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산책] 풀과 나무에게 말을 걸다

[졸작수필] 순결한 그대 모습 나리꽃, 귀티나는 털중나리, 빙그르르 바람개비 돌리고 싶은 망종화 (2019.06.19)

푸레택 2019. 6. 20. 00:01

 

 

 

 

 

 

 

 

 

 

 

 

 

 

 

 

 

 

 

 

● 나리, 털중나리 (백합과)를 보며

 

저는 Lily, 백합(百合)이에요. 흰 백(白)자가 아니고요, 일백 백(百)자에요. 저는 순결하달까, 순수하달까, 순진하달까? 깨끗한 마음 간직하고 살아간답니다.

 

나리는 범상(凡常)치 않은 꽃이다. 평범한 예사로운 꽃이 아니다. 나리는 신(神)의 출중한 걸작품이다. 꽃모양에서도 꽃색깔에서도 귀티가 느껴진다. 가슴 설레도록 곱고, 가슴 두근거리게 아름답다.

 

야생화를 찾아다니다 숲속에서 만난 하늘말나리. 그대는 늘 하늘을 향해 두 손 모으고 기도를 한다. 빼어난 외모, 늠름한 자태, 겸손한 미소 이만하면 부러울 게 없는 일등 청년인데 하루종일 무슨 기도를 하는 것일까? 소망의 기도일까, 감사의 기도일까? 마석장터에서 사다 심은 백합 두 송이, 마당 환히 밝혀주던 네 모습 그리웁구나.

 

● 망종화 (물레나물과)를 보며

 

망종(芒種)에 피어나서 망종화일까? 참 오래도록 피고 또 피어난다. 빙그르르 바람개비 되어 돌고싶은가? 연노란빛 꽃이파리 곱기도 하여라. 목이 긴 술병 닮은 암술 끝은 다섯 가닥 금실로 수놓은 것 같은 노란빛 수술 다발. 물레나물과 고추나물 네 친구들은 잘 있느냐?

 

사랑의 슬픔, 변치않는 사랑 간직한 망종화. 잎새 뒤에 숨어 피어나니 더욱 귀엽구나. 영원히 우리의 우정 간직하고 살아가자꾸나. 시골집 장독 돌틈에 네가 살포시 피어난들 초여름 바쁜 농부 눈길 한 번 주지 않는구나.

 

/ 김영택 2019.06.19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