님을 뻔히 알면서

왜 이리도 내 마음은 찢어지는지

 

/ 2020.04.05 편집 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