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삶] 살아가는 이야기

[대만지진] 대만 여행 중 타이베이에서 겪은 내 인생 최대의 지진 (2019.08.08)

푸레택 2019. 8. 9. 01:43

 

 

 

 

● 새벽녘 호텔 건물이 강하게 흔들려 두려움에 떨다

 

오늘은 우리 가족 대만 여행의 마지막날이다. 어젯밤은 다른 날과는 달리 이런 저런 얘기로 모두 늦게 잠이 들었다. 새벽녘 갑자기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엄청난 진동을 느꼈다. 침대에 누워있는 내 몸이 마구 흔들렸다. 정신이 번쩍 들며 잠이 깼다. 내 몸도 흔들리고 호텔 건물도 앞뒤로 강하게 휘청휘청 흔들렸다. 호텔이 휘청거리는 느낌이 체감적으로 10초 정도 계속된 듯하다. 순간 지진(地震)임을 직감했다.

 

'지진이다. 이렇게 계속 건물이 흔들리면 호텔이 무너지는 거 아닌가, 이러다 건물에 깔려 죽는 건 아닌가' 하는 공포가 몰려왔다. 두려움에 휩싸였다. 잠은 깼지만 여전히 비몽사몽(非夢似夢), 이게 꿈속인가 생시인가? 차라리 꿈이었으면 좋으련만 아내와 딸도 깨어 '지진, 지진이야' 한다. 꿈이 아니었다. 시계를 보니 현지 시간 오전 5시 30분, 동트기 직전 어둠 속 새벽녘이다. 내가 살아오면서 경험한 지진 중 최대의 지진이다. 짧은 순간이지만 이렇게 엄청난 진동을 느끼며 지진으로 건물이 무너지는 거 아닌가, 이러다 죽는 건 아닌가 하며 공포에 떤 건 이번 대만에서 겪은 지진이 처음이다.

 

다시 잠을 청했지만 잠이 오지 않는다. 휴대폰으로 대만 지진을 검색을 해 보니 트위터 소식이 가장 빠르다. 누군가가 '지금 대만인데 지진 났다'고 올렸다. 한참 뒤 다시 대만 지진을 검색해 보니 '대만 중앙기상국은 8일 오전 5시28분 북동부 도시인 이란(宜蘭)현 인근 해역에서 규모 6.0의 지진이 발생했으며 타이베이를 비롯한 대만 전역에서 지진이 감지됐다. 지진은 이란현 남동쪽 35.5㎞ 해상에서 일어났으며 진원의 깊이는 22.5㎞다'라는 뉴스가 떴다.

 

'불의 고리' 환태평양 조산대에 속한 대만은 크고 작은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곳이다. 이틀 전에도 지진이 났다는데 전혀 감지하지 못했다. 대만에서는 지난 2016년에 발생한 지진으로 1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고 1999년에는 규모 7.6의 지진으로 2천명 넘게 숨졌다고 한다.

 

오늘 대만을 떠나오는 날, 아침부터 태풍 레끼아의 영향으로 비가 오락가락한다. 다행히 큰 바람은 불지 않고 있다. 언제 지진이 일어났냐는 듯 타이베이는 너무도 평온하다. 현지 시간 오후 5시 30분 타오위엔 국제공항을 출발한 중화항공 CI 162편 비행기는 두 시간 20분 후인 7시 50분(우리나라 시간 8시 50분) 인천국제공항에 무사히 도착했다.

 

왜놈들의 경제 침략(기해왜란)으로 일본 여행을 가지 않고 대만으로 발길을 돌린 애국 시민들이 지진으로 대만 여행이 망설여질까 걱정된다. 탐욕에 찌든 인간들의 잔인한 전쟁놀음과 이곳저곳에서 일어나는 자연재해와 천재지변(天災地變)으로 지구는 오늘도 신음하고 있다.

 

/ 김영택 2019.08.08(목) 씀

 

P.S

 

● 재호야, 졸지마. 자면 안 돼

 

4박 5일 대만 가족 여행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니 저녁 11시가 조금 넘었다. 엄마와 아빠따라 포천 교회 수양관 여름 수련회에 참가한 손주 아윤이와 재호가 그동안 못 본 할아버지와 할머니 그리고 이모 보고 싶어해서 우리 집으로 온다고 한다. 혹여 오는 도중에 잠 들까 봐 아이들이 엄마한테 '우리 잠 안 들게 차에 불을 환하게 켜 주세요'라고 했단다.

 

그런데 잠을 이기지 못한 동생 재호가 꾸벅꾸벅 졸다가 잠이 들었고, 누나 아윤이가 '재호야 졸지 마. 자면 안 돼. 할아버지와 할머니, 이모 보러 가야지' 하다가 자기도 잠이 들었다고 한다. 이야기를 전해 듣기만 해도 흐뭇하고 기쁘기 짝이 없다. 참으로 기특하고 정이 많은 손주 아윤이와 재호. 너희들이 있어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행복하기 그지 없단다. 파랑새는 먼 데 있지 않고 이렇게 가까운 곳에 있다. 행복은 이렇게 작은 곳에서 피어난다. 오늘 아침에 대만 호텔에서 겪은 지진의 공포가 먼 옛 일처럼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