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산책] 풀과 나무에게 말을 걸다

[졸작수필] 꽃인가 열매인가 신비롭고 매혹적인 나무, 안개나무 (2019.06.19)

푸레택 2019. 6. 19. 22:38

 

 

 

 

 

 

 

 

 

 

 

 

 

 

 

 

 

 

 

 

● 희귀한 나무, 안개나무(옻나무과)를 다시 보며

 

유월의 따사한 햇살 받으며 걸어보는 호숫가 일주일 전과 조금도 다름없이 안개나무는 그 모습 그대로 솜사탕 같은 꽃인지 열매인지 연한 자주빛 신비롭고 매혹적인 모습으로 지나가는 나그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참으로 독특하고 볼수록 매력적인 나무다. 나의 뜰을 갖는다면 꼭 안개나무 한 그루 심어놓고 환상적인 꿈을 꾸며 신선의 세계를 거닐고 싶어라.

 

안개나무는 옻나무과의 낙엽 활엽 소교목이다. 유럽 남부, 중국, 히말라야 산맥이 원산지다. 잎은 어긋나기, 거꿀달걀형, 가을에 노랗게 단풍진다. 꽃은 5~7월에 피는데 연한 자주색이고 원뿔모양 꽃차례에 흰색 털이 있다. 열매는 핵과이며 콩팥 모양으로 매우 작고 넖다.

삽목으로 번식하다고 국립수목원에서 정보를 얻다.

 

/ 김영택 2019.06.19 씀

 

● 다시, 나무를 보다 / 신준환

 

다시, 나무를 보다'에서 저자가 쓴 첫 문장은 '나는 평생 나무처럼 살았다'이다. 그는 1960년대 낙엽송을 마당에 심으면서 처음으로 나무라는 존재의 의미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서울대 산림자원학과에 진학하고 동대학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0년 산림과학원 임업연구사를 시작으로 산림생태과장, 산림환경부장을 거쳐 지난 2012년부터 올해까지 국립수목원 원장을 역임했으니 평생 나무 곁에서 살았고, 나무로 만든 책을 보며 지냈다.

 

그는 '나무를 보는 것은 자신을 찾아가는 위대한 여정'이라고 했다. '나무 줄기의 강건함이 나의 여정을 위대하게 만들어준다'며 '숲으로 달려가 당장 나무를 만나볼 여건이 안 된다면 가슴 속에 나무를 키워볼 수도 있다. 그러기 위해선 먼저 숲에 가서 나의 나무를 하나 정해보는 것이 좋다'고 했다.

 

'성찰하면 성장한다'는, 나무로부터 얻은 지혜를 전한다. 단풍이 빛나는 것은 빛이 없어지는 과정이라는 배움을 통해 없어지는 것을 알 때 빛이 난다는 것을 깨달음을 얻는다. 가을에 접어들어 열매도 맺고 할 일도 없어졌으니 광합성 담당자인 엽록소가 없어지고 그동안 가려져 있던 카로틴, 안토시아닌 같은 색소가 드러난 것이 바로 오색 단풍이다.

 

'독야청청'이라 표현에서 보듯 나무는 종종 절대고독과 절대의지의 상징물이 돼 왔다. 하지만 '잎은 가지에 의존하고 가지는 줄기에 의존하며 줄기는 뿌리에 의존하고 살아가지만, 잎이 에너지를 생산하지 않으면 뿌리도 살아갈 수 없다.' 나무, 그 자체가 잎과 가지, 줄기, 뿌리의 그물망이지만, 또 이웃에 의존하는 개체이기도 하다.

 

나무는 버섯같은 균근이 없으면 나무답게 살아갈 수 없으며 균근도 나무가 없으면 아름답게 살아갈 수 없다. 벌레, 세균, 곤충, 새, 날짐승, 들짐승, 그리고 햇빛과 물, 이산화탄소가 바로 나무가 의존하는 이웃들이다. 그래서 저자의 나무의 인생학은 '나무는 흔들리지 않아서 강한 것이 아니라 서로 어울려서 강하다'라는 더불어 사는 지혜, 나무의 사회학으로 향한다.

 

그는 나무를 통해 불안과 참여, 상호주관성 등 실존주의와 현상학의 개념을 사유하기도 한다. 나무로 우거진 철학의 숲에서 헤겔과 질 들뢰즈의 시간성과 하이데거의 결단성, 한스 게오르그 가다머의 '해석학적 지평'을 경유하기도 한다. 우리의 고전과 판소리, 다산 정약용도 그의 이야기들이 뻗어 닿는 가지들이다. '나무는 신성하다. 나무와 이야기하고 나무에 귀기울일 줄 아는 사람은 진리를 아는 사람이다'라고 저자가 인용한 헤르만 헤세의 글은 아마도 평생 '숲지기'였던 저자의 마음 그대로일 것이다.

 

/ '다시, 나무를 보다'(신준환) 소개글에서 발췌