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산책] 풀과 나무에게 말을 걸다

[졸작수필] 고즈넉한 시골 돌담길에 피면 더욱 아름다운 꽃 능소화, 흰 구름 내려앉은 쉬땅나무 (2019.06.19)

푸레택 2019. 6. 20. 11:27

 

 

 

 

 

 

 

 

 

 

 

 

 

 

 

 

 

 

 

 

● 마담갈렌 능소화 (Trumpet Vine 'Madam Galen', 능소화과 凌霄花科)를 보며

 

업신여길 능(凌), 하늘 소(霄)에 꽃 화(花),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기어올라 능소화인가? 양반집 정원에만 심고 키워 양반꽃이라 했나. 그래서 고택에 피어나고 돌담길에 어울리는가?

 

은은한 주황빛 옷 치렁치렁 걸친 네 모습. 초여름 고즈넉한 시골 돌담길에 피어나면 더욱 소박함이 전해오고 친근감이 느껴지는 꽃. 툭 낙화(落花)되어 떨어지는 동백꽃 닮은 네 모습, 그래서 누구는 너를 처녀꽃이라 했던가?

 

죽어서도 구중궁궐 담장 너머 님 그리워 담장 타고 줄기 힘차게 뻗어올려 한 여름 내내 붉게 피어나서 기웃기웃 그리운 마음 전하는 가련한 여인, 소화(霄花)의 삶이 애잔하다.

 

생활력 강하고 어떤 옷도 어울리고 자식 주렁주렁 달고 다닐 것만 같은 누님 닮은 꽃. 중국이 고향이라는 은은한 주황빛 꽃 능소화, 꽃이 작고 꽃부리 길며 붉디 붉은 미국능소화, 그 둘이 결혼하여 낳았다는 꽃이 마담갈렌능소화라는데 호숫가 한 모퉁이에 피어나서 오가는 눈길 즐겁게 해 주네.

 

● 쉬땅나무(장미과)를 보며

 

예전엔 '개쉬땅나무'라고 불렀다. 쉬땅나무도 없는데 왜 개쉬땅나무라 할까 늘 의아했다. 이렇게 예쁜 꽃 한 무더기씩 피어나는데 이제는 그냥 '쉬땅나무'라고만 불러주세요.

 

누구는 백설이 나뭇가지에 쌓여 있다 하고, 누구는 흰구름이 살포시 내려앉아 있다 하네. 쉬땅은 평안도 함경도의 수수깡 사투리라는데 무리지어 핀 꽃차례가 수수이삭 닮아 쉬땅나무라네. 좀쉬땅나무, 청쉬땅나무, 털쉬땅나무도 있다 하는데 친척들 많으니 외롭지 않아 좋으려나.

 

올망졸망 하얀빛 꽃 속엔 달콤한 꿀 숨은 듯 아침부터 벌 나비 분주히 서성거린다. 또 누구는 네가 신중하고 진중하다는데, 뜨거운 한여름 햇살 온 몸을 달구어도

하늘하늘 가벼운 잎 바람에 흔들리며, 카르페디엠 Carpe diem. 오늘을 즐기며 살아가는 네 모습 닮고파라. 내 인생(人生)의 봉날은 언제나 오늘이라 알려주는구나.

 

/ 김영택 2019.06.20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