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산책] 풀과 나무에게 말을 걸다

[졸작수필] 마음을 씻어주는 맑디맑은 꽃 수련, 황금빛 부처님 닮은 풀꽃 금불초, 약초 성능 뛰어난 풀 기린초 (2019.06.19)

푸레택 2019. 6. 20. 09:53

 

 

 

 

 

 

 

 

 

 

 

 

 

 

 

 

 

 

 

 

● 수련(睡蓮, 수련과)을 보며

 

초여름 적막한 호수에도 연못에도 두둥실 두리둥실 떠나가는 꽃등인가, 꽃배인가? 밤에는 꽃등 접어 잠 지기에 수련이라지. 연노랑빛 꽃등, 분홍빛 꽃등, 하얀빛 꽃등. 수련도 진흙 속에서 피어나야 더욱 아름다운가?

 

속세에 찌든 내 마음, 내 영혼 씻어주려나, 너의 고운 눈길과 마주하고 있으면. 네 노란빛 꽃등 건져올려 어둔 길 헤쳐가는 길목에 달고파.

 

젊은 시절, 붓글씨를 배울 때, 사부(師父)님이 내게 써 주신 글. '진옥니중이(眞玉泥中異)' 名珠는 진흙 속에서도 빛을 잃지 않는다. 집에 걸어두고 가훈으로 삼았는데 몇 십 년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사라져 버렸네. 지금은 '덕수겸유지희(德壽兼有之禧)' 덕망과 장수를 겸유한 기쁨. 김동리 님의 붓글씨만이 홀로 자리를 지킨다.

 

● 금불초(金佛草, 국화과)를 보며

 

황금빛 부처님을 닮은 꽃, 금불초. 여름에 피는 국화라 하국(夏菊)으로도 불린단다. 꽃잎이 수레바퀴 닮아 금전화(金錢花)라고도 한다네. 화려하지 않고 수수한 샛노란색 꽃 피워 올린다. 하늘 향해 단정하고 당당한 모습으로.

 

꽃말만큼이나 상큼한 미소 띤 얼굴, 지나가는 발걸음 멈추게 한다. 누구는 금계국(金鷄菊)을 닮았다 하고, 누구는 금잔화(金盞花) 닮았다 하네. 나는 황금빛 부처님을 닮은 금불초라네.

 

● 기린초(麒麟草, 돌나물과)를 보며

 

우리나라 전국 산야 어디서나 자라나는 기린초, 초여름 바위 틈에서 줄기 끝에 다닥다닥 노란색 꽃 가득 매단 모습이 귀엽고 상큼하다. 기린(麒麟)은 성인(聖人)이 세상에 태어나면 나타난다고 하는 상상의 동물이라는데 살아있는 풀은 밟지 않고 살아있는 생물은 먹지 않는 어진 짐승이라는데 그래서 매우 상서(祥瑞)로운 동물이란다.

 

기린아(麒麟兒)는 슬기와 재주가 남달리 뛰어나고 총명해 촉망받는 젊은이를 뜻 하듯 기린초(麒麟草)는 약초 성분이 우수해 붙여진 이름이란다.

 

/ 김영택 2019.06.20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