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월 어느 날 / 김동인
푸르던 밭도 황금빛 논도
12월 추위에 사라지고
검은 비닐 막 걷어 제낀
누런 황토밭이 얼어간다
외양간 송아지 긴 콧김은
추위와 한창 씨름 중이다
군불에 고구마 몇 덩이 던져
부지깽이로 뒤적뒤적
한해의 고단함과 수고를
짧은 한숨으로 걷어본다
쪼글쪼글 시골 할매
검게 그을린 까칠한 피부가
한 여름 무더위를 상기시킨다
훈장처럼 등짝에 파스 한장 붙히고
할매는 그 냄새로 위로를 얻는다
마당 긴 빨랫줄 언 동태처럼 걸린
옷가지 하나 둘 걷어 모으니
오늘도 12월의 고단한 해가
힘겹게 산고개를 넘어간다
● 유치원 졸업식날 / 김동인
훌쩍훌쩍 엄마가 운다
졸업은 아이가 하는데
엄마가 쪼그려 앉아 운다
아이를 키우느라 고생한
하루하루 서러워 운다
내 자식 언제 저리 컷나
기특해서 운다
조금만 더 잘해 줄 것을
미안해서 더 운다
잘해 준 것만 기억했으면
바램에서 운다
돌봐주신 선생님께 너무
감사해서 운다
선생님도 운다
우는 선생님 마음
누가 위로할꼬
발표하는 아이들마다
어찌 그리 맑고 이쁜가
유치원 졸업식 날
엄마는 운다
/ 이천에서 보내온 詩 봄비 김동인 (2019.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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